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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 위험 항로로 돌진하는 북한 경제 / 란코프(교양대학) 교수

 

최근에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가 나라의 경제 전략을 180도 바꾸기 시작한 것이 확실하다. 이것은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다. 새 노선은 북한 인민들, 남한을 비롯한 외국들, 그리고 북한 엘리트층 자신들에게까지 좋지 않은 결과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12~2017년 김정은은 경제부문에서 몇 가지 중요한 개혁을 실시했는데, 1980년대 개혁을 시작한 중국과 비슷한 점이 많았다. 아직 남아 있는 명령식 중앙계획경제를 많이 폐지하고, 국영기업의 시장화를 장려했으며, 농가들의 자율성을 어느 정도 인정했다. 또한 신흥 개인사업가(돈주)들에 대한 단속을 중지했고, 그들과 협력하는 정책을 실시했다. 이 전략 덕분에 북한의 경제 상황은 많이 개선되었는데, 몇 년 동안 4~5% 성장을 달성했다. 

 

하지만 이것은 다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다. 2017년 북핵, 미사일 위기가 초래한 엄격한 대북제재, 그리고 코로나19 방역을 비롯한 여러 이유 때문에 북한 경제는 심한 타격을 받고 있다. 이것은 객관적인 사실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타격을 받은 다음에 김정은 정권이 개혁정책을 포기하고, 25년 전에 이미 죽어버린 시대착오적 명령식 계획경제 부활을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 것이다. 

 

1월 초 제8차 당대회, 그리고 지난주 개최된 전원회의 자료들은 이 사실을 의심할 여지 없이 잘 보여준다. 북한에서 가끔 흘러나오는 비공개 자료들을 통해서도 김정은 정권의 정책 유턴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 북한에서 셀 수 없이 반복되는 이야기는 국가경제지도기관들의 역할을 결정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모든 경제기관들이 당과 국가가 정한 계획에 따라 움직이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경제전략의 기본 과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 김정은과 그 측근들은 이 방법을 통해 경제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다고 믿기 시작했다. 매우 시대착오적이며 비합리적인 사고방식이 갑자기 평양 엘리트들의 경제전략을 좌우하는 신조가 되었다. 

 

국가의 역할 강화 및 경제의 재(再)국가화는 핵심인데, 몇 가지 추가적인 조치들도 실시되기 시작했다. 하나는 사상교육과 선전선동이다. 최근 북한 언론들은 노동자와 농민들이 주체사상과 총비서를 열심히 믿어서 밤낮 없이 일한다면 모든 문제를 기적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시끄럽게 강조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새로운 과학기술의 도입이다. 그러나 제일 무서운 것은 국가가 준 계획을 달성하지 못한 경영자들에 대한 처벌이다. 최근 김정은의 연설과 북한 언론이 강조하는 것은, 국가가 정한 계획은 법이기 때문에 계획을 달성하지 못한 경우 검찰기관을 비롯한 법기관들은 이것을 범죄로 간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북한이 이러한 유턴을 시작한 이유를 현 단계에서 알기 어렵다. 아마 김정은은 객관적인 이유 때문에 생긴 위기를 중국과 비슷한 개혁으로 극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자신의 할아버지 시대 북한 경제의 붕괴를 초래한 구식 방법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는지도 모른다. 

 

물론 현 단계에서 새로운 노선이 초래할 결과를 예측하기 아주 쉽다. 김정은은 지난 8차 당대회에서 북한 경제가 2016년에 희망한 수준보다 엄청나게 미달되었다고 인정했다. 새 노선의 결과는, 훨씬 더 심한 경제 후퇴일 것이다. 

 

그러나 미·중 신냉전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가운데 북한을 완충지대로 여기는 중국은 북한에서 대량 기근이 생기지 않도록 도와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국의 이 같은 태도는 북한 인민들에 대한 동감이 아니라, 자신의 국가 이익 때문이다. 중국의 지원은 기근을 예방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을 반전시키지 못할 것이다. 

 

지금 북한 경제호는 암초로 돌진하는 조짐이 많이 보이고 있다. 그들은 나중에 궤도를 수정하겠지만, 언제 어떻게 수정할지 알 수 없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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