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국민*인 책다방 #3] 당신은 어떤 인생을 살고 있나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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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도 책 읽을 권리가 있다. 읽을 권리도 있고 사실 읽을 시간도 있다. 과제, 시험이라는 핑계거리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란 상대적인 것이기에 우리에겐 책을 읽을 시간이 있다. 하지만 마음먹은 일이 말처럼 행동에 옮기기가 쉽지 않듯 '책을 읽어야겠다'란 생각은 늘 우리 곁에 머물고 있지만 좀처럼 책장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준비한 국민인 책 읽기 프로젝트! 국민인 책다방! 국민인 책다방은 두명의 국민*인의 대담으로 채워진다. 이번 책다방은 산림환경시스템을 전공하고있는 박선규(10), 이승철(12)학생과 함께 했다. 날이 좋으면 더워서 나가기 싫고 비가 오면 축축해서 나가기 싫은 여름이다. 나가긴 싫지만 하루종일 텔레비전만 뚫어져라 쳐다보자니 좀이 쑤시기 시작하는 국민*인이라면 오늘은 소설을 손에 잡고 소설 속 세상으로 폴짝 건너가 보자. 이번에 함께 읽어본 책은 스물아홉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와 올리브키터리지 이다. 두 책 모두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보통사람들의 조금은 특별한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과연 두 학생은 이 책을 읽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지 잘 읽어보자!
스물아홉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 하야마 아마리(2012) Q. 아마리의 혼자 외로워하고, 삶에 별다른 기대도 희망도 갖지 않는 모습을 보며, 우리와 참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삶 속에서도 우리가 아마리처럼 죽기로 결심하지 않고 살아가도록 만드는 그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승철) 제가 좋아하는 한 책에서는 아침마다 태엽을 감는다라는 표현이 나와요. 여기서 말하는 태엽은 하루를 지내는데 필요한 동기나 의지를 채우는 행위겠죠. 제가 태엽을 감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책임감 때문에이요. 아무 계획없이 산다면 저 역시 아마리처럼 될것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영어스터디를 하게된다던지 수영 새벽반을 등록한다던지 해서 계획이 생기면, 다른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고, 저 스스로 하기로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하루종일 열심히 살아갈 수 있게 합니다. 또, 계획된 일을 하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 저를 더 의욕적이게 만듭니다. 선규) 저도 그 말에 공감합니다. 사람들이 무지개 끝에 가면 뭔가 엄청난 것이 있다고, 이상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하면 제 목표는 무지개 끝에 있게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하지만, 사실 무지개 끝에 아무것도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어도, 그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속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 저를 계속해서 무지개 끝으로 가도록 이끌었습니다. 아마도 이 무지개는 아마리의 라스베거스와 같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그런지 소설을 읽는 내내 제 이야기처럼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Q. 아마리를 필사적으로 살도록 만든건 난생처음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간절함과, 가슴 떨리는 설렘을 느낀다. 이런 간절함과 가슴떨림이었다. 이런 간절함과 가슴떨림을 느껴본적 있나 선규) 제가 살면서 가장 간절하게 무언가를 바랬던 순간은 공장에서 일할 때였습니다. 계약직 더트공으로 일을 했었는데, 그때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회사의 정규직 사람들과 분리되어 생활했죠. 밥도 함께 먹을 수 없었고, 화장실도 따로 사용해야 해서 우린 드럼통에서 해결해야 했습니다. 한번은 제대로 된 밥이 먹고 싶어 회사식당에서 밥을 먹었는데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손가락질 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이 소리를 들으며 '아 정말 배워야 겠구나'라고 절실하게 느끼고, 편입준비를 간절한 마음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마리의 삶처럼 간절하게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느낀 후부터 제 인생이 바뀐 것 같습니다. 승철) 사실 살아가면서 살아갈 동기를 얻을 정도로 가슴 떨리는 순간을 경험하진 못했습니다. 이런 것도 이 소설의 주인공처럼 극한까지 가야 느낄 수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무언가를 하고 싶어 가슴떨렸던 순간은 군대에서 였습니다. 저는 군대에 갈때까지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에 많은 욕심을 가지지 않았고,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칼세이건의 코스모스란 책을 읽으며 대기과학을 하고싶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고, 제대 후 대기과학을 좀 더 심층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대학교에 진학했습니다. Q.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구절이 있다면? 