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공정·법치와 거리 먼 文의 법무장관들 / 홍성걸(행정학과)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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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박범계 법무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꼬리를 문다. 제19대 국회부터 대전 서구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한 국회의원이 공직자 재산등록 과정에서 누락시킨 재산이 있는가 하면 부인 명의 재산을 친척들에게 헐값 매각한 의혹, 고시생 폭행 의혹과 시의원 후보들에 대한 불법 금품 요구 의혹 등 그 내용도 다양하다. 청문회를 통해 검증돼야 하지만, 180석 가까운 여당의 궤적을 볼 때 인사청문회는 요식행위일 것이다.
다른 자리도 마찬가지지만 법무장관은 법치주의를 수호해야 하는 막중한 자리다. 그래서 다른 장관보다 더 엄격한 도덕성과 투명성, 공정과 정의의 기준이 요구된다. 그런데도 언론이 불과 며칠의 취재만으로 제기한 의혹들을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놓쳤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더구나 과거 민정수석 시절, 철저한 인사 검증을 위한 매뉴얼까지 만들어 놓고 나왔다는 문재인 대통령 아닌가. 그러니 박 후보자의 이런 흠들은 문제가 안 된다고 결론 내렸거나, 아니면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에 대한 형식적 검증 절차만을 거쳤다고 볼 수밖에 없다. 어느 쪽이든 청와대의 책임은 면할 수 없다.
돌이켜보면 문 정부의 인사 검증은 허술하기 짝이 없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비난했던 일들을 그대로 답습했다. 과거 민정수석이 법무장관으로 직행하는 건 안 된다며 그렇게 반대하더니 조국 수석을 법무장관에 앉혔다. 그런 조 내정자가 부인의 사모펀드 투자 의혹에서부터 자녀의 입시를 위한 각종 스펙 위조 의혹, 웅동학원 관련 의혹 등 수없이 많은 불법 의혹을 뻔히 알면서도 임명을 강행했다. 추미애 전 장관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아들 특혜 휴가 문제를 모른 체했고, 이후 검찰에 대한 인사권 전횡과 헌정 사상 유례없는 지휘권·감찰권·징계권 행사를 통해 윤석열 총장을 끌어내리려 했다가 모두 실패했다.
이들의 의혹도 문제려니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의혹을 부정(否定)한 것들이 사실로 드러난 사례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조 전 장관은 자녀의 입시를 위한 많은 스펙을 조작하거나 위조했다는 게 부인 정경심 교수의 1심 판결에서 사실로 확인됐다. 추 장관도 아들의 군 복무 때 특혜 휴가에 관해 많은 거짓말을 했음이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한마디로 법무장관에 지명된 인사들이 국민 앞에서 거짓말을 밥 먹듯 했다는 말이다. 이러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잘못이 없다고 억지를 부린다. 임명권자인 대통령도 한마디 사과조차 없다.
도대체 문 정부 법무장관의 조건은 무엇인가. 마땅히 가장 중요한 조건이 돼야 할 도덕성, 정의와 공정, 법치주의 수호 의지 등은 눈을 씻고 찾아도 볼 수 없다. 지금까지 드러난 3인의 법무장관 임용 사례로 보면 오직 한 가지만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문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일체감과 충성심이 그것이다.
장관직을 수행할 사람들이 통치권자와 같은 생각과 가치를 가져야 한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렇더라도 국민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최소한의 도덕성과 정의감·공정성·정직함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제 편이면 무슨 일을 해도 괜찮다는 편향적 생각과 믿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법무장관 감이 못 된다. 그 자리는 모든 국민에게 공정하고 공평하게 법을 적용해야 하는 자리이지, 내 편에만 충성하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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