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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바든’·여자는 ‘베어’… 어떤 것보다 탐나는 ‘최저타수賞’[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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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바든 트로피와 베어 트로피 바든 트로피 2000·2006년 등 2차례 67타 타이거 우즈 총 9회 최다 수상 年20경기 미만 니클라우스 ‘0’ 베어 트로피 88승 캐시 위트워스가 7차례 최초 70타 깬 소렌스탐은 6회 리디아고 68타로 역대 최저타
해마다 연말연시가 되면 연예계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각종 시상식이 열린다. 받는 분들이야 가문의 영광이고 기분도 좋겠지만, 상이 너무 남발되는 요즘이다 보니 솔직히 ‘그들만의 잔치’로 비치는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시상식이라면 온 가족이 TV 앞에 둘러앉아 밤잠을 설치며 봤던 모 방송국의 10대 가수왕 시상식이 아니었나 싶다.
만약 프로골퍼들에게 가장 권위 있고 중요한 상을 하나 꼽으라고 하면 어떤 상이 될까? 아마도 많은 골퍼가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를 먼저 꼽지 않을까 싶다. 일반 대회보다 상금과 세계랭킹 포인트가 월등히 많을뿐더러, 골프 명예의 전당 입성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 년 동안의 성적을 기준으로 수상하는 올해의 선수상이나 상금왕 그리고 평생 단 한 번밖에 받을 수 없는 신인상도 골퍼들이 받고 싶어 하는 상이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 골프계의 중요한 상으로 바든 트로피와 베어 트로피도 있다. 두 상 모두 한 시즌 동안 가장 낮은 평균타수를 기록한 선수에게 수여한다. 현대 야구에서는 실력보다 운의 비중이 큰 타율이나 타점보다 출루율이나 장타율을 타자의 능력을 평가하는 객관적인 지표로 더 중시한다. 마찬가지 이치로 골프에서도 골퍼의 실력을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은 우승 횟수나 상금순위가 아니라 바로 시즌 평균타수다.
바든 트로피는 미국프로골프협회(PGA of America)가 수여하는 상으로 당대 최고의 골퍼였던 영국의 골퍼 해리 바든(1870∼1937)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1937년 첫 수상자인 영국의 해리 쿠퍼를 시작으로 2차 세계대전으로 수상이 중단된 5년(1942∼1946)을 제외하고 2022년 북아일랜드의 로리 매킬로이까지 총 81차례 수상했다. 아쉽게도 PGA투어의 바이런 넬슨 트로피와 중복 수상을 이유로 2023년부터 더 이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않기로 결정됐다.
지금까지 44명의 수상자가 배출되었는데, 2차례 이상 수상자는 모두 16명이다. 이 중 최다 수상자는 타이거 우즈(미국)로 총 9회나 수상했다. 빌리 캐스퍼, 리 트레비노(이상 미국)가 5회 수상으로 뒤를 이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역대 최고의 골퍼로 꼽히는 잭 니클라우스(미국)는 정작 단 한 차례도 바든 트로피를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컨디션 조절과 부상 방지를 위해 매년 20개 미만의 대회만 나가 한 해 80라운드 이상(20경기) 출전이라는 최소 기준을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기준인 60라운드(15경기) 이상을 적용한다면 니클라우스도 우즈와 같이 9차례 수상했을 것이다. 역대 수상자 중 평균타수 69타의 벽을 깬 골퍼는 호주의 그레그 노먼이다. 67타대 타수는 우즈만이 2000년과 2006년에 두 차례 기록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의 베어 트로피는 1920∼1930년대 US여자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 6번이나 우승하는 등 여자 아마추어 골프계의 최강자였던 글렌 베어(1903∼1989)를 기리기 위해 1953년 제정됐다.
베어 트로피는 패티 버그(1918∼2006)부터 2024년 일본의 후루에 아야카까지 총 72차례 수상했고, 모두 35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LPGA투어 통산 88승의 주인공인 미국의 캐시 위트워스(1939∼2022)가 7차례, 스웨덴의 애니카 소렌스탐이 6회 수상으로 뒤를 이었다.
한국 골퍼로는 박인비가 지난 2012년과 2015년 두 차례 수상했고 박세리(2003), 박지은(2004), 최나연(2010), 전인지(2016), 고진영(2019) 등 5명이 한 차례씩 수상했다. 여자골프에서 사상 처음 시즌 평균타수 70타의 벽을 깬 골퍼는 1998년 소렌스탐이었다. 69타의 산을 넘은 것도 2002년 소렌스탐이었다. 소렌스탐 이후로 유일하게 리디아 고가 지난 2022년 68타대 타수를 기록했다.
국민대 스포츠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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