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으로 일찍 세상에 알려진 20대들을 보면 항상 드는 생각이 있다. 대단하다. '대단하다'란 말은 그들이 세상에 비춘 빛과 함께 과거 고된 훈련 모습이 그림자로 보이기 때문이다. 22살이란 어린 나이에 '2012 헬로모바일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개막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동은(자동차공학과 12)학생이 그렇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 모터스포츠계의 유망주'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그가 내는 빛은 어떤 그림자를 담아내고 있을지 직접 만나보자.
5살 때부터 카트를 타기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지금의 김동은 학생이 있기까지 아버지이신 김정수 감독님의 영향이 컸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5살 때부터 카트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카트는 포뮬러와 달리 라이선스가 필요 없어 어릴 때부터 탈 수 있어요. 아버지께서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카레이싱을 하셨고 어머니께서는 그런 아버지를 옆에서 항상 서포터를 해주셨어요. 저는 태어나자마자 어머니 등에 업혀 매일같이 경기장에 드나들어 자동차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죠.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경기장에서 경기가 열렸는데 그 곳에는 카트와 카트보다 작은 30cc엔진의 작은 미니 바이크가 있었어요. 그 때 저는 카트를 선택했습니다. 만약 바이크를 택했다면 바이크 선수가 됐을 수도 있겠네요. 그 이후 매일같이 카트 장에 드나들며 연습을 했고 국내 최연소 카트 드라이버가 됐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일본으로 넘어가 전 일본 카트 챔피언십, 마카오에서 열린 로탁스맥스 세계 카트 선수권대회 등 해외 대회에 참가했고 고등학교 졸업이후에 일본에서 F4(Formula4) 레이스에 참가했습니다.
슈퍼레이스 개막전에서 베테랑 선배들을 제치고 우승을 했어요. 그 당시 긴장이 상당했을 것 같아요. 실제 경기 때는 어땠나요? 어릴 때부터 많은 경기를 해온 덕에 단련이 되서 경기 때 큰 긴장은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경기 때만 되면 모든 드라이버들이 큰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남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하기 때문이죠. 다른 스포츠 종목도 마찬가지 일 겁니다. 카트레이스 이후로 투어링카(장거리를 고속으로 주행할 수 있는 경주용 자동차) 대회에서 우승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 해냈다는 성취감이 크고 뿌듯했습니다.
결승에서는 2위를 하고 우승 소감으로 "김의수 선수를 막아내 자부심을 느낀다" 이렇게 당돌하게 답한 기사를 봤어요. 대선배님 이시잖아요. 평소에도 이렇게 당당한 성격인가요? 김의수 선수는 저를 5살 때부터 쭉 지켜봐온 대선배입니다. 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제가 차츰 성장하는 모습을 계속 지켜봐오셨어요. 어릴 때는 선배 후배가 뭔지도 몰랐어요. 이제는 같이 시합을 뛴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뜻 깊어요. 운이 좋아 선배님을 따돌려 기분이 좋다고 한 겁니다. 평소에는 당당하고 싶은 성격이에요.
슈퍼6000클래스 경기는 아시아 최고 유일한 스톡카(최고스피드에 중점을 둔 레이스카) 시리즈라서 그만큼 우승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에요. 그렇게까지 되기 위해선 많은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의 최고 클래스라고 불리는 스톡카 시리즈에서 우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제가 특출해서가 아니고 여러 가지의 상황이 동시에 좋은 효과를 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팀 스텝들, 레이싱카를 세팅 해주는 미케닉들, 세팅의 느낌, 특성을 이야기해주는 드라이버 등, 여러 가지의 상황이 잘 조합되어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와야 이런 모든 상황들이 가능하겠죠. 어릴 때부터 다양한 경험을 해온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체력관리나 훈련도 소홀히 해선 안 되겠네요. 네. 카레이서는 단시간 힘을 내는 근육보다 오랜 시간 힘을 낼 수 있는 근육이 필요합니다. 지구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지구력 위주로 운동을 합니다. 차를 타면서 운동량이 그렇게 필요한가라는 생각도 할 수 있는데 생각 외로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레이싱카의 내부는 굉장히 뜨겁고 달리기만을 위해 무게를 최소화 해 에어컨도 없습니다. 또 목운동을 많이 합니다. 일반자동차와는 달리 레이상카는 코너링을 할 때 엄청난 원심력을 받기 때문에 목근력이 없으면 앞을 똑바로 볼 수 없습니다.
