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으로 다 셀 수도 없을 만큼 영화와 드라마에서 주요 소재로 쓰인 덕분에 '춘향'이란 인물에 대해 사람들은 보고 들은 이야기가 많다.
조선시대 미의 절대적 기준이자, 지조와 절개의 롤모델이라 일컬어지는 춘향이. 그러나 몇몇 추상적인 단어들로만 춘향이의 옛 모습을 그리기엔 어딘가
부족함이 느껴진다. 춘향이의 모습은 우리에겐 알 듯 모를 듯 어렴풋하게 그려진다.
전북 남원시에선 춘향이의 지조를 기리기 위해 매년 전국 춘향선발대회에서 미스 춘향을 선발한다. 올해로 82회를 맞이했다. 미스코리아보다
선발기준이 까다롭고, 한국적인 미를 찾아내기 어려운 가운데 미스 춘향의 경쟁률은 어마어마하다. 춘향이를 닮고자하는 현대 춘향이들의 열기가
뜨겁다. 수많은 도전자들 가운데 6명을 선발하여 진, 선, 미, 정, 숙, 현이 정해진다. 올해는 미스 춘향이 되고 싶은 여성 397명이
도전하여 열띤 경쟁을 펼쳤다.
올해의 미스 춘향의 영광은 누구에게로 돌아갔을까? 397 : 1 의 경쟁률을 뚫은 미스 춘향은 다름 아닌 국민인 이었다.
공연예술학부 연극영화전공 10학번 조승희 학우가 2012년 미스 춘향 진에 선발 되었다. 미스 춘향이 국민인인 덕분에 우리는 그 속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진귀한 기회를 되었다. 조승희 학우를 통해 미스 춘향을 낱낱이 파헤쳐 보자. 팍팍!
Q. 미스 춘향 진에 선발된 것을 축하해요. 먼저, 미스 춘향 진에 선발된 소감을
물어야할 것 같네요. 소감이 어떤가요? 혹시 그 자리에서 못 다한 소감이 있다면? 축하해주셔서 감사해요. 요즘
정말 많은 축하를 받고 있어서 행복합니다. 사실, 처음에는 6등 안에만 들었으면 좋겠다란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순서가 계속해서 올라갈 때
'어 이러면 진, 선, 미도 가능하려나?'라는 생각이 살짝 들기도 했었는데 큰 기대는 안했어요. 그런데 '미'까지 부르는데 제 이름이 안 불리는
거에요. 그때부터 제 심장은 엄청 요동치기 시작했죠. 그런 기분은 처음이었어요. 그 때 그 감정을 말로 표현하긴 어려운 것 같아요. 내가 미스
춘향이 될 거라 생각을 못했어요. 됐으면 좋겠다란 생각은 물론 했지만 말이에요. 왜냐면 참가한 친구들이 정말 다들 매력이 넘치고 예쁘고 개성이
강했어요. 범위가 점점 좁혀질수록 욕심 보단 지금 날 보러와준 엄마 생각이 많이 났어요. 그래서 객석에서 엄마를 찾는데 보이지가 않는 거예요.
대신 '엄마가 어딘가에 있으니까'라고 생각하며 발표만을 기다렸죠. 사실 기대도 많이 안하고, 정말 말 그대로 미스 춘향 선발대회에 참가에 의의를
크게 뒀는데... 그래서 본선진출하고 나서도 정말 감사했거던요. 미스 춘향에 도전하기 전에도, 도전하면서도 가족의 힘이 컸어요. 그래서 가족에게
제일 감사한 마음이 컸어요. 당시 소감에서도 빨리 가족들과 만나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었어요. 가족의 소중함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던 기회였던 것
같아요.여러 모로 춘향이에게 고맙죠.
Q. 미스 춘향에 도전한 특별한 계기가 있을 것 같아요. 어떤 계기로 미스
춘향에 도전하게 되었나요? 평소 얼굴이 동글동글해서 한복이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인지
미스 춘향을 하면 잘 어울리겠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어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란 말을 좋아해요. 연기자를 꿈꾸고 있는데 저는 다른
무엇보다 세계적인 여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먼저 한국적인 여성상으로 인정받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걸 제일 잘 말해줄 수 있는 게
미스 춘향이라고 생각해서 도전하게 되었어요. 사실 미스 춘향 직전에 라섹수술을 하게 되서 고민이 많기도 했어요. 서류합격이 되고 면접 전날까지
눈이 떠지지 않아서 눈이 아프면 못가는 거라 생각하고 많이 슬펐어요. 그런데 이게 우연인지 기적인지 아침에 일어났는데 눈이 뜨이더라고요. 아프지
않은 건 아니었는데 그 아픔보다는 미스 춘향에 도전하고 싶은 열정이 더 컸던 것 같아요. 그 순간을 이기고자 했던 의지도 더해진 게 아닐까
생각해요.
Q. 미스 춘향이 생각하는 미스 춘향이란 뭐라고
생각하세요? 춘향의 덕목이 지, 덕, 체, 미 잖아요. 네 가지 조건을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그 네 가지를
갖추려고 노력하고, 시대가 달라졌으니 옛날의 춘향이의 모습과는 또 다른 미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대 춘향이는 자기 자신을 표현할 줄
아는, 끼를 다양하게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춘향이가 된 것만 봐도 알듯이, 얼굴로만 뽑는 미스 춘향이 아니거든요. (웃음) 제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재능 덕분에 제가 미스 춘향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항상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평소에 행동 가짐을 조심하려고
애써요. 또 합숙할 때 인원이 31명이었는데 모두에게 이미 자신들이 춘향임을 염두에 두라고 하셨어요. 실제로 합숙 내내 연습을 할 때도, 강의를
들을 때도 머리를 풀 수 없거든요. 미스 춘향에 합숙점수가 들어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사람들과 얼마나 잘 어울리느냐, 갈등이 생겼을 땐
어떻게 대처해나가느냐 등 인성을 중요시 해요. 이러한 인품 또한 춘향이 갖춰야할 덕목이 아닐까 생각해요.
