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닮은 듯 다른 두 골퍼
둘다 골프광 아버지 덕에 입문
연습벌레에 ‘우즈 키드’도 같아
남다른 승부욕으로 톱랭커 돼
리드, 분노 억제 못하는 악동
경기중 다른공으로 플레이도
가장 싫어하는 골퍼 2위 뽑혀
매킬로이, 친근한 이미지 호감
골퍼·캐디·골프장 직원 선정
착한 골퍼 순위에 항상 올라
최근 한 골프대회에서 LIV골프인비테이셔널의 간판 골퍼 패트릭 리드(미국)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를 대표하는 현 세계랭킹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에게 골프 티를 던져 논란이 됐다.
LIV는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PGA투어와 경쟁하기 위해 새롭게 만든 프로골프투어다. 가뜩이나 선수 빼가기와 비방전으로 그동안 양 투어 간 분위기가 험악했는데 DP월드투어(옛 유러피언투어) 대회에 양 투어 선수가 함께 참가하면서 사달이 난 것이다. 두 사람은 대회를 앞두고 연습장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매킬로이가 리드의 인사를 못 본 체하자 화가 난 리드가 주머니에 있던 티를 꺼내 매킬로이를 향해 손가락으로 튕겨 날린 것이다.
사실 매킬로이가 리드를 외면한 것은 껄끄러운 관계인 양 투어의 신경전 외에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다름 아닌 리드가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에 매킬로이의 집으로 자신의 변호사를 직접 보내 법원 소환장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가족과 오붓한 저녁 식사 자리를 망친 매킬로이의 기분이 좋았을 리 만무하다.
당시 리드는 자신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골프채널 방송국과 방송국 해설자, 그리고 과거 자신과 함께 PGA투어에서 경기했던 현역 선수인 타이거 우즈(미국)와 매킬로이 등을 고소한 상태였다. 매킬로이 입장에선 그런 짓을 하고도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자신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리드가 오히려 더 얄미웠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본 대회에서 매킬로이는 보란 듯이 우승을 차지하며 리드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앙숙이지만 한 살 차이인 두 사람은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다. 둘은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골프를 시작해 우즈를 우상으로 여기며 골프선수의 꿈을 키운 ‘타이거 키드’다. 매킬로이는 데뷔 때부터 우즈의 후계자로 주목받았고, 우즈를 따라 십 년 넘게 같은 용품사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 리드 역시 9살 때 우즈의 스윙 코치가 운영하던 골프아카데미를 다녔으며, 우즈의 연습 장면을 직접 구경하기도 했다. 마지막 라운드 때는 우즈를 따라 매번 빨간 티셔츠를 고집할 만큼 열렬한 ‘우즈 바라기’였다.
두 사람은 모두 골프광인 아버지를 둔 덕분에 넉넉지 않은 집안 사정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두 사람은 연습벌레였고 남다른 승부욕으로 늘 또래들보다 앞선 끝에 결국 세계적인 골프선수가 되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공통점은 거기까지다.
리드는 골프계의 대표적인 악동이다. 동료 선수들이 뽑은 가장 싫어하는 골퍼 순위에서 2위를 차지한 적도 있다. 그의 악행은 역사가 깊다. 리드의 부모는 매사에 경쟁적이며 화가 나면 분노를 잘 억제하지 못해 또래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따돌림당하는 아들이 늘 걱정이었다.
대학 시절 리드는 경기 중 풀숲으로 들어간 공 대신 페어웨이에 몰래 새 공을 놓고 치다 들켰다. 라커룸에서 같은 팀 동료의 돈과 퍼터를 훔쳤다는 의심도 받았다. 급기야 운전면허증의 나이를 멋대로 고친 후 술을 마시다 신분증 위조와 미성년자 음주 혐의로 붙잡혀 보호관찰과 벌금 그리고 6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 처분을 받았다. 결국 다니던 학교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프로가 된 뒤에도 그는 늘 속임수와 규칙 위반, 그리고 나쁜 경기 태도로 구설이 끊이지 않았다.
반면 매킬로이는 데뷔 초부터 뛰어난 골프 실력은 물론, 솔직하고 친근한 이미지로 대중의 인기와 호감을 한 몸에 받았다. 특히 미국의 한 골프전문지가 동료 골퍼는 물론 캐디, 골프장 직원 등 다양한 골프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선정하는 착한 골퍼 순위에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뽑혔을 만큼 훌륭한 인성으로 인정받았다. 이 조사는 지난 2013년을 시작으로 2017년, 2019년, 2022년까지 총 4차례 진행됐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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