슈퍼레이스 경기 후 바로 포뮬러 SAE에 참가했다고 들었어요. 바쁜 일정을 소화하기 힘들 것 같아요. 그렇게 힘들지 않아요. 저는 제가 열심히 하고 잘 할 수 있는 레이스 활동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설렙니다. 프로 레이서로서 한 발 한 발 성장하는 단계라고 생각하고 굉장히 뿌듯합니다.
F-SAE는 전 세계 대학생들이 만든 자작 자동차로 경기에 참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 큰 대회에 나갔다오면 어떤 점을 가장 크게 배우고 돌아오나요? 대회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는데 직접 가보니 많은 대학 공학도들이 만든 차를 보니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열심히 했다는 것이 눈에 보였어요. 'KORA'또한 매일 밤을 새고 열심히 노력한 것이 보였어요. 실제 미국이나 독일 등 자동차 산업이 크게 발달한 국가의 유명한 대학교 공학도들이 만든 차는 포뮬러 레이스카를 양산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을 보여줬어요. 대회에서 상위권인 학교들을 매년 경기마다 상위권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중위권이나 하위권 대학들은 관심 밖인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이번에 우리학교 자동차가 오토크로스(파일런을 새워두고 코스를 도는 것)를 할 때 차량 움직임을 보고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해요. 국민대 자작차 제작 실력이 세계수준까지 올라왔다는 것이 증명된 것 같아 자랑스러웠습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팀워크'란 어떤 것인가요? 팀원들 간의 이해관계와 피드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발견하지 못한 생각을 남이 할 수 있고 그 생각들을 더 하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테니까요. 'KORA'는 그런 팀워크가 굉장히 좋습니다. 서로간의 의견을 모두 수렴하고 회의를 거쳐 팀원 한 명 한 명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그래서 이번 FSAE 대회에서 팀워크가 중요한 정적이벤트에서 큰 점수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대회에서 우승하고 또 동아리 내에서 드라이버로 활동하면서 많은 주목을 받을 텐데요. 부담스러울 때도 있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이런 주목을 받는 것에 대해 많이 부담을 갖곤 했는데 요즘에는 오히려 이런 주목이 반갑기도 합니다. 저와 같은 사람이 많이 부각 되어야 모터스포츠가 우리나라에서 많이 발달되어 좋은 환경이 만들어질 테니까요. 학교에서도 더 많은 관심을 받아 제 밑으로 들어올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대회가 학기 중에 이루어져서 학교를 많이 못나왔을 것 같은데, 학교생활과 병행하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나요? 제가 참여하고 있는 프로레이스와 학교에서 참여한 FSAE대회가 3주간 4경기가 연달아 있었어요. 육체적으로 힘든 것보다, 정신적으로 많은 고민을 했어요. 놓친 수업을 따라가기가 힘들었어요. 특기생으로 입학하기는 했지만, 일반 학생들과 똑같이 학교생활을 하고 있어요. 교수님들께서 많은 배려를 해주셨지만 아직은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 것 같습니다.
