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클럽 골라주고 공 찾고 스코어 계산까지… 韓 캐디는 ‘특급 도우미’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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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는 인력난으로 캐디 수급이 어려워져 캐디피마저 계속 올랐고 15만 원을 받는 골프장까지 등장했다. 골프장 간 캐디 유치 경쟁으로 발생한 비용을 고스란히 골퍼들에게 지우는 셈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골퍼들이 캐디피로 지출한 금액은 총 1조3490억 원에 달한다. 오르는 금액만큼 서비스가 좋아진다면 괜찮으련만, 캐디 서비스에 대한 골퍼들의 평가는 박한 편이다. 한 골프 매체가 국내 골퍼 5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캐디의 서비스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골퍼는 전체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이참에 우리도 외국처럼 쓰고 싶은 사람만 쓰자는 이른바 캐디 선택제 도입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한때 한국 골프장의 캐디들은 해외 골프 관계자들에게 놀라움과 찬사의 대상이었다. 직접 카트를 몰며 4명이나 되는 골퍼들의 라운드를 혼자 책임지기 때문이다. 라운드 시작 전 몸풀기 스트레칭 시범은 물론 매홀 공략 방법 그리고 홀까지 남은 거리와 적절한 클럽 선택 방법까지 친절하게 알려 준다. 풀숲으로 날아간 공을 귀신같이 찾아내고, 그린에 올라간 공은 어느새 깨끗이 닦아 퍼트 라인까지 맞춰서 놓아준다. 친 사람도 헷갈리는 스코어 계산과 기록은 기본이다. 계절에 따라 시원한 냉수나 따뜻한 커피를 대접하고, 골퍼들끼리 스킨스 내기를 할 때는 시상자 역할을 맡기도 한다. 골퍼들이 해야 할 훼손된 잔디 정리와 벙커 수리도 캐디의 몫이다. 라운드가 끝난 후 클럽 헤드를 반짝반짝 깨끗이 닦아 놓는 것은 덤이다.
한국의 캐디들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한 번이라도 외국에 나가 본 사람은 다 안다. 중국이나 동남아의 골프장에서는 골퍼 1명당 1명의 캐디가 서비스하는 곳이 많은데, 한국 캐디들의 수준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거의 골프 가방만 들고 따라다니는 정도라서 한국과 같은 서비스를 기대하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한때 캐디 없이 셀프 플레이가 가능한 골프장을 자주 찾곤 했는데, 첫 라운드 때 클럽까지 잃어버리며 우왕좌왕 당황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 한국의 캐디들이 라운드 중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있는지 절실하게 깨달았다.
최근에는 늘어난 골프장 수와 비교해 경험 많고 노련한 캐디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예전 같은 질 높은 서비스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경력이 짧은 신입 캐디가 다수인 데다, 이직률도 높은 편이다 보니 근무하는 골프장의 코스 파악조차 안 된 캐디도 많다. 한두 클럽씩 거리를 틀리게 불러 주거나, 그린의 경사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캐디의 역할이 언뜻 보기엔 간단해 보이지만, 2∼3개월간의 집중적인 교육과 연수는 물론 생각보다 강도 높은 육체노동과 감정노동을 동시에 감내해야 하는 쉽지 않은 직업이다. 올해 7월로 예정되었던 4대 보험 적용이 논란 끝에 보류돼 근로자로서 법적 보호의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시장 원리에 의해 결정된 정당한 노동의 대가이니 높은 캐디피는 결코 캐디들이 욕먹을 일이 아니다. 주말골퍼의 처지에서 결코 적은 돈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캐디피가 아깝다는 생각이 든 적은 별로 없다. 오히려 팁을 더 주는 편이다. 그보다는 원가와는 무관하게 대형 승용차 하루 렌털 비용 수준의 터무니없는 바가지요금을 강요하는 카트 사용료가 훨씬 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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