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글로벌포커스] 이민 수용 결단 시점이 임박했다 / 란코프(교양대학) 교수


인구문제 해결 방책으로
예산투입·통일은 답 못돼
이민 수용이 유일 대안
이때 문제는 사회갈등
2세대 동화방안 고민해야


 
2020년 사망자는 출생아보다 더 많았고, 통계 작성 이후 최초로 주민등록 인구가 자연 감소했다. 출산율은 0.83명으로 예측된다. `인구 감소 태풍`의 시작이다. 

 

이 태풍에 대한 사실상 실효성 있는 유일한 대책은 대규모의 이민 수용뿐이다. 이때 이민자 문제는 중요한 현안이 될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이민 수용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 문제를 객관적으로 볼 때가 거의 도래했다. 이민은 사회 갈등을 야기하지만, 효과적인 정책을 세우면 갈등을 많이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여론은 이민 논의를 아예 회피하고 있다. 아마도 인구 위기에 대해 두 가지 기대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첫째는 예산 확대로 출산율을 회복시킨다는 기대다. 그런데 저출산 예산 규모는 매년 확대되고 있지만 출산율은 급락하고 있다. 2015~2020년 150조원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은 1.24명에서 0.8명대로 급락했다. 2020~2025년에는 200조원이 투입될 계획인데, 이번 결과는 과연 다를까? 

 

둘째는 통일이다. 많은 사람들은 북한의 고령화율이 낮기 때문에, 막연하게 통일이 인구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통일이 실제로 될지 알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북한도 출산율이 그리 높지 않으며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결국 유의미한 저출산 대책은 사실상 이민뿐이다. 오늘날 세계에서 인구 규모를 유지하면서 고령화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선진국은 거의 모두 이민을 수용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상황이 사뭇 다르다. 체류 외국인이 240만명에 달하지만 절대 다수는 한국 사회에서 사실상 이방인이며 한국 주류 사회에 합류할 희망도 거의 없다. 대부분 동아시아 국가처럼 한국도 동질성을 높이 평가하고 이방인을 본능적으로 고립시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이민자들이 눈에 띄지 않게 살면서 3D업종에 종사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는 있지만, 이민자와 2세들을 사회의 평등한 구성원으로 볼 생각이 별로 없다. 중국동포나 탈북자의 경험을 보면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은 같은 인종이며 언어 장벽도 없지만, 심한 차별을 당하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물론 한국 사람들은 선진국 출신 고급 인력을 환영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한국으로 올 생각이 별로 없다. 

 

문제는 갈수록 가속화할 인구 감소 때문에 한국은 조만간 불가피하게 이민을 수용할 필요가 생길 것이다. 그런데 이민자 중 상당수는 본국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고립이나 차별 등에도 불구하고 한국 생활이 본국보다 훨씬 낫기 때문이다. 

 

이민자가 증가하면 한국 사회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이민 2세이다. 이민 1세대는 자신의 선택에 따라 한국에 왔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어려운 생활에 대해서 큰 불만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2세대는 자신이 한국에서 사는 것을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그들은 교육, 취업, 일상생활 등에서 `순수한` 한국인들보다 차별을 받는 것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2세대는 심각한 사회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세계의 경험을 보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동화뿐이다. 이민 1.5세와 2세를 어린 시절부터 문화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한국인화시키는 것이다. 그 어린이들은 한국인 동급생들과 완전히 같은 대우를 받고 자신의 피부색과 무관하게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생각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이민이 초래할 사회 갈등을 완화하고 한국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 상황을 고려하면, 마지막까지 이 문제에 대해 눈을 감다가 뒤늦게 대책을 세울 것이 확실하다. 그렇지만 초저출산의 지속과 인구 감소의 확대 그리고 이민 수용은 곧 다가올 미래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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