현재 12학번 신입생으로 재학 중이에요. 우리학교를 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제가 초등학교 때 카트레이스를 하던 중 같은 날 같은 서킷(자동차경주 코스)에서 대학교 자작 자동차 대회에 열렸어요. 우연히 레이스를 구경하게 됐는데 가장 눈에 띄는 차가 한 대 있었습니다. 그게 바로 국민대 자동차였어요. 그걸 보면서 "나도 대학생이 되어 자작 자동차대회에 참여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카레이서라는 직업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고 유명한 직업이자만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모르고 있거나 관심이 없는 비인기 종목이라고 할 수 있어요.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선수나 수영의 박태환 선수처럼 정상의 자리에 오르기 전까지는 관심이 부족합니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요. 저를 기점으로 앞으로도 많은 학교들이 어린 선수들을 발견해내고 키워주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나요? 제가 이번에 참가하고 있는 대회는 1년에 한 시리즈로 7번 경기를 치르며 각 경기마다 성적으로 시리즈 챔피언을 가립니다. 대표적으로 '슈퍼레이스'와 '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이라는 대회가 있습니다. 두 경기 총합 14번 경기가 있습니다. 학교에 입학한 후 4경기 FSAE대회까지 5번의 경기를 치렀는데 앞으로 남은 경기는 4번 있고 또 다른 경기에 참가할 수도 있어 준비 중에 있어요.
이미 한 분야에서 성공을 이뤘다고 보는데요.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요? 한국에는 아직 포뮬러원 드라이버가 없습니다. 저는 레이스를 처음 시작한 만 4살 때부터 정해놓은 꿈이 있는데 바로 포뮬러원 드라이버가 되는 것 입니다. 저 뿐 아니라 많은 드라이버들이 포뮬러원 드라이버가 되기 위해 전 세계 각지에서 끝없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어마어마한 후원금이 필요하고 모터스포츠인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한국이 최초로 제가 포뮬러원 드라이버가 될 확률은 아직 적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 꿈은 끝까지 놓치않을 거예요.
수상경력
2000년 코리아 카트 그랑프리 주니어 클래스 시리즈 챔피언 2001년 코리아 카트 그랑프리 주니어 클래스 시리즈 챔피언 2002년 코리아 카트 그랑프리 주니어 클래스 시리즈 챔피언 2003년 코리아 카트 그랑프리 야마하 클래스 시리즈 챔피언 2004년 전일본 카트 챔피언쉽 주니어 클래스 참가 마카오 카트 그랑프리 맥스 주니어 클래스 4위 2005년 전일본 카트 챔피언쉽 주니어 클래스 10위 마카오 카트 그랑프리 맥스 주니어 클래스 10위 2006년 포뮬러 Toyota 스쿨 수료 2007년 포뮬러 Toyota 스쿨 수료 2008년 코리아 카트 시리즈 출전 2009년 Super Race Kart 개막전 우승 Super Race Kart 2전 3위 2010년 일본F4시리즈 OKAYAMA 출전 일본 F4 시리즈 SUZUKA 출전 7위 일본 F4 시리즈 FUJI 출전 10위 CJ 슈퍼레이스 4전 6000클래스 2위 CJ 슈퍼레이스 5전,6전 6000클래스 4위 KMRC F1서킷레이스 GT클래스 4위 2011년 티빙슈퍼레이스 2전 헬로티비 클래스 3위 티빙슈퍼레이스 3전 헬로티비 클래스 5위 티빙슈퍼레이스 5전 헬로티비 클래스 3위 korea speed festival 아반떼 클래스 시리즈 챔피언 티빙슈퍼레이스 종합 3위 2012년 슈퍼레이스 슈퍼6000클래스 개막전 우승 슈퍼레이스 3전 슈퍼6000클래스 2위
수수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그와의 인터뷰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는 슈퍼레이스 후 바로 이어진 대회 등으로 일정이 빠듯했다. 그런 와중에도 꼼꼼한 답변을 위해 애쓰는 모습에 그가 세계 대회에서 굳건히 자리는 지켜나가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깊은 지식이 부족한 기자를 위해 용어 하나하나 차근히 설명해주었다.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다가도 자동차 얘기만 나오면 그새 눈빛이 변했다. 그는 지금의 자신뿐만 아니라 뒤를 이어갈 후배들을 위해 길을 잘 터주고 싶다고 했다. 그 길 위에서 국민*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은 선수가 달리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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