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미술관으로 가는 버스 #1 - 1711번 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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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인들은 다양한 버스를 탄다. 경복궁역을 가기 위해 혹은 광화문역을 혹은 시청역을 가기 위해 1711번 버스를 많이들 탄다. 하교 길에 버스에서 자리를 사수하기 위해 펼쳐지는 풍경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자리를 사수하기 위한 국민인들의 처절한 전투가 벌어진다. 그중에서도 1711번이 가장 심하다는 것은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운이 좋아 버스에 한 번에 탑승한다 하더라도,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국민인은 괴롭다. 강의를 들으며 이미 심신은 지쳤는데... 버스 자리 뿐 아니라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들은 항상 우리 곁에 있다. 강의에, 과제에, 팀플에... 시험까지 빠지면 섭섭하다. 조선
왕조에 종말을 불러올 뻔 했다던 그 대가뭄도 울고 갈 정도로 우리의 일상은 메마르고 척박하다. 오늘은 어제고 내일도 오늘이 될 게
뻔하다. 자, 그럼 지금부터 버스 1711번이 어떤 미술관으로 우리를 데려다 주는지 함께 떠나보자. 1711번 버스를 타고 적선동 정류장에서 내리면 갈 수 있다. 맞은편 스타벅스 골목으로 직진하다보면 조용한 주택가 속에 왼쪽으로 아담한 하얀 건물이 고즈넉이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 미술관이 있다고?"란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겉보기에도 모던함을 풀풀 풍기고 있는 대림미술관은 올해로 10살이 되었다. 대림미술관의 전시 스펙트럼은 넓다. 마니아층의 취향에 맞춘 전시를 준비하기도, 많은 대중이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전시를 골고루 소개한다. 미술관이 다소 어렵다면 대림미술관은 가벼운 마음,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가갈 수 있다. 대림미술관의 모토 "국내 문화예술의 활성화와 문화교류에 이바지"만 봐도 그 취향을 잘 알 수 있다. 대림미술관은 전시 외에도 즐길 거리가 풍부하다. 다양한 전시관련 교육 프로그램과 아카데미, 공연 등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건물 내부에
있는 정원에서 또 미술관의 2층, 3층의 베란다에선 시끌벅적했던 일상에서 고요함 속으로 나를 둘 수 있다. 머리가 어지럽고 시끄러운 날,
대림미술관으로 향해보자. 조만간 바로 옆에 카페도 오픈한다고 하니 전시를 하고 그 카페에 앉아 전시를 곱씹어 보는 기회도
가져보자. 세종미술관 적선동 다음 정류장인 세종문화예술회관에 내리면 바로 코 앞에 있다. 버스에서 내려 광화문 지하철역으로 가기 전, 환승하기 전에 잠시 들리기에 안성맞춤이다. 세종문화회관 지하에 위치한 이 미술관은 무료다. 싼 게 비지떡이란 말이 있지만, 세종미술관은 그 말을 빗겨 나간다. 세종미술관을 다녀온 후엔 후불제라도 내고 싶어질 것이다. 비록 여타 미술관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작품 간격이 널찍널찍하게 되어 있어 관람에도 불편이 없다. 여타 유료입장의 미술관의 버금가는 퀼리티를 자랑한다. 일 년에 4번 정도 자체기획전시가 있는데, 이땐 별도의 입장료가 있다. 기획전시 같은 경우 고암 이응노 전, 카쉬 전 등 굵직굵직한 전시를 선보였다. 세종미술관은 선을 긋기 보단 선을 더 넓게 그린다. 전시가
대부분 일주일 단위로 이뤄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매주 달라지는 전시를 골라 보는 재미를 누려보자.
우리 학교 도서관 성곡도서관과 맥을 같이 하는 성곡미술관은 마찬가지로 세종문화예술회관 정류장에서 가까운 미술관이다. 성곡미술관은 왠지 이유 없이, 생각 없이 걷고 싶은 날 추천한다. 차도 사람도 많은 광화문대로를 잠시 빗겨나가 주택이 즐비한 조용한 골목 골목을 거닐며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성곡미술관을 향해 걷다보면 마치 내가 이상한 나라에 발을 들인 앨리스가 된 기분이다. 미술관의 사회적 역할을 중요시하는 성곡미술관답게 젊은 작가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자리가 또 중견작가들의 뜻을 이어나갈 수 있는 곳으로 성곡도서관은 자리매김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 성곡미술관만의 매력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조각공원'이다. 미술관 관람 티켓이 있다면 무료입장이 가능하며 음료도 제공된다.
이 곳엔 국내외 주요 작가들의 조형물이 자연과 어우러져 있다. 수십 년 된 나무들이 있고, 산책로도 있다. 전시관에서 예술의 향기에 흠뻑
취하고, 조각공원에서 차 한 잔과 함께 자연의 향기에 흠뻑 취해보는 건 어떨까?
관람시간 : 시청역 정류장에서 내리면 갈 수 있는 시립미술관. 그 이름도 유명한 덕수궁 돌담길을 끼고 쭉 걷다 보면 어느새 시립미술관이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돌담길 뿐 아니라 시립미술관으로 올라가는 꽃 길 또한 가는 길에 재미를 더해준다. 우리나라 최초의 재판소인 평리원이 있던 자리여서 그런지 서울시립미술관은 어딘가 모르게 위엄이 풍겨진다. 건물 자체도 하나의 작품처럼 고풍스럽다. 시립미술관은 서울의 대표적인 공공미술관으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다채로운 전시는 두말하면 잔소리이며 오직 서울시립미술관에서만 볼 수 있는 소장품 기획 전시도 다양하게 열리고 있다. 또 매년 고르고 골라 특화된 작품 수집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며 자신들만의 색을 찾아가고 있다. 꼭 미술관에 전시를 보러 가는 목적이 아니더라도 산책코스로도 손색이 없는 시립미술관이다. "언제나 찾아가고 싶은 미술관"이란 말과 꼭
어울리는 미술관이다. 또한 시민 미술 강좌를 비롯해 도슨트 양성 프로그램, 직장인을 위한 야간 미술 강좌 등 사람들과 소통하려는 미술관으로서의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다. 관람을 끝내고 벤치에 앉아 정동의 명소를 작품삼아 감상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우리도 모르게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수많은 미술관을 스쳐지나 왔다. 미술관을 이렇게 가까이 두고도 누리지 않는 건 예술에 대한 직무유기를
범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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