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다른 의견’ 경청하는 자리 만들기 / 이은형(경영학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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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형 국민대교수·국민인재개발원장 “우리 회사 직원들은 카톡 프사를 꾸미지 않아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그거 ○○님 보는 계정만 그럴 거예요. 상대방에 따라 프사를 다르게 설정할 수 있거든요.”
“어! 그런 게 있어요?”
작은 기업을 경영하는 40대 대표이사와 다른 기업에 다니는 30대 사원들의 대화다. 30대 사원들은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설정을 다르게 하는 이유와 방법을 설명하고 40대 대표이사는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다른 의견’ 경청하는 자리 만들기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저는 퇴근하면 웹소설을 써요. 저의 부캐죠. 회사 실적이 좋다고 해서 제가 행복하다고 느끼진 않아요. 하지만 웹소설이 잘되면 엄청 기뻐요. 내 거니까요.”
“그렇게 부캐 활동에 전념하다 보면 회사에서 영혼 없이 일하는 것은 아닌가요? 대표 입장에서 보면 조직에 대한 열의가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이 드네요.”
“회사에 있는 동안 열심히 일하죠. 하지만 영혼까지 바치고 싶지는 않아요. 회사 실적이 좋아지면 미국에 있는 대표님 수익이 가장 많이 늘어나니까 대표님이야 정말 좋겠죠. 그렇지만 제 마음이 대표님과 똑같을 수는 없어요.”
20대 후반부터 5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이 같은 책을 읽고 토론하면서 자신의 의견과 가치관, 경험을 털어놓는다. 주제는 조직 내의 세대 차이를 이해하면서 갈등을 성장에너지를 바꾸는 방법이다. 지점장·대표이사 등 리더급과 사회 초년생이 경계 없이 대화를 나눈다. 독서클럽 트레바리 멤버들의 이야기다.
멤버들은 정해진 책을 충실하게 읽고 독후감을 제출해야만 토론에 참여할 자격이 주어진다. 자유롭게, 솔직하게 의견을 내지만 그 바탕에 주제에 대한 기본 학습과 생각의 정리가 깔려 있다. 조직에서 함께 일하는 선배, 후배와 나누기 힘든 마음속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처음에는 너무 다른 의견과 가치관에 놀라기도 하고 긴장감도 생기지만 추가 질문과 논의가 이어지면서 누군가는 ‘아~~ 그렇구나’ 혼잣말을 하기도 하고 ‘우리 팀장님 생각은 이런 거였구나’라는 고개를 끄덕인다.
이런 모임에 참여한다는 것은 대단한 경험이다. 첫째, 연령·직위·성별 등이 다양한 구성원들이 자기 생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므로 다양한 의견과 가치관을 들을 수 있다. 둘째, 조직 내 위계가 작동하지 않는 완전히 수평한 관계 속에서 나이·성별의 차이를 의식하지 않고 상대방의 ‘다른 의견’을 경청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과정에서 다양성의 가치를 발견하고, 사회적 감수성을 자연스럽게 발전시킬 수 있다. 다른 사람이 나의 의견을 경청하고, 나도 다른 사람의 생각을 존중하는 대화는 그 자체만으로 스파크를 일으킨다. 팀워크의 필수요건으로 에이미 에드먼슨(Amy Edmondson) 하버드대 교수가 강조한 심리적 안전감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과연 각자 자신이 속해 있는 조직에서 만나는 선후배와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우리는 조직 내에서 세대 차이로 인한 갈등과 마찰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알 수 없어 당혹감에 빠져 있다. MZ세대와 직접 소통하려다가 낭패를 보는 CEO 이야기가 종종 미디어에 등장한다. 이러다 보니 아예 소통을 포기하는 선배들이 늘고 있다. 웬만하면 후배들과 길게 이야기하지 않으려 하며, 날씨 등 안전한 대화만 하겠다는 것이다. 괜히 대화해 보겠다고 나섰다가 ‘꼰대’로 불리느니 차라리 입을 닫고 ‘착한 선배’라도 되겠다는 심사다.
하지만 ‘회피하기’는 조직성과에 부정적인 결과만 가져오는 최악의 대응이다. 영국의 조직 문화 컨설턴트 이언 레슬리(Ian Leslie)는 저서 『다른 의견』에서 우리가 “싸우거나 도망치지 않고 만족스럽게 대화하는 법”을 찾아야 하지만 너무 훈련이 안 돼 있다고 말한다. 다른 의견을 경청하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다. 조직을 벗어나 다양한 사람들과 예의 바르게, 그러나 격의 없이 대화 나누는 기회를 가져보자. 모두에게 유익한 경험이겠지만 특히 리더들에게 의전과 익숙함으로 가득한 안전지대를 벗어나 낯설지만 진솔한 ‘님’들과의 만남을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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