승철) "출세니 성공이니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잣대를 가지는 거라고 생각해. 세상은 온통 허울 좋은 포장지로 덮여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자기만의 눈과 잣대만을 가지고 있다면 그 사람은 타인의 평가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고 비로소 '자기인생'을 살 수 있을거야." 이 구절은 저 뿐만 아니라 다른 국민*인들에게도 필요한 말인 것 같아 뽑아봤습니다. 요즘 다들 느끼고 있겠지만 남들이 원하는건 뭔지 명확히 잘 알면서도 정작 내가 원하는게 뭔지 모르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이제 남들이 말하는 잘 사는 인생말고 내가 원하는 삶을 찾기 위해 자신만의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선규) " 나와 똑같은 느낌을 강요하거나 이해해달라는 것은 무리이고 어리광이며 오만일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 말한 것처럼 사람은 진정한 의미에서 타인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알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다른 사람에게 완전히 이해받기를 원하기 때문에 싸움이 일어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Q. 이 책속에는 올리브 키터리지를 중심으로 한 마을사람들의 이야기가 13편의 단편으로 담겨있다. 그 이야기는 겉으론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 사람들의 속사정과 내면을 면밀하게 들여다본다. 이들의 이야기들 중 가장 공감이 갔던 이야기는 무엇인가. 선규) 올리브 키터리지 남편의 이야기 였던 '약국'의 이야기가 가장 공감이 갔습니다. 한 사람의 남편으로써 평생을 한 사람만을 바라보고 산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혹시 다들 누군가에게 마음이 생겨도 지금 부인에 대한 정 때문에, 자식 때문에, 지금의 생활이 무너질것이 겁이나서 외면하고 있는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늘 해왔습니다. 때문에 이 이야기를 읽는 내내 공감이 됐고,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승철) 저는 '병 속의 배'이야기가 가장 공감이 갔습니다. 다른 이야기들은 대부분 제가 경험하기엔 아직 이른 우리 부모님세대의 이야기라, 부모님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긴 했지만, 제가 공감을 하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병 속의 배'이야기는 마치 제 사춘기 시절을 엿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땐 이야기의 주인공 줄리처럼 어머니가 내 삶을 너무 간섭하고 통제하는 것 같아 답답했고 벗어나고 싶어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머니의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어 어머니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Q.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구절이 있다면? 선규) "죽는다는 말, 그렇게 함부로 쓰지마라. 얘야, 어떤 사람들은 지금 진짜로 죽어가고 있어. 그것도 끔찍하게. 그런 사람들은 너같은 입장이면 기뻐할 걸. 약혼자에게 버림받은 것쯤이야 그런 사람들에게 모기한번 세게 물린거나 다름없지." 극단적으로 죽고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도, 난관에 부딪히면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병실에 누워 생을 다투고있는 사람들과 입장을 바꾸어보니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지금이 얼마나 소중한 순간인지 깨닫습니다. 승철) '앤지는 이제 머리를 복도 벽에 기대고 손가락으로 자신의 검정 치마를 만지작 거리며 자신이 뭔가를 너무 늦게 깨달았다고, 그리고 그것이 너무 늦었을 때에야 뭔가를 깨닫는 것이 인생일 거라고 생각했다.' 이 구절이 이해가 되지 않아서 한참을 다시보곤 했었습니다. 오랫동안 고민했기에 가장 기억에 많이 남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작가는 먼저 경험한 사람들이 옆에서 아무리 이야기를 해주어도 자신이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진정 깨달을 수 없고, 그 깨달음을 얻었을 때는 돌이키기는 늦어버린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과연 '스물아홉생일, 1년뒤 죽기로 결심하다.' 와 '올리브키터리지'의 작가는 책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한 것일까. 선규) '스물아홉생일, 1년뒤 죽기로 결심하다.'는 작가의 경험을 담은 자전적인 소설입니다. 작가는 절망에 빠져 죽을 결심까지 했던 그때, 1년의 치열한 삶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를 들려줌으로써, 혹시 지금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이 있다면 저돌적으로 치열하게 그 다음을 향해 살아보라고 권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살다보면 반드시 뭔가 얻는게 있을 것이라고, 괴로움이 영원할 것 같지만 실은 마음먹기에 따라 금방 깨질 수 있는 것이라고 위로하면서 말이죠. 승철) 독특하지도, 위대하지도 않은 '보통사람인' 메인주 해안마을의 수학선생님 올리브 키터리지의 인생과 주변사람들의 인생을 엿보면서 앞으로 살아갈 삶에 대해, 사랑에 대해, 사람에 대해, 또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되었을때의 상실감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작가의 의도 역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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