Q. 미스 춘향으로서 어떤 일을 하고 싶나? 연기가
전공이기 때문에 전공을 살려서 사극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춘향전을 소재로 하는 사극에 나가는 게 목표에요. 미스 춘향은 미스 코리아 다음으로 큰
미인대회잖아요. 홍보대사로서 다채로운 활동을 하고 싶어요. 저는 물론 전공은 연기지만 제 전공을 살려 한국의 전통을 알리고 홍보하는데
저를 마음껏 이용해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제가 앞장서서 잘 할 수 있단 자신감이 있어요. 미스 춘향을 자기가 가는 길에 디딤돌로 딛고 가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춘향이가 되고 나면 춘향이에 애정이 없어지는 경우가 더러 있더라고요. 그러나 저는 달라요. 춘향으로서 활동을 많이많이
하고 싶어요. 춘향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전통을 세계적으로 알리는데 이바지 하고 싶어요.
Q. 미스 춘향이 되기 위해 준비를 많이 했을 것 같다. 어떤 준비를
했나? 미스 춘향을 위해 다방면으로 끼를 분출하기 위해 독특한 자기소개와 퍼포먼스를 준비했어요. 미스 춘향
면접 중에 빠질 수 없는 게 장기자랑이에요. 전공이 연기다보니 그걸 살릴 수 있는 뮤지컬 연습을 했어요. 전공은 아니지만 한국의 미를 강조하기
위해 한국무용도 집에서 열심히 연습도 했어요. 건강이 나빠지면 안 되니까 체력관리를 하려 운동도 하루에 2시간씩 꼭 했어요. 처음엔 미스 춘향에
맞는 뮤지컬은 <명성황후>가 딱 맞는 옷이라 생각하고 연습했는데 시간이 너무 길다고 하셔서 이틀 전에 바꿨어요. 급하게 뮤지컬
<피맛골 연가>의 '아침은 오지 않으리.란 부분을 준비했어요. 너무 급작스럽게 장기자랑 날짜를 얼마 앞두지 않고 바꿔서 많이 불안하고
초조했지만 잘 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계속 다독이며 연습에만 매진했어요.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연습을 한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었던 것
같아요.
Q. 미스 춘향을 준비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자기소개에서 저는 "봄의 향기를 지닌 춘향 후보 8번 조승희입니다. 남원의 춘향이가 지조와
절개로 이몽룡의 사랑을 지켜냈듯이 저는 재능과 실력으로 한국 최고의 품위와 맵시를 뽐내 여러분의 사랑을 끝까지 지켜내겠습니다. 오늘 저를
주목해주세요"라고 했어요. 이 짧은 문장도 고심에 고심을 거치며 내가 직접 썼어요. 나를 표현해주는 문장은 내가 가장 잘 쓸 수 있기 때문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인지 더 애착이 가고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자기소개를 준비했던 시간과 사람들 앞에서 제 이야기를 했던 모든
시간들이요.
Q. 미스 춘향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면? 당시엔 좀 힘들었는데 지나고 나니 그게 다 추억이더라고요. 원래 노래하고 춤추는 걸 좋아해서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거짓말이 아니라 저는 그 모든 과정이 재밌었어요.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생일인 친구 몰래 카메라 이벤트도 하고,
한국무용 부채춤도 연습하며 친구들과 함께 땀 흘린 모든 순간들이요. 한복에 신는 구두를 신고 한복 잡는 연습을 하루 종일 하는 게 좀 힘들긴
했어요. 어깨 각이 떨어지지 않게 서 있어야 하고, 무대라 생각하고 앞으로 나가고 들어오는 걸음걸이 하나하나 다 연습했거든요. 또 일정이
빡빡하다보니 안 쉬고 연습을 계속 했어요. 완벽한 무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지치지 않으려 애를 썼어요. 당시 촬영할
때 NG없이 한 번에 간 것은 다 연습으로 빚어진 결과물이라 생각해요.
Q. '그 사람을 찾습니다' 공식 질문입니다. 궁극적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세요? 연기자를 꿈꾸고 있지만 연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면에서 고루고루 쓰일 수 있는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고 싶다. 자랑은 아니지만 춤, 노래, 피아노 등에 자신이 있다. 어떤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 만능 엔터테이너가 목표다. 연기
또한 장르를 불문하고 도전적인 연기를 해보고 싶다. 남들이 가는 길 보단 가지 않는 길을 택하는 것 또한 만능으로 가는 열쇠라 생각한다.
조승희 학우는 우리 학교 홍보모델이기도 했다. 작년엔 하이틴 뮤지컬 <아이돌>에서 김나연이라는 여자 주인공을 맡기도
했었다. 그녀는 뜻이 확고했다. 영화는 꼭 극장에 가서 본다고 했다. 연기자가 될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승희 학우는 자신이 어떤 길을
가야할지를 캔버스에 잘 스케치 해두었다. 그리고 그 밑바탕에 하나씩 색을 칠하고 있었다. 사소한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며 자신이 갈 길을 찾아가는
그녀의 모습은 꿈이라는 도착지를 향해 마일리지를 쌓듯 하나씩 쌓아가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그녀를 거울삼아 우리는 꿈을 향해 얼마만큼의
마일리지를 쌓았는지 되돌아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