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조선일보]김정남 충격 발언의 숨은 뜻/안드레이 란코프(교양과정부) 교수

김정일 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이 일본 아사히TV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3대 세습에 반대한다"고 충격적 발언을 했다. 많은 관측통들은 절대군주제 국가인 북한에서 '왕자의 난'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을 했다.

물론 북한에서도 왕자의 난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보다는 김정남이 평양 궁정정치에 거리를 두고 싶어 한다는 설명도 있다. 그것이 지금 당장 자신의 생존에도 유리하고 장기적으로도 안전하다고 보기 때문이란 것이다. 김정남이 거리를 두고 싶을 정도로 북한은 경제위기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새로 절대 권력자가 될 사람의 정치적 운명이 너무 어두워 보인다.

여러 전문가들은 북한이 중국식 개혁을 시작함으로써 경제를 이른 기간 안에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분단국가인 북한의 특성상 중국식 개혁은 심각한 정당성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 민중은 개혁과 개방으로 말미암아 남한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되고, 비교하게 되면서 자신의 생활이 얼마나 어려운지, 북한이 얼마나 낙후했는지 진정으로 깨닫게 될 것이다. 결국 민중은 김씨 왕조를 나라의 경제를 파괴한 세습 독재자로 볼 것이다. 개혁을 시작한 권력자가 희생양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권력 유지와 특권 유지를 최고의 목표로 여기는 북한 지배층에 가장 합리적인 전략은 개혁·개방을 하지 않고 버티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오래 갈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시대착오적인 스탈린주의 경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북한은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중국·일본보다 점점 더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김일성 시대와 달리 이제는 아무리 북한이라도 완벽한 쇄국은 불가능하다. 북한 민중들은 조금씩 조금씩 중국과 남한을 비롯한 이웃 나라의 생활상과 자유에 대해서 알아가고 있다. 체제에 대한 의심과 불만이 커져 간다는 뜻이다. 나는 조만간 이 불만이 노출될 것으로 본다. 민중혁명이든 군부 쿠데타든 궁정 내부 음모든 일이 벌어지면 희생양이 될 사람은 과거의 정치를 상징하는 권력자가 될 것이다. 바꿔 북한 위정자들에게 개혁을 하는 것은 재앙을 초래하는 전략이며, 개혁을 하지 않은 것은 재앙을 기다리는 정책이다.

이론적으로만 보면 김씨 가족의 입장에서는 북한 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할 때에 자신들 대신에 희생양이 돼 줄 사람이 필요할 것이다. 김정은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왕족 전체가 증오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오랫동안 살아 보았고 나이도 비교적 많은 김정남은 다른 북한의 왕자들보다 왕조의 비극적인 상황이나 미래를 더 잘 예감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가 "개인적으로 3대 세습을 반대한다"는 놀라운 발언을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김정남은 북한 권력자가 되는 것이 고장 난 비행기를 조종하는 비행사가 되는 것과 같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물론 그의 발언이나 행동이 아버지와 북한 고위 간부들에게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지만 김씨 왕족 중에서 김정남의 선택이 가장 합리적으로 보인다. 지금은 김정남의 처지가 한심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세습 권력자 김정은은 말년에 어떤 참극을 맞을지 알 수 없다. 반대로 평양 궁정에서 도망친 김정남은 왕족들의 돈을 쓰면서 마카오와 같은 외국 도시에서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다.

원문보기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10/20/2010102002093.html

이전글 [아주경제-이색학과 '톡톡'] 국민대 발효융합학과
다음글 [세계일보]국민대 자동차 동아리 KORA - (2) 365일은 자동차를 꿈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