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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터넷 생태계 보호 위한 새 제도가 필요하다 / 문성배(국제통상학과) 교수

구글 등 6개 빅테크 트래픽 57% 차지
망사용료 등 달라진 환경 맞게 보완해야

문성배 국민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지난해 6월 주목할 만한 기업 간 소송의 판결이 있었다. 글로벌 1위 온라인동영상서비스 기업인 넷플릭스가 국내 2위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망 이용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며 낸 소송에서 패한 것이다. 넷플릭스는 1심 판결에 불복해 바로 항소심을 제기했고, 2심 재판이 한창 진행 중이다. 디지털 선도 시장인 한국에서의 재판 결과는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정책적 측면에서 핵심 질문은 소비자에게 콘텐츠를 원활히 제공하기 위해 ISP가 넷플릭스에 일정 요금을 부과한다면 소비자 편익과 기업 이익에 어떤 변화가 발생하느냐다. 소비자 편익은 소비자가 내는 요금, 콘텐츠의 다양성과 질적 수준에 의존한다. 언뜻 생각하기에 ISP가 넷플릭스에 망 이용 대가를 받으면 넷플릭스는 그만큼 요금을 올려 소비자 부담이 커질 것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인터넷 서비스와 콘텐츠는 항상 같이 소비하는 보완재이기 때문이다. 콘텐츠 없는 인터넷 접속은 아무 효용이 없으며, 인터넷 없는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는 개별 요금이 아니라 인터넷과 콘텐츠 요금을 합한 총 요금의 변화에 기반해 소비를 결정한다.

 

미국 하버드대 그린스타인 교수와 연구진의 분석은 넷플릭스가 요금을 올리면 인터넷 수요가 감소해 ISP의 이윤도 감소하기 때문에, ISP는 명목 요금이나 할인전략을 통해 넷플릭스에 받은 만큼 인터넷 요금을 조정할 유인이 있음을 보여준다. 유튜브나 페이스북 같은 광고 기반 콘텐츠도 ISP로 이윤의 재분배와 더불어 인터넷 요금의 하락 효과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모든 콘텐츠 기업에 같은 망 이용 대가를 부과하면 일부 기업은 시장 진입이 어려워져 콘텐츠 다양성이 감소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각 콘텐츠 기업에 차별적인 망 이용대가 가능 여부에 따라 시장 효율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ISP가 인터넷 트래픽을 차별하면 안 된다는 망중립성 원칙은 매우 중요하다. ISP의 행위가 시장 구조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너무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은 인터넷 생태계 내 투자를 저해할 수 있다. 2003~201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국 자료를 분석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엄격한 망중립성을 적용한 국가일수록 ISP의 신규 초고속 인터넷 투자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샌드바인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구글, 메타, 넷플릭스,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6개 글로벌 테크 기업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이 전 세계 총량의 57%에 달했다. 소수 글로벌 기업 데이터가 단방향으로 전송되는 현재 인터넷 환경은 기존 정책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국회와 정부도 ISP와 글로벌 콘텐츠 기업의 망 이용 대가와 관련한 정책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TANSTAAFL(탠스태플)’,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강조하던 ‘공짜 점심은 없다(There Ain’t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의 약자로 흔히 쓰는 표현이다. 인터넷은 공짜가 아니다. 제품과 서비스 공급은 비용을 수반하며 기업이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가격을 책정하든 결국 기업의 모든 비용과 이윤은 최종 소비자가 부담한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생산 비용과 제품의 질적 수준 대비 과도하게 높은 가격을 부담할 때만 문제가 될 뿐이다. 고도화된 네트워크의 이용자가 증가하고, 기술혁신이 활발하게 일어나며, 다양한 콘텐츠가 공급돼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건강한 인터넷 생태계를 위한 새로운 정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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