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글로벌포커스] 논리적이나 불가능한 꿈, 南核 / 란코프(교양대학) 교수

 

최근 서울에서 자체 핵무장, 즉 남핵 이야기는 다시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몇몇 이유가 있는데 핵심은 미국 명문 다트머스대의 교수들이 10월 7일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칼럼이다. 그 교수들은 한국이 핵을 개발할 필요와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는데, 서울의 많은 사람들은 미국에서도 남핵 지지가 늘어나고 있다는 징후로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은 착각이다. WP는 유력지이며 독창적인 칼럼들을 종종 게재하지만, 칼럼은 미국 조야의 생각과 전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필자도 가끔 이 신문에 칼럼을 기고했지만, 당연히 필자의 의견과 제안은 워싱턴 조야의 입장과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이었다.

 

물론 남핵은 논리가 있다. 북한이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를 방사능 폐허로 만들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한 상황에서, 미국 핵우산에 대한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카불을 황급히 떠난 미군의 모습은 의심을 더욱 강화시킨다. 또한 화평굴기의 가면을 벗어버린 중국의 모습 때문에도 한국은 절대무기에 대해서 관심이 더욱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남핵을 가로막는 장애물, 즉 미국과 국제사회의 부정적인 태도 그리고 중국의 반응을 극복할 희망이 없다. 남핵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미국과 국제사회를 설득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그 사람들은 한국이 전례 없는 안보 위협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핵확산금지조약(NPT)의 특별 규정을 사용해서 핵개발을 할 수 있고, 이 결정이 미국·서방세계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은 매우 소박한 태도다. 주권국가들로 구성돼 있는 국제사회에서 국가들은 자신의 국익을 한국의 국익·생존보다 더 중요시할 수밖에 없다.

 

남핵은 미·중 등 모든 강대국에 심한 타격을 주는 것인데, 먼저 남핵은 매우 위험한 전례가 된다. 남핵이 성공한다면 곧 여러 핵보유국이 추가로 등장할 텐데, 이는 전후 국제질서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것이다. 한편으로 미국이 남핵을 허용한다면, 중국·러시아도 어떤 반미 국가의 핵개발을 지원할 수도 있다. 남핵은 베네수엘라 핵의 길을 열어줄지도 모른다. 둘째, 핵보유국이 많을수록 우연한 핵전쟁이 생길 수도 있고, 특히 테러조직들이 핵을 얻을 위험이 훨씬 높아진다. 테러조직은 핵무기를 얻지 못한다고 해도 핵물질을 입수해서 방사능 폭탄을 만들 수도 있다.

 

따라서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이 남핵을 허용할 가능성은 제로다. 서울에서 미국은 한반도에 관심이 많다고 믿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나 미국 결정권자들에게 한반도는 넓은 세계의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워싱턴은 결정을 내릴 때 한반도보다 세계 전체를 생각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베이징이다. 흥미롭게도 남핵론자들은 미국 이야기를 주로 하며 중국에는 거의 관심이 없다. 그러나 남핵이 시도될 경우 정말 강한 압박이 오는 곳은 워싱턴이 아니라 베이징이다. 중국에 남핵은 악몽이기 때문이다. 일본·대만·베트남을 비롯한 중국 주변국 대다수는 중국의 팽창을 매우 우려하고 있으므로 만약 남핵이 생긴다면 이들 국가도 중국 억제를 위해 핵개발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남핵 시도가 있다면 중국은 무역 보이콧을 포함한 초강경 보복을 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지금 이란 핵개발 저지를 위해 파괴 활동·핵과학자 암살·컴퓨터 해킹에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중국 정보기관의 모범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남핵 시도는 미국·중국·국제사회 모두에서 심한 압박을 받을 것이 확실하다. 유엔 제재 대상이 되고,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에 큰 문제가 생기고, 무비자협정이 대부분 취소돼 외국 여행도 어려워질 때 한국 사회는 이것을 견딜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남핵은 한미동맹과 공존할 희망이 없다. 남핵론은 논리성이 있지만, 현실주의가 조금도 없는 주장이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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