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너섬情談] 묻고 더블로! / 이경훈(건축학부) 교수

 

“10만 받고 10만 더!” “묻고 더블로!”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다가오며 후보들의 공약 레이스가 치열하다. 어느새 75만을 넘어 80만까지 올라갔다. 전임 국토교통부 장관 말처럼 빵이라면 밤새워라도 만들 수 있겠지만 아파트를 단시간에 십만 단위로 공급하는 일은 쉽지 않다. 고 박원순 전 시장이 8만 가구 공공주택 공급 약속을 지키느라 근 10년을 애썼지만 겨우 달성할 정도였다.

 

당장 눈을 끌 수 있기는 하지만 가구 수 중심의 공약은 함정도 많다. 정작 필요해서 가격을 끌어올리는 아파트는 방이 세 개쯤 있는 중간 규모이다. 이걸 쪼개면 3배 많은 주거를 공급한 것으로 계산할 수 있기에 혼자 살기에도 좁은 원룸으로 짓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열 평도 안 되는 작은 규모를 십만 단위로 지어낸들 부동산 가격 상승과는 무관한 공공주택이 될 수도 있다. 셰어하우스 같은 새로운 주거 형식도 마찬가지다. 미혼의 젊은이 서너 명이 거실과 부엌을 공유하는 주거 형태이다. 혜택을 받는 사람은 여럿이지만 가구 수로는 한 채이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서부터 공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일도 있다.

 

부동산이 항상 오르리라는 법도 없다. 지난 정권만 해도 빚내서 집 사라고 홍보할 정도였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아파트도 주식처럼, 금처럼, 비트코인처럼 가격이 내릴 수도 있다. 미분양이나 공실 문제로 다시 골머리를 앓을 수도 있다. 무계획적으로 마구 지어진 아파트가 비게 되면 흉물이 되고 우범지대로 변해 도시의 골칫덩어리가 되는 일은 생각보다 빨리 올 수도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인구 감소기에 접어들었지 않았는가.

 

심각한 문제는 후보들의 도시에 대한 이해다. 그 정도 숫자의 주거를 지으려면 서울 시내 전역을 아파트로 채워야 한다. 시내 중심부터 시 경계까지 아파트로 채워진 서울을 상상해 보았는가. 그리고 이어지는 경기도에서는 다시 아파트가 시작된다. 그러고는 신도시를 만나고 다시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지어진다. 중간중간 생활의 거점이자 사람이 모이는 상업지역이나 준주거, 역세권에서도 아파트 건설 제한 비율을 풀고 층수를 높여 아파트를 더 짓겠다고 한다. 그 많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며 살게 될까? 그들은 어떻게 출퇴근을 할까? 시민의 삶의 질은 나아질까?

 

도시를 아파트로 채우는 일은 ‘어반 스프롤(urban sprawl)’ 현상을 떠올리게 한다. 주로 미국 도시 교외에서 주거를 무계획적으로 지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주거단지가 도시 경계를 넘어서 자연 환경을 파괴하고 주거 일색이어서 필연적으로 자동차 중심의 도시를 만들게 된다. 서울시장 후보들의 공약이 실현된다면 그건 내파적(內破的) 어반 스프롤이 될 가능성이 크다. 체계적 계획이 없다는 점에서 닮아 있고 당장 돈과 표가 되는 주거를 집중적으로 지으며 다양성을 파괴한다는 점에서 어반 스프롤과 같다. 다만 도시 외부로 확장하기보다는 기존 서울의 주요한 기능을 없애며 벌어진다는 점에서 내파적이다.

 

도시에서 주거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주거가 도시 문제 전부는 아니다. 서울은 육백년 고도가 인구 천만 도시로 확장하며 불가피하게 품게 된 고유의 모순이 있다. 물론 현대 도시들이 공통으로 부딪히는 새로운 도전도 있다. 재래시장과 동네 상권을 위협하는 기업형 대형마트 문제가 있다. 그마저 문 닫게 하는 전자상거래의 약진이 있다. 출퇴근에 한 시간 이상이 걸리는 교통 문제도 기다리고 있다. 기후변화나 환경의 문제는 어떤가?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니 이에 대한 대비는 있는가? 이로 인해 일자리를 잃거나 소외될 시민들의 문제는 어떻게 대비하나? 도쿄나 상하이, 홍콩 등과 경쟁해 산업을 지켜야 하는 코스모폴리스 서울의 미래는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이 모든 문제보다 중요하게 시민의 행복과 삶의 질에 대한 고민과 해답은 있는가? 시장 후보들의 균형 잡힌 공약과 토론을 기대한다. “골목 상권 받고 걷는 도시 더!” “묻고 더블로!”

 

이경훈 국민대 건축학부 교수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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