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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시론] 숲은 녹색성장의 뿌리/김은식(산림환경시스템학과) 교수

200여 년 전 프랑스의 정치인이자 저술가 샤또브리앙은 "인류의 많은 문명은 숲이 있는 곳에서 시작되고, 그 문명이 끝나는 곳은 사막으로 변한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과거 찬란한 문명을 자랑하던 티그리스ㆍ 유프라데스강 유역과 나일강 유역은 녹색 숲이 사라지면서 지금은 황량한 사막으로 변했다. 숲을 보전하면서 문명을 이어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숲은 생명과 문명의 터전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약 3분의 2는 산과 숲이다. 우리 주변에 있는 대부분 도시 숲의 나이는 대략 40년 정도이다. 그 이전에는 도시 숲이 있는 산이 벌거숭이였음을 말한다. 원래 우리나라는 금수강산(錦繡江山)이라 하여 자연성이 높고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자연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의 자원 수탈과 광복 후의 혼란 등으로 1960년대까지 국토의 많은 부분이 민둥산이었다.

이러한 시기에 정부는 산에 많은 나무를 심고, 땔감을 석탄으로 바꾸는 등 산림분야에서 새로운 발전의 전기를 마련해 나갔다. 그 결과로 이룩한 우리나라의 산림녹화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성공 사례로 인정받았다. 세계적 환경운동가 레스터 브라운은 "산림녹화의 모델국가"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숲은 유엔기후협약에서 인정하는 유일한 이산화탄소 흡수원이다. 녹색 숲은 온실가스를 흡수하여 지구온난화를 경감하는데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숲은 산불 산사태 개발 등으로 인해 그 면적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10여 년 전 우리는 동해안 산불로 처참하게 파괴된 숲을 목격하였다. 숲이 원래 모습을 회복하려면 매우 긴 시간이 소요된다. 산불의 90% 이상이 사람들의 부주의에 의한 실화로 발생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많은 대규모 개발사업들은 우리나라 강산과 후손들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그것을 키워가는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대부분의 개발사업은 우리 강산과 후손들의 지속가능성을 앞장서서 훼손하고 파괴하고 있다. 우리가 과거에 시행해 왔고 지금도 시행하고 있는 많은 개발사업들이 지역 생태계 구조와 기능을 파괴하고 그 발달을 저해해 온 생태학적 평가를 검토해 보면 분명하게 알 수가 있다. 이곳이 바로 우리 시대의 새로운 녹색성장 패러다임을 구현해 나가야 할 분야이다.

올해 우리나라에서 산림과 생태 분야에서 중요한 국제 학술회의가 두 곳에서 열린다. 하나는 8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산림연구 분야의 학술올림픽 '세계산림과학대회(IUFRO) 제23차 총회'이다. 다른 하나는 9월 경북 상주시에서 열리는 '제4회 동아시아 생태학대회'이다. 두 회의에는 산림과 생태학 관련 학자 및 정부인사 등 국내외 인사 5,000여명이 참가한다. 두 회의에 참가한 3,000명 이상의 외국인들은 우리나라의 산림녹화 성공사례와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노력을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하게 될 것이다. 세계인들에게 대한민국을 녹색성장의 모범국가로 알릴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인 셈이다.

미래의 희망 심는 노력을

숲은 생명이며 우리 후손들의 미래를 담보하는 생태적 지표이다. 녹색성장의 뿌리이다. 이 녹색성장을 위해 국민이 첫 번째로 실천해야 할 것이 바로 산림사랑이다. 산림사랑은 한국의 문명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우리 후손들이 아름다운 금수강산에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희망의 씨앗을 심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절실하다.

원문보기 :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008/h2010081221082311202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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