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스포츠 클라이밍 계의 여제 '김자인' 선수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고 처음으로 스포츠 클라이밍이 정식 운동
종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던 중 우리 국민*인 중에도 스포츠 클라이밍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학생이 있다고 해 당장 만나보고 왔다.
신입생답게 패기 넘치는 배호경(산림환경 12) 학생의 클라이밍 도전기에 귀기울여보자.
Q. 스포츠 클라이밍에 대해 막연하게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구체적으로 어떤 스포츠인지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스포츠 클라이밍이란, 실제 암벽에서 하는
클라이밍을 인공적인 홀드를 이용해서 하는 스포츠라고 생각하시면 되요. 암벽이나 바위를 타려면 시간을 내서 멀리 산에 가야하는데 비해 스포츠
클라이밍은 실내도 있으니까 좀 더 쉽고 기후에 관계없이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죠. 그리고 위험하다고들 많이 생각하시는데 안전장비를 모두
착용하고 하고 높은 곳으로 올라가지 않고 어려운 홀드를 이용해서 낮은 곳에서만 하는 볼더링이라는 것도 있기 때문에 다른 스포츠 종목들에 비해
특별히 더 위험하지는 않고, 취미 삼아 운동 삼아 시작해 볼 수 있습니다.
Q. 스포츠 클라이밍
단어만으로도 굉장히 도전적으로 느껴지는데 처음 시작하게 된 것은 언제였죠? 스포츠 클라이밍을 처음
접했던 건 고등학교 때였던 것 같아요. 저는 스포츠 클라이밍부터 시작한 게 아니고 아버지 따라서 산에 자주 다니면서 바위 등반을 먼저
했었거든요. 둘 다 비슷해 보이는데 상당히 다른 면이 많아요. 바위 등반은 좀 심하게 표현하자면 어쨌든 올라가기만 하면 되는데 스포츠 클라이밍은
자세 같은 게 대단히 중요하거든요. 스포츠 클라이밍은 고등학교 1학년 때 동네에 실내인공암장이 생겨서 아버지와 같이 다니게 됐어요. 토요일
특별활동시간에도 스포츠 클라이밍을 신청했었고 그때 그 수업시간에 여학생이 저밖에 없었는데 아버지도 가끔 와서 보조강사로 도와주시고 해서 많은
흥미가 생겨 지금까지 취미로 지속하고 있습니다.
Q. 스포츠 클라이밍은 크고 작은 규모의 대회들이 많이 있다고 하던데
혹시 출전해보신 대회가 있나요? 공식적인 대회는 대학교 와서 얼마 전에 대학산악연맹에서 주최한
FILA배 스포츠클라이밍 대회였어요. 일반 대학생도 참가 가능하지만 일반적으로 대학산악부들이 많이 출전하는 편인데, 가서 해보니까 잘하는
사람들도 정말 많고, 다들 완전 날아다니시더라고요(웃음). 대회 첫 출전이었는데 많이 배우기도 배우고 신입 부문에서 수상까지 하게 되어 정말
즐거운 추억이 되었습니다.
Q. 신입 부문에서 수상했을 당시에
소감이 남달랐을 것 같은데 수상소감 들어볼 수 있을까요? 당연히 좋고 기뻤죠. 그래도
제가 대학 산악부 들어오기 전부터 조금씩이나마 스포츠클라이밍을 해봤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수상했다고 생각해요. 사실 신입생들은 이제 막 처음
해보는 편이니까 대부분 어색해 하거든요. 그 중에서 처음 하는데도 엄청나게 잘하는 동기들을 보면 알게 모르게 라이벌의식이 생기기도 하고 스스로
자극도 받게 되요. 그리고 대회출전을 해보니까 제가 얼마나 부족한지 더 잘 알게 되는 것 같아요.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동작을 척척 하시니까.
대회 끝나고 나서 암장에 더 열심히 다니게 됐어요. 대회 자체도 즐겁지만 수상하면 더 즐겁잖아요(웃음). 열심히 해서 2학기 때도 수상하고
싶고, 2학년 되면 재학생 부문이라 수상하기가 진짜로 하늘의 별따기니까 지금부터 열심히 해야죠. 그리고 아버지한테 되게 많이 감사했어요. 산에
다니거나 스포츠 클라이밍하면 돈도 많이 들고 그러는데. 지원도 해주시고 조언도 많이 해주시니까, 새삼 감사하게 되더라고요.
Q. 산악부에서도 활동하신다고 들었는데 등산과 스포츠 클라이밍은 엄연히
다르잖아요. 등산과는 비교할 수 없는 스포츠 클라이밍만의 매력이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등산도 싫지는 않은데 스포츠 클라이밍은 좀 더 도전적이라는 부분이 마음에 들어요. 문제 하나가 주어지면 동기들하고 이런 자세 저런 자세 다
해보는데 나중에 보면 거의 쇼에 가깝거든요(웃음). 그러다가 피니쉬 홀드를 딱 잡을 때의 그 쾌감! 그게 진짜 재밌는 거 같아요. 물론 그 홀드
잡으려고 동기들하고 난리 피우며 연습해가는 과정도 즐겁고요. 근데 그렇게 문제 풀어서 완전 신나하는데 '응 그럼 이제 이거 해 봐' 하면서
새로운 과제가 생기면 좀 김빠지기는 하죠(웃음). 그래도 암장 갈 때마다 '오늘은 꼭 지난번 그 문제 깨야지' 하면서 가요.
