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홍성걸 칼럼] 국민이 뿔났다 / 홍성걸(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대선을 60여 일 앞두고 발생한 국민의힘 내홍은 윤석열 후보의 지지도를 약 10%포인트(p) 떨어뜨렸다. 총괄선대위원장이라는 사람은 후보에게 시키는 대로 연기만 해달라고 하질 않나, 대표라는 사람은 하루에도 수차례씩 방송과 SNS에서 자당의 후보를 공격해 대더니 결국 선대위 해체와 김종인과의 결별을 낳은 것이다. 덕분에 안철수 후보는 앉아서 15% 지지율을 돌파하는 행운을 얻었다.

 

돌이켜보면 윤석열이라는 강골 검사를 정치판에 끌어들인 것은 문재인 정부와 국민이었다. 울산 선거에서 대통령 친구를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의 8개 부서가 동원된 사건은 임기가 끝나도록 수사와 재판이 진전되지 않고 있다. 검찰 개혁을 하겠다며 민정수석을 법무장관에 임명했다가 발생한 조국 사태는 문재인 정부의 공정과 형평성에 강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월성원전 조기 폐로 주문에 경제성 평가까지 조작한 산업부와 한수원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는 답보 상태다. 기수와 서열을 무시하며 발탁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은 자신을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충성하지 않았다. 추미애를 내세워 윤석열을 쫓아내기 위해 강하게 압박한 것이 오히려 그를 정치적 대안으로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발생한 수많은 불공정과 내로남불, 법치 무시를 보다 못한 국민이 정권교체를 위한 대안으로 선택한 인물이 바로 윤석열이었다.

 

그런 윤석열에게 '별의 순간'을 언급하며 대선으로 끌어들인 사람이 김종인이었다. 김 씨는 경제민주화를 바탕으로 중도적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고 과거 경력이 말해주듯이 쓰러져 가는 정당을 되살리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그런 김 씨가 윤석열 선대위에 합류하여 보낸 33일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국민은 잘 알지 못한다. 다만 후보와 합의 없이 선대위 해체를 선언하며 후보에게 시키는 대로 연기만 해달라고 주문한 것을 알 뿐이다. 후보의 실언이나 실책을 줄이려는 선한 의도였다고 하지만 유권자의 눈에는 후보의 무능력을 강조한 것으로 보였다. 그런 김 씨와 함께한다면 후보 스스로 꼭두각시임을 자인하는 것이다. 국민이 그런 후보에게 표를 주겠는가. 김 씨와의 결별은 선택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외통수였다.

 

'30대 0선'의 이준석 대표는 불과 10여 일 전에 '윤핵관'을 이유로 선대위에서 물러나 잠적했다가 가까스로 후보와의 전격적 울산 회동을 통해 사태를 봉합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복귀 후에도 방송과 SNS를 통해 후보와 윤핵관을 집중적으로 비난하더니 급기야 대표 권한을 주장하며 말을 들어 먹으라 호통쳤다. 싸움의 대상이 여당과 이재명 후보가 아니라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가 된 것이다. 본인은 선거에서 이기려면 자신의 의견대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다수 국민은 보궐선거와 지방선거에서의 공천권 행사를 위해 대표 권한을 지키려는 얕은 수로 보고 있다. 대선 승리 없이는 모든 것이 불가능한데도 말이다.

 

윤 후보의 처가와 부인 리스크는 처음부터 알려진 사실이어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가 정치 초년생이어서 이런저런 실수와 실책이 있을 것이라는 것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그런 후보를 정권교체를 위한 적정 인물로 본 사람이 김종인 위원장이고 국민의힘에 끌어들인 사람이 바로 이준석 대표였다. 이 대표는 소년등과하여 세상 경험이 부족해 그렇다 치자. 물러나면서 윤 후보를 직설적으로 비난하는 김 씨를 보면서 나이 먹는다고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할아버지의 가르침이 생각난다. 그저 점잖게 정권교체를 이루어 국민의 염원에 보답하라는 한마디만 남겼다면 어땠을까.

 

문재인 정부의 지난 5년은 민주주의라는 미명하에 합법적 방법을 통해 자유민주주의가 죽어가는 과정이었다. 정권을 가진 자들만 특권과 행복을 누리면서 언론과 사법부, 검찰, 공수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심지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까지 모조리 장악하여 우리 사회의 심판 기능을 모두 자신의 권력 유지 수단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이번 선거의 의미는 표면적으로는 정권교체 여부지만 그 본질은 자유냐 독재냐, 자본주의냐 공산주의냐를 선택하는 것이다.

 

국민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지켜줄 후보와 정당을 원하는 것이지, 그것이 반드시 국민의힘이나 윤석열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는 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이 단단히 뿔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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