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LIV, 오일머니로 스타골퍼 빼가자… PGA “스포츠워싱” 직격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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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우열의 네버 업 네버 인 - PGA vs LIV 갈등 격화
사우디, 국부펀드로 출범시켜
대회당 총상금은 2000만달러
“PGA 독점적 지위 안돼” 주장
PGA, LIV 출전 소속 선수에
‘무기한 출전정지’ 중징계 조치
돈때문에 ‘정치적 의도’ 모른척
스타로서 바람직한 태도는 아냐
요즘 세계 골프계가 시끄럽다. 바로 ‘LIV골프인비테이셔널’(LIV) 때문이다. LIV는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투자해 새롭게 만든 남자 프로골프투어다. LIV는 로마 숫자로 ‘54’를 뜻한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나 DP월드투어(옛 유러피언투어)와 달리 3라운드 54홀로 경기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골프에서 퍼펙트 라운드 즉, 모든 홀에서 버디를 했을 때의 스코어도 54타다.
LIV는 기존 투어와 다른 점이 많다. 1번 홀과 10번 홀에서 차례로 한 팀씩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샷건’ 방식으로 18개 홀에서 모든 팀이 동시에 경기를 시작한다. 상금 규모도 상식을 뛰어넘는다. 대회당 총상금이 2000만 달러(약 261억 원)로 올해 PGA투어에서 가장 상금이 많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과 같다. 우승 상금도 400만 달러(52억 원)다. 가장 인기 있는 골프대회인 마스터스의 올해 우승 상금이 270만 달러(35억 원)였다. 여기에 4인 1팀으로 개인전 성적을 합산해 상위 3팀에 단체전 상금 500만 달러(65억 원)를 추가로 나눠준다. 컷 탈락도 없어 꼴찌를 해도 1억 원이 넘는 상금을 받을 수 있다.
LIV가 이처럼 엄청난 돈을 뿌리는 이유는 단 하나, 기존 투어에서 유명 선수들을 빼내기 위해서다.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에 PGA투어도 마냥 손 놓고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당장 개막전인 런던 대회에 출전한 소속 선수 17명에게 무기한 출전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PGA투어나 DP월드투어에서 쫓겨나면 라이더컵이나 프레지던츠컵에 출전할 수 없다. 또 LIV는 세계랭킹 포인트가 없어서 메이저대회나 올림픽 출전도 어려워진다. 각각 2억 달러(2610억 원)와 1억2500만 달러(1631억 원)를 받고 LIV에 합류한 필 미켈슨(미국)이나 전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과 달리 타이거 우즈가 무려 10억 달러(약 1조3050억 원)의 엄청난 제안을 거절한 이유다.
LIV의 갑작스러운 등장과 양대 투어의 싸움을 지켜보는 골프 팬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새로운 투어가 생기는 것이 도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일단 LIV는 독과점의 폐해와 직업 선택의 자유를 명분으로 내세운다. PGA투어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선수들의 몫을 착취한다는 것이다. 미켈슨은 PGA투어가 수익의 겨우 26%만을 선수들에게 되돌려준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55%가 선수들에게 상금과 보너스로 돌아간다. 미국프로농구(NBA)나 미식축구리그(NFL)와 비슷한 수준이다. PGA투어는 비영리단체로 나머지 수익도 모두 투어 운영과 선수들의 노후를 위한 펀드 등에 사용된다. 미켈슨 자신도 골프로 4000억 원이 넘는 엄청난 재산을 모았다. PGA투어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선수에 속한다.
다양한 투어가 나와 서로 경쟁하는 것은 선수나 골프 팬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하지만 과연 현재의 골프 시장이 그만큼 충분한지는 의문이다. PGA투어 중계권 수익은 연간 7억 달러로 경쟁 종목인 미식축구리그의 100억 달러에는 한참 부족한 수준이다. 대회 후원 기업 역시 대부분 다국적 기업으로 서로 겹칠 수밖에 없다. 결국엔 제 살 깎아 먹기가 될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LIV를 반대하는 측은 출범의 배경이 사우디의 ‘스포츠워싱’이라는 점을 문제 삼는다. 즉, 대규모 스포츠 행사를 통해 국가 이미지를 세탁하려 한다는 것이다. 나치 독일의 1936년 베를린올림픽 개최 이래로 수많은 독재정권이 즐겨 해온 전략이다. 사우디는 2018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피살 배후이자 여성과 성 소수자를 박해하는 대표적 인권탄압 국가다.
LIV에 참여한 골퍼들은 돈의 출처는 중요하지 않으며 자신들은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LIV 이면에 숨겨진 불순한 정치적 의도를 돈 때문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사회적 영향력이 큰 스포츠 스타로서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정치적으로 중립을 표방하는 것 자체도 이미 하나의 정치적 입장이나 다름없다. 사우디의 반인권적 행태를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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