Q. 산림환경시스템학과 소속인데 학과에서 영향을 받은 부분이
있나요? 아예 없다고 말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환경 쪽에 관심이 많아서 산림환경시스템과에
들어오게 된 건데 어렸을 때부터 산에 많이 다니고 그러다 보니까 더 많이 관심이 가게 된 것 같고. 요새는 산악부 활동하면서 산에 가면 나무
보면서 이름도 맞춰 보고 그래요(웃음). 사실 산악부 활동을 시작하게 된 건 아버지께서 국민대학교 산악부셨다 는 영향이 제일 크거든요. 여러모로
학교와도 연관성이 높은 것 같아요.
Q. 온 몸에 있는
근육을 모두 써야하는 운동이잖아요.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평소에 안 쓰는 근육을 많이
쓴다는 점. 따로 훈련해야 되기도 하고 나중에 근육통이 되게 이상하게 오더라고요(웃음). FILA배 클라이밍 대회 끝나고 나서 며칠 동안
동기들이랑 엄청 힘들어 했어요. 서로 아픈 근육 풀어준답시고 만지면서 소리 지르고 말이죠. 그래도 그런 만큼 잔 근육 발달이 잘 되서 몸매가 잘
잡히는 것 같아요. 유산소 운동이자 무산소 운동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다이어트도 할 수 있고요. 다이어트 하고 싶은
국민*인들에게 강력 추천합니다.
Q. 인공암벽이 아니라 실제 암벽에서 할 때는 어느 정도 위험도
감수해야 할 텐데 무섭지는 않으세요? 당연히 무섭죠. 근데 전 신입생이니까 장비 다 착용하고
후등으로 올라가면 위험도가 거의 없으니까요. 몇 번 하다보면 장비에 대한 신뢰가 있어서 선등으로 가는 게 아니면 그렇게 무섭지는 않거든요,
그리고 올라가서 보는 풍경, 짜릿한 성취감이 그럼 공포와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Q. 육체적으로는 많이 힘들지만 계속해서 스포츠 클라이밍을 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재밌으니까요. 성취감도 있고. 사실 굳이 클라이밍이 아니어도 무슨 운동이든 다
비슷할 것 같은데. 성취감이 가장 크죠. 여태 못하던 루트를 했을 때, 해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니까요. 성취감이 자신감으로 다른 어떤 어려운
일들도 이겨 나갈 수 있는 경험을 쌓아 주는 것 같아요.
Q. 취미로써 스포츠 클라이밍은 어떤 매력이
있나요? 취미로 시작하려는
국민*인들에게 방법을 알려주세요. 스포츠로써의 매력도 있지만 무엇보다
도전정신이 생기는 거나 성취감을 느끼는 게 더 크다고 생각해요. 이런 점이 평소 생활태도에도 영향을 많이 끼친다고 생각되는데, 지금까지의
학교생활에도 많이 도움이 됐고, 앞으로도 많이 그럴 것 같아요.
가까운 암장으로는 수유에 노스페이스
암장이 있어요. 등록하면 기초부터 차근차근 잘 가르쳐주시고 선수님들도 오시니까 보면서 많이 자극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생각보다
실내 암장이 주변에 많은 편이니까 잘 찾아보면 운동을 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아요. 아니면 인터넷 동호회도 많으니까 접근방법은
다양하죠.
Q. 앞으로 계획이나 꿈에 대해 들어보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클라이밍도 많이 하고 아웃도어 경험을 많이 해서 코오롱에서 주최하는 오지탐사대에 참가하는 게 대학
생활동안 꼭 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예요. 난이도도 더 어려운 것까지 등반하고 싶고, 아직은 실력이 부족하지만 앞으로 더 많이 훈련해서 선등도
서고 싶죠. 가능하다면 해외 원전에도 꼭 참여하고 싶어요.
Q. 나에게 스포츠
클라이밍이란? 단순한 운동의 수준은 넘어선 것 같아요. 다른 학교 동기들하고 어울릴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도 하고, 스트레스 해소의 구실도 하니까요. 그리고 클라이밍을 함으로써 더 많은 경험에 대한 기회의 폭이 생기는 것
같아요. 다양한 연령층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그로부터 또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거든요, 동굴탐사라든가 수상스키라든가.
별로 크게 관련이 없어보여도 신기하게 다 할 수 있는 길이 생기더라고요(웃음).
이번 인터뷰를 통해 생소했던 스포츠 클라이밍이라는 종목에 대해 알아 가면 알아갈수록 우리의 인생과 참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다. '피니싱 터치'라는 목표를 향해 매달리기도 하고 때론 근육통을 감수해야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결코 1등만을 위한 과정은 아니라는 점은
확실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더위가 더해지는 방학에 집에만 누워있지 말고 새로운 취미를 찾아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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