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뮤지엄에 대한 새로운 진단과 평가의 필요성 / 안진호(행정대학원) 겸임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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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호_국민대 미술관,박물관학 전공 겸임교수, 경영학박사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촉발된 비대면 서비스로의 전환은 산업 전반에 걸쳐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타인과의 접촉을 줄이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이는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고, 전반적인 생활양식을 변화시키고, 시장에 완전히 자리 잡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다. 확실한 것은 코로나 팬데믹이 끝난다 하더라도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다. 이러한 영향은 문화예술 분야에도 예외 없이 적용될 것이다.
뮤지엄의 존재 이유와 목적의 변화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은 사회, 문화, 경제 모든 분야에서 눈에 보이는 유형적 성과보다는 무형적 가치를 창출하는 목적이 중요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의 표준화된 눈에 보이는 제품(product)을 거래하는 제품중심논리(Product Dominant-logic)에서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고객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서비스중심논리(Service Dominant-logic)에 기반을 둔 가치 창출의 관점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 의미는 뮤지엄의 존재 이유와 목적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기존의 뮤지엄은 유물을 공간에 수집, 보관, 연구하는 이유와 목적이었다면, 이제는 뮤지엄을 직접 방문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즐기고 있는 Ontact, Untact 상의 모든 관람객과의 상호작용과 그들에게 문화 예술적 효익을 제공하는 가치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다.
관람객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의 중요성
결국, 뮤지엄의 미래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사용자들인 관람객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에 달려있다.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의 핵심은 뮤지엄을 이용하는 그들의 들어나지 않는 마음인, 성향을 파악해서 선제적인 대응을 하는 것이다. 성향이란 일반적으로 사물이나 현상이 가지고 있는 성질(고유의 특성)이나 기질 또는 성질에 따른 경향으로 성격, 가치관, 혐오, 차별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객관적이고 정량화하여 측정하고, 분석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이와 같은 성향을 파악하는 방법으로 최근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 바로 ‘경험’이다.
2020년 CES(세계 최대의 가전쇼)에서 삼성전자 김현석 사장이 기조연설에서 ‘앞으로 삼성의 10년은 경험의 시대’라고 정의하면서, 경험경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여기서 말하는 ‘경험’의 의미는 고객이 되기 전, 현재의 고객, 고객 이후를 모두 바라보는 총체적이고 맥락적 관점이다. 다만 경험의 특성상 정량화하거나, 명확한 구분을 짓기는 어렵다. 하지만, 경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성향 중심에서 진단하고 평가하는 뮤지엄의 전략을 준비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사용자 성향 관점에서 새롭게 진단, 평가가 중요
비대면 시대의 뮤지엄은 Ontact, Untact 상에서 이용하는 관람객의 현재 모습과 이러한 방문방식으로 이해 가능한 그들의 contact에 관한 다양한 동기 유발과정의 행동과 감정 등을 이해해야 한다. 즉 맥락적(contextual) 관점에서 관람객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지만, 드러나지 않던 관람객의 욕구를 파악하고 대안을 찾을 수 있다. 에스노그라피(ethnography) 방식과 같은 현장조사가 뮤지엄의 사용자 성향 진단에 있어서 중요한 측정절차가 될 수 있다. 또한 페르소나(persona) 기법을 활용하여 예상 사용자를 유형화하고 그에 대한 여정지도(journey map) 기법을 적용하는 것이 그들의 경험 데이터에 기반한 사용자 성향을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진단, 평가 방식은 기존의 공공기관 경영평가나 소비자만족도 평가와 같은 유형성에 대한 사후 진단과 평가 방식이 아닌, 먼저 우리의 사용자(관람객)을 정의하고 그들의 관점에서 진단, 평가, 전략을 세우는 과정이다.
뮤지엄의 미래는 사용자 성향을 중심으로 선제적 전략이 중요
뮤지엄은 커다란 패러다임의 변화에 놓여있다. 여기서 어떠한 전략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지가 중요한데, 그 중심에는 관람객이라는 사용자가 있다. 때문에 무언가 눈에 보이는 것을 만들어놓고 그들에게 평가를 받겠다는 논리가 아니라, 우리 뮤지엄을 경험하는 사용자들의 성향을 먼저 예측하는 선제적 대응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뮤지엄은 사용자들의 성향을 진단해 내고, 그들이 원하는 좋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관람객들의 뮤지엄 이용 시 상호작용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객의 감정적 반응인 고객경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은 뮤지엄만이 아니라, 모든 문화예술 기관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뮤지엄의 새로운 전략은 공간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아닌, 사용자인 관람객의 성향을 중심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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