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후보만 있고 정당은 사라진 선거 / 장승진(정치외교학과)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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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통령선거의 대진표가 확정되고 각 후보들은 전국을 누비며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정작 유권자들이 체감하는 선거 열기는 그리 달아오르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많은 이들은 대장동과 고발 사주를 비롯하여 두 후보 모두 여러 가지 개인적 의혹에 휩싸이다 보니 유권자들이 지지하고 싶은 후보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물론 그러한 이유도 있겠지만, 이 글에서는 조금 다른 측면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사후적인 해석일 수도 있겠지만, 역대 대선의 승자들을 되돌아보면 각자가 제시한 5년간의 한국 사회의 모습 혹은 비전이 존재했다. 물론 각 후보가 제시한 비전의 내용에 대해서는 찬성과 반대가 갈릴 수 있겠지만, 최소한 이 사람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한국 사회를 어떠한 방향을 끌고 가려고 하겠다는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어떤 후보도 이러한 비전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후보마다 이런저런 정책과 공약을 발표하지만, 주로 현안에 대한 대응일 뿐 파편화된 공약들을 하나로 엮어주는 비전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그런지 윤석열 후보가 내세우는 공정과 상식의 내용은 여전히 찾아볼 수 없으며, 이재명 후보의 '합니다'에는 목적어가 빠져 있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번 선거에서는 비전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인가? 필자는 비전의 실종이 정당의 소외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선거에서 후보가 전면에 나서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당의 지원 없이는 후보가 선거를 치를 수 없으며 나아가 당선되어도 국정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다. 따라서 경선 과정에서 예비후보 간에 서로 차별적인 공약을 내세우더라도, 일단 후보가 확정되면 후보의 공약을 정당의 정책과 노선으로 녹여내는 작업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후보의 공약이 단순히 후보 개인의 것이 아닌 5년간 국가를 이끌어갈 집권 여당의 국정 어젠다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양대 후보가 모두 소속 정당의 주도 세력으로부터 거리가 있기 때문인지 몰라도, 지금까지 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는 이러한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현재 선대위 구성을 둘러싸고 두 정당이 겪고 있는 잡음 또한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재명과 윤석열 두 후보가 이러한 상황에 대한 서로 다른 대응법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윤석열 후보는 현 정권에 반대하는 모든 인사들을 끌어모아 정당보다 더 큰 선대위를 만들고자 하는 반면에, 이재명 후보는 후보를 중심으로 정당을 쇄신하고 슬림화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어느 전략이 더 성공적일지는 선거 결과가 말해주겠지만, 본질적으로 두 전략 모두 정당이 중심이 되는 모습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전자가 그렇지 않아도 뿌리가 약한 나무에 주렁주렁 무거운 장식을 매다는 격이라면, 후자는 지나친 가지치기가 혹시 뿌리를 상하게 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일찍이 샤츠슈나이더는 정당을 빼고는 현대 민주주의를 생각할 수도 없다고 이야기했지만, 어째 한국에서는 선거를 치르면 치를수록 점점 정당이 주변화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선거에서야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애초에 정당이 제대로 서지 못하니 누가 이기든 정치는 방향을 잃고 갈팡질팡할 뿐이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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