언론속의 국민

[한국일보] G20 회의 상징, 청사초롱/김철수 부총장

정부가 11월 11ㆍ12일 이틀간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공식 심벌, 상징을 최근 선보였다. 이번에 공개된 심벌은 동해의 떠오르는 태양과 우리나라 전통의 청사초롱을 형상화한 것이 특징이다. G20 정상회의에 참가하는 각국 정상들에 대한 환영(welcome)의 뜻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guide)하는 서울 회의가 되도록 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더욱이 청사초롱 심벌은 국민 공모전을 통해 완성됐다는 한층 소중한 뜻을 갖고 있다.

디자인 관련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보니, 기업이나 캠페인의 심벌 제작에 자문 의뢰를 받는 경우가 가끔 있다. 심벌은 그 단체를 대표하는 얼굴이자 대중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를 담고 있어서 그 제작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심벌은 각계 각층의 전문가와 디자이너에 의해 몇 개월에 거친 집중 작업 끝에 탄생하기 마련이다. 대중의 관심과 눈길을 끌기 위해 공모전을 개최하는 경우도 있지만, 실제 일반인의 작품이 심벌로 채택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일반인의 경우 전문성 부족으로 행사의 의미를 100% 담아내는 심벌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이런 이유로 서울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가 4월 '서울 G20 정상회의 심벌 및 슬로건 국민 공모전'의 심사를 의뢰했을 때 선뜻 응하지 못했다. 국가적인 행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지만, 심사위원으로 나설 매력적인 요소들이 거의 없어 고민이 됐던 게 사실이다. 과연 세계 경제를 논하는 G20 정상회의에 대해 일반인들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주제가 너무 어려워 일반의 응모가 저조하지는 않을까? 이런 걱정이 앞서는 바람에 주저됐던 게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공모전에 무려 1만5,328명이 지원했고, 그 중 심벌만 해도 2,279건이 접수됐다. 보통 공공기관에서 진행하는 공모전에 500여 건만 모여도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숫자가 아닐 수 없었다.

응모작품의 수준을 가리는 심사 결과를 떠나, 1만 명이 넘는 국민이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공모전은 성공적이었다. 서울 G20 정상회의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열기가 이렇게 뜨겁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 여겼다. 3차에 걸쳐 2,000여 건의 응모작을 심사하는 과정은 더욱 고무적이었다. 응모작품들의 전반적 수준이 높을 뿐 아니라, 워낙 훌륭한 작품이 많아 최종 당선작을 선별해내기가 힘들 정도로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결국 오랜 숙고 끝에 우리 국민에게 친숙한 청사초롱 안을 선정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국민 공모전을 통해 공식 심벌을 정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그러나 이례적으로 이번 서울 G20 정상회의는 국민 공모전을 통해 G20 정상회의의 얼굴을 결정했다. 정부와 준비위원회는 국민이 함께 하는 서울 G20 정상회의를 만들겠다고 다짐해왔다. 이번 청사초롱 심벌 발표는 국민이 직접 참여하고 함께 하는 G20 정상회의를 알리는 첫 기회인 셈이다.

서울 G20 정상회의는 우리 국민의 얼굴로 다시 태어난 청사초롱처럼 세계 경제의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 돼야 한다. 이번 심벌 발표를 시작으로 서울 G20 정상회의가 국민과 함께 더욱 환하게 빛나길 기대해본다.

원문보기 :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008/h201008062102182406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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