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인력 양성이 중요…학생들, 다양한 경험 필요"
"자신없는 분야에도 도전하라. 시야 넓어지고 창의력 생겨"
김재준 국민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챗GPT에 같은 주제로 질문을 해도 답변의 세밀함은 제각각입니다. 어떻게 물어보는지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는 뜻이에요.”
인공지능(AI)의 시대다. AI가 인간이 할 일을 대신해주고, 삶의 질을 높여준다. 교육계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아이들은 태블릿PC 화면으로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시청하고, 학생들은 일찍부터 코딩을 배운다. 대학생은 직접 과제를 작성하지 않는다. 국가 차원에서도 디지털 교과서 도입 등 AI 시대에 대응하는 교육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교육과정 개정과는 차원이 다른 변화가 예상된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국민대 박물관장과 도서관장을 역임하고, 화가·컬렉터·오디오 평론가로 활동하면서 현재는 AI와 미래 레지던시의 연구와 기획에 집중하는 인물이 있다. 김재준 국민대 국제통상학과 교수가 주인공이다. 여러 방면에서 능력을 표출했던 김 교수의 현재 관심사는 예술·인문학·수학·기술 종합교육 과정을 만들고 실천하는 것이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여러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르네상스맨’이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지론이다. 그는 다양한 분야를 융합하는 능력의 필요성과 새로운 교육 방법을 제안하는 책 ‘다빈치 스쿨’(아트라이프 간)을 펴내기도 했다.
지난 6일 서울 여의도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난 김 교수는 AI 시대에서는 ‘대답을 잘하는 지식’보다 ‘질문을 잘하는 능력’이 인재의 중요한 요건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는 주어진 질문에 답을 잘하는 능력, 답을 빨리 찾는 능력이 중요시됐고 이를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했다”면서 “이제는 챗GPT를 비롯한 AI가 답을 찾는 것을 도와주는 시대가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교수는 이어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문제의 핵심을 잘 파악하고, 사전 지식이 많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말하자면 한 분야를 깊게 파고, 그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여러 분야에 대해 폭넓게 공부를 해서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재준 국민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김 교수는 ‘질문을 잘하는’ 학생들을 키워내기 위해서는 교육 제도 개선이 필수불가결이라고 했다. 그는 “나라가 부강해지기 위해서는 경제의 발전이 선행돼야 하는데, 결국 경제를 이끄는 것은 창의인력과 산업인력”이라며 “우리나라는 산업인력을 육성하기 위한 교육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생산 현장에서 효율적인 산업인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신기술개발 등을 위한 창의인력”이라면서 “창의인력 육성을 위한 교육 제도를 별도로 마련하자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 인력을 동시에 배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비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 모든 창의력이라는 것은 궁금증, 호기심에서 시작된다”면서 “창의적인 학생일수록 많은, 그리고 좋은 질문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그는 부연했다.
김 교수는 최근 사교육 카르텔, 킬러 문항 논란 등의 이슈에 휩싸인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관련해 “상위 5%의 학생을 변별하기 위해 초고난도 문제를 낸다는 것은 분명한 단점이 있다”면서 “단 1번의 시험으로만 학생들을 선별하려다 보니 어려운 문제가 포함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인재 육성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는 일종의 낭비”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기초학력평가처럼 수능을 ‘하나의 관문’ 정도로만 비중을 낮추고, 대학마다 본 고사 형태의 또 다른 시험을 추가하는 방안이 효율적일 것”이라면서 “입시 시험을 그런 식으로 이원화할 경우 학생들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또는 원하는 대학에 필요한 공부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일원화된 교육에 갇혀 있던 학생들의 부담이 줄어들면, 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보다 다양한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양한 경험이 결국 창의력과 직결되는 만큼 미래 사회에 대응해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기임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미래 인재를 꿈꾸는 학생들을 향해 “반복해서 강조하는 것이지만,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운동이면 운동, 음악이면 음악 등 자신이 없는 분야에도 계속 도전해보라. 도전 과정에서 시야가 넓어지고 창의력까지 길러질 것”이라고 당부했다.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