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경제 문제는 주택 문제와 깊이 얽혀 있다. 최근의 부동산 침체, 특히 주택시장 침체 문제, 수도권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규제 완화를 둘러싼 혼란에서 보듯이 주택 문제는 주택시장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직접 연관되며, 실물경기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결정적인 이유는 빚 내서 집을 사기 때문이다. 2008년 이후 선진국의 경제위기도 주택금융시장에서 사고가 나고 그것이 주택시장 전체를 마비시키고 세계금융시장에 신용경색이 발생해 실물경제가 타격을 입었기 때문에 발생했다. ‘먹는 것 가지고 치사하게 장난치지 말라’는 우리의 격언은 오늘날 ‘사는 집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로 수정해야 할 판이다.
다행히 한국은 수출이 빠르게 회복되는 등 여러 사정이 운 좋게 맞아떨어져 주택금융(주택담보대출), 주택시장이 위기를 면했다. 그러나 뜨거운 맛을 기어코 보아야 정신을 차리려는 듯 작년 주택 가격은 위기 이전 가격을 회복하고 그 이상으로 빠르게 상승했으며 담보대출도 빠르게 증대했다. 정부는 하반기에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DTI 등 대출규제를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도입했다. 이렇게 해도 담보대출은 그후 20조원 이상 증가했지만 주택 가격은 잡을 수 있었다. 적절한 조치였다.
과잉공급 조절 적절한 시기
세계 금융시장이 위축되고, 한국의 경우도 가계부채가 가처분소득 대비 150%를 넘어 금융위기 직전의 미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더 상승하는 것은 위험하다. 여러 지표로 보아 한국, 특히 수도권 집값은 거품이 끼어있다. 더구나 수도권을 제외하면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고 인구감소로 장기 수급상 물량 위주 공급 단계가 곧 끝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요가 증대한다 해도 고령화, 이혼가계의 증가로 1~2인 가구가 늘어나 대형주택은 이미 공급 과잉이니 소형에 공급이 집중돼야 한다. 빚으로 집을 사게 해 가격을 끌어올려 주택 구입을 부추기고, 특히 중대형 수요를 조장해 더욱 공급과잉을 초래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4·23 부동산 대책으로 내놓은 미분양주택 구입, 중소건설사 유동성지원 등은 벌써 약발이 다하고, 추가 대책을 호소하는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2009년 말부터 경제가 호전된 현재 상황은 일시 약효가 있는 약을 더 주는 것(DTI 완화)이 아니라 부실 건설사 구조조정을 유도해 공급을 조절하는 데 적절한 시기다.
장기적으로 주택은 삶의 터전이고 재테크 대상목록에서 지워야 마땅하다. 돈이 있어도 반드시 자가에서 살 필요가 없고, 더구나 빚 내서 집 사는 일은 원천적으로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작금의 주택문제에 접근한다면 다음과 같은 정책이 유효하다고 본다. 2018년까지 보금자리주택을 150만호 공급하고 이 가운데 80만호는 임대주택과 전세주택으로, 나머지 70만호는 분양하겠다는 계획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과거 선진국처럼 세입자의 권리가 잘 보장되는 값싸고 살기 좋은 공공임대주택 비중을 대폭 높이려면 보금자리주택만큼은 향후 계획된 물량부터라도 100%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민간분양 수요와 충돌하는 현 상황, 즉 공공사업이 민간공급을 구축하는 문제도 개선할 수 있다.
보금자리주택 100% 임대로
한국 중산층은 부동산, 그것도 주택으로 자산을 저축해 왔고 그것이 고령화사회에서 핵심적 노후대책이 될 것이다. 중대형 주택이 대량으로 시장에 나와 시장을 교란하고 주택가격이 급락해 노후대책도 위협하는 일을 막으려면, 결국은 주택연금(역모기지론)이 활성화돼야 한다. 연금 가입자가 사망하고,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주택연금 사업자가 주택을 회수해 시장에 내놓을 때, 지방정부가 일정부분을 매입해 중대형의 경우에도 공공임대주택 규모를 늘려가는 것이 좋다. 이렇게 되면 적어도 30~40%는 공공임대주택이 공급되고 이는 주거 중심의 주택환경이 조성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원문보기 : http://www.khan.co.kr/kh_news/art_view.html?artid=201007291813105&code=9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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