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Tip&Tech #7] 정릉이 누구 묘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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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진흥 위원회가 조사한 지난 2012년 가장 사랑받은 한국 영화 중 다시 보고 싶은 영화'에서 '건축학개론'이 1위에 올랐다. 이 영화 속 두 주인공, 서연과 승민의 첫 만남과 첫사랑의 추억이 된 배경은 정릉이다. 또한 국민대가 위치한 곳도 바로 정릉. 정릉으로 감성여행을 떠나보자.
교수: 정릉이 누구 능이야? 서연: 정조. 정종.........정약용? 영화 '건축학 개론' 中
영화 '건축학 개론'의 서연의 엉뚱한 대답에 관객들은 웃음을 터트린다. 하지만, 교수의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국민*인은 과연 몇이나 될까. 국민대에서 약 15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세계문화 유산 정릉은 누구의 묘지 일까.
정릉 그리고 신덕왕후 정릉은 정조, 정종, 정약용의 능도 아닌 바로 태조의 계비 신덕왕후의 능이다. 신덕왕후는 상산부원군 강윤성의 딸로 태조의 계비이다. 신덕왕후의 가문은 고려의 권문세가로 태조 이성계가 중앙정계에 진출하여 정치 영역을 넓혀 조선을 건국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태조의 원비는 신의왕후였으나 태조 즉위 전 세상을 떴기 때문에 신덕왕후가 조선 최초의 왕비로 책봉되었다. 신덕왕후는 태조와 원비 신의왕후 사이의 장성한 여섯 아들을 제치고 자신의 아들 방석을 세자로 책봉하는 데 성공했을 정도로 정치적 역량이 뛰어난 인물이었다. 태조와의 사이에서 방번, 방석 두아들과 경순공주를 두었으며 태조는 신덕왕후를 극진히 사랑했다고 전한다. 현비가 갑자기 승하하자 태조는 도성 안인 현 덕수궁 뒤편 현재 영국대사관 자리로 추정되는 곳에 능역을 조성하고 강씨 봉분 우측에 훗날 자신이 묻힐 자리까지 함께 마련하여 능호를 정릉으로 정하였다. 아울러 능의 동편에 흥천사라는 절을 지어 재궁으로 삼고 능침사찰로 하였다. 그러나 잘 조성된 정릉은 신덕왕후의 왕자인 방번과 방석이 왕자의 난을 거치면서 살해되고 태조의 원비 신의왕후의 다섯 번째 소생인 태종이 즉위하면서부터 푸대접을 받으며 현재의 위치로 천장되었다. 그 후, 신덕왕후는 현종에 의해 복권되면서 그 능이 현재와 같이 재 조성되었다.
영화 '건축학개론' 속 가을 정릉과 한겨울 정릉의 모습
파릇파릇한 잎사귀와 불그스름한 낙엽으로 가득 찬 영화 속 정릉은 활기차다. 영화 속 가을 정릉도 좋지만, 기자가 본 1월 겨울 속 정릉의 설원은 그 어느 곳보다 고요하며 평화로웠다. 정릉은 신덕왕후의 능, 능 앞에 위치하며 제의식이 이루어지는 건물인 정자각, 영혼이 출입하는 문인 홍살문 그리고 비석을 안치하기 위해 지은 건축물인 비각 등 으로 이루어졌다. 정자각과 비각위에도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다. 능 주변을 둘러 싼 정릉 숲길을 따라 하얗게 내린 눈을 밟으며 산책할 수 있다는 것도 겨울 정릉만의 매력이다.
왼쪽부터 정자각, 홍살문, 비각. 그리고 전체적인 정릉의 풍경
태조 이성계와 신덕왕후의 사랑이야기 태조는 신덕왕후를 극진히 사랑했다고 전해진다. 그들이 처음 만나 사랑을 싹틔우게 된 계기에 대한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기 전의 어느 날, 말을 달리며 사냥을 하다가 목이 매우 말라 우물을 찾았다고 한다. 마침 우물가에 있던 아리따운 그 고을의 처자에게 물을 청하였는데, 그녀는 바가지에 물을 뜨더니 버들잎 한 웅큼을 띄워 그에게 건네주었다. 태조가 버들잎을 띄운 이유를 묻자 뒷날의 신덕왕후가 된 그 처녀는 "갈증이 심하여 급히 물을 마시다 체하지나 않을까 염려되어 그리했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고 한다. 이 대답을 들은 이성계는 그녀의 갸륵한 마음 씀씀이에 반하여 부인으로 맞아들이게 되었다고 한다. 병환으로 사랑하던 신덕왕후를 잃은 태조는 정릉을 조영하고, 능 동쪽에 그녀의 명복을 빌기 위한 원찰로 흥천사를 세웠다. 이 원찰에서 정릉에 재를 올리는 종소리를 듣고서야 아침 수라를 들었다고 한다. 정릉에는 신덕왕후에 대한 태조의 사랑이 담겨있다.
정릉과 정릉 숲길
우리가 무심코 지나가는 곳에도 그 나름의 역사가 살아 있다. 간혹 우리가 몇 년 만에 고향에 방문했을 때, 어느 골목이나 상가를 지나칠 때면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처럼 자신에게 혹은 타인에게 특별한 의미가 부여된 공간이 그 장소를 찾는 이로 하여금 문화적 정체성을 느끼고 의식적인 애착을 갖게 한다. 정릉은 서연과 승민에게 첫사랑과의 추억을 떠오르게 하고, 태조에게는 지극히 사랑했던 부인을 묻은 그리움으로 기억되었다. 건축학개론과 태조의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담겨 있는 정릉. 정릉의 숲길을 거닐며 국민*인의 감성을 정릉에 남겨 보는 건 어떨까.
<국민대에서 정릉가는 길> 국민대 → 1213, 7211, 153 등(길음역으로 향하는 버스) → 정릉 주민2동주민센터 하차 → 도보로 정릉 푯말을 따라 하이츠아파트에서 좌회전하여 직진 → 강원약국에서 우회전 후 직진 → 큰 느티나무 옆 푯말을 따라 400M 도보(도보 총 10분) →세계문화 유산, 정릉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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