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난 평균속도 이상, 남들은 늑장’ 생각… 저속운전자 탓하는 심리와 비슷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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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소니오픈 도중 재미교포 케빈 나가 다른 골퍼와 벌인 SNS 설전으로 골프계의 오랜 병폐인 늑장 플레이가 다시금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첫날 케빈 나가 9언더파를 몰아치며 61타로 1위에 오르자 한 골프채널 리포터가 SNS에 공이 홀에 미처 들어가기도 전에 공을 주우러 가는 익살스러운 케빈 나 특유의 퍼팅 동작을 두고 “매번 봐도 지겹지 않다”며 칭찬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여기에 케빈 나가 퍼팅하는 데 시간을 너무 끈다며 일부 골프팬들이 댓글을 달자 다시 이를 반박하는 댓글이 달리는 등 논쟁이 불붙었다. 동료 골퍼인 미국의 그레이슨 머리도 “마치는 데 3분이나 걸리는 케빈 나의 퍼팅이 지겹다”면서 가세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한때 케빈 나는 투어에서 플레이 속도가 느린 선수로 악명이 높았다. 2017년 미국의 한 골프전문 매체가 전체 투어 선수를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케빈 나는 벤 크레인, 제이슨 데이, 조던 스피스와 함께 플레이가 가장 느린 선수로 뽑혔다.
늑장 플레이의 문제는 골프의 흥미와 재미를 반감시킬 뿐 아니라 골프를 죽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시간 단축은 팬들의 관심을 먹고 사는 프로 스포츠계의 사활이 걸린 현안이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는 공수교대시간 단축, 연장전 승부치기 도입 등 경기 시간을 3시간 내로 줄이기 위해 ‘전쟁’ 중이다. 골프도 무려 6시간까지 늘어난 라운드 시간을 줄이기 위해 대대적으로 규칙을 개정했다. 공 찾는 시간을 5분에서 3분으로 줄이고, 깃대를 뽑지 않고 퍼팅을 할 수 있게 했으며, 무릎 높이로 드롭 높이를 낮춘 것이 대표적이다.
PGA투어 역시 컷 통과 기준을 기존 78명에서 65명으로 낮추고, 늑장 플레이에 대해 관리와 처벌도 대폭 강화했다. 비록 비공개지만 45초 이상 늑장 플레이로 적발된 골퍼의 명단을 특별 관리해 이들이 경기 중 한 샷에 1분 이상 시간을 끌면 곧바로 경고나 벌타를 부여한다. 시즌 말 부여되는 벌금도 5만 달러로 이전보다 10배나 높였다.
늑장 플레이는 여러모로 나쁜 운전습관과 비슷하다. 미국의 코미디언 조지 칼린은 운전할 때 사람들은 자신보다 느리게 운전하는 사람을 멍청이로, 자신보다 빠르게 운전하는 사람은 미친놈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는 인간의 심리 특성을 꼬집은 것이다.
골프도 비슷한데, 한 조사에 따르면 대다수 골퍼는 자신의 플레이 속도가 평균 혹은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다른 골퍼들은 평균보다 느리게 플레이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늑장 골퍼들이 자신의 플레이가 늦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거나 잘 인정하지 않는 이유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처럼 초보 때 귀찮다고 안전띠를 잘 매지 않던 운전자는 이후 안전띠를 계속해서 매지 않는다. 늑장 플레이도 마찬가지다. 처음 골프를 시작할 때 경기속도에 관한 에티켓을 제대로 배우지 않았거나 무시하던 골퍼일수록 고질적인 늑장 골퍼가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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