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홍성걸 칼럼]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대선 / 홍성걸(행정학과)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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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 때부터 행정학을 공부했고 유학 가서는 정치학을 공부해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지금까지 30년 넘는 세월을 정치와 행정 분야에서 꾸준히 연구와 강의, 사회 참여를 해 온 필자에게 오늘 아침 문득 '정치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이 떠올랐다.
동서고금에 '정치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수많은 논의와 토론이 있어 왔기에 굳이 여기서 이를 반복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본격적 선거운동에 돌입하면서 하루에도 수없이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후보들을 보면서 정치가 사람을 참 우습게 만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고백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기가 막힌 변신술은 특히 '정치'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기본소득, 기본주택 등 소위 '기본' 시리즈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운 사람이다.
그랬던 그가 지난 11월 18일, 그토록 압박하던 전국민 재난지원금 주장을 '고집하지 않겠다'면서 물러섰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기본소득도 국토보유세도 '국민의 동의 없인 어떤 일도 하지 않겠다'며 유연하게 변화의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 내 강경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국 사태에 대하여 직접 사과했으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사과함은 물론, 과감한 공급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그뿐인가. 갑자기 자신의 출신이 '비천하여 주변이 더럽다'면서 집안까지 모욕하기를 서슴지 않는다.
모두 그동안 이재명 후보가 주장했던 공약을 대폭 바꾼 것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유연하고 융통성 있는 후보라 칭찬할 수도 있다. 만일 이것이 진심이라면 이 후보가 설계했던 미래 대한민국의 모습이 근본에서부터 바뀔 것이지만, 그게 아니라는 것이 여기저기서 드러난다. 삼성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 후보는 삼성이 '기본소득'을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언젠가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였지만 야당의 총괄선대위원장인 김종인 씨도 기본소득에 찬성했다고도 했다.
여전히 '기본'소득과 '국토보유세' 등 사실상 국가체제의 근본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에서 '사회주의'나 궁극적으로는 '공산주의'에 가까운 체제로 바꾸겠다는 강한 의지가 보인다.
이재명 후보는 자신의 공약을 철회했다고는 하지 않았으며, 다만 지금 이 시점에 고집하지 않는 이유로 '국민의 동의'를 내세운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이나 기본소득, 국토보유세 등 대표적 공약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높지 않으니 내놓은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언제든 국민이 동의하면 얼마든지 입장을 바꿔 지금까지 고집하지 않겠다던 각종 '기본' 정책들을 하루아침에 강력히 추진할 수도 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여론은 얼마든지 조작 가능하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고, 여론조사는 조사기관과 시기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어서 유리한 것을 골라내면 될 것이라는 것도 상식이다.
하긴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분열을 치유하고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삼겠다고 천명했으며, 자신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인재를 등용하겠다고 천명했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말도 했다. 게다가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었다. 지나고 보니 이 모든 약속은 애초에 지킬 마음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까지 이런 대선은 없었다." 언론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후보들이 국회의원 한번 해 본적 없는데다 모두 고소 고발된 피의자 신분이기에 나온 말일게다. 이제는 국민이 직접 나서서 거짓말을 엄히 징계함으로써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첫 번째 선거를 만들어야 한다. 플라톤이 지적한 것처럼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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