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그 사람을 찾습니다 #16] 진심을 연기하는 배우, 김중돈

 

인적이 드문 8월의 캠퍼스,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 만큼이나 반짝이는 눈빛을 가진 배우 김중돈을 만났다. 야구선수에서부터 배우로 거듭나기까지, 쉽지 않았기에 더 값진 그의 얘기를 들어보자.

 

Q. 프로필 사진, 연극포스터, 브라운관 속에서 보이는 모습들이 생김새부터 느낌까지 전부 다른 인물 같다. 완벽한 배역 소화를 위해 특별히 노력하는 점이 있다면?

인물에 대해서 분석하고 그 인물이 가진 직업에 대해서 공부하죠. 하지만 그런 노력들보다, 배우의 본능적인 에너지가 배역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해요. 이 때의 에너지는 과거의 경험에서부터 많이 나오고요. 최대한 작품에 방해가 되지 않게 접근하다보니 자연스레 캐릭터들이 만들어지고 역할을 소화해내게 되는 것 같아요.

 

Q. 현재 tvn드라마 고교처세왕에서 하키팀 감독역을 맡고 있고, 영화 퍼펙트게임에서는 야구선수로 출연했다. 스포츠와 연관된 배역을 자주 맡으시는 이유 혹은 비결이 있나?

어릴 때부터 야구를 해왔고, 고등학교 졸업후엔 바로 프로야구에 입단했어요. 그 경력을 프로필에 기재했더니 스포츠 선수나 코치 등의 역할이 많이 들어오더라고요. 감독님이나 작가님들이 경험이 있는 만큼 배역을 잘 살리겠다고 생각하시나 봐요. 지금 출연 중인 드라마 '고교처세왕'에서의 하키부 감독도 운동할 때 봤었던 감독님이나 코치님들의 행동, 말투 등을 최대한 떠올려서 연기하고 있어요.

 

Q. 프로야구 선수로까지 활동했으면 실력을 인정받은 셈인데, 갑자기 연기로 전향한 계기가 있을 것 같다.

프로야구 입단 당시, 삶을 돌이켜보니 삶이 누군가에게 이끌려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내가 아닌 남을 위해서 운동하는 것 같고, 행복하지 않았어요. 야구를 계속해야하나 고민이 되던 차에 친구 따라 공연을 보러갔는데 너무 놀랐어요. 자그마한 소극장 무대 위에서 열연하는 배우의 모습이 3만 관중이 들어찬 잠실구장에서의 내 모습보다도 위대해보이고 멋있어 보였어요. 그 순간 ' 저거다. 나 저걸 해야겠다.' 싶었고, 그렇게 뭔가에 홀린 듯이 도전하게 됐어요.

 

 

Q. 새로운 길을 가는데 대한 두려움이나 망설임은 없었는지, 어떻게 극복했나?

망설임은 없었지만 두렵긴 했어요. 운동도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배우라는 길도 만만치 않게 쉽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왠지 모를 자신감과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다만 부모님께 죄송스러웠죠. 오랫동안 응원해주시고 지지해주셨던 길을 벗어난 셈이니까요. 주위에서도 우려 섞인 말들을 많이 했어요. 운동만 하던 네가 뭘 하겠냐는 식의 비아냥도 있었죠. 그래도 나는 연기를 해야 행복해질 것 같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극복한다기 보단 이게 아니면 안 되는 거였죠. 언젠가 배우로 인정받고 성공해서 부모님께 못다한 효도도 하고 제가 뛰었던 야구팀의 경기에서 시구도 하고 싶어요. 나 이렇게 잘해냈노라고 모두가 볼 수 있게요. (웃음)

 

Q. 연극에서 시작해서 영화, 드라마까지 진출했는데 각 분야가 갖는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그 중 제일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분야는?

연극과 영화, 드라마가 갖는 매력은 무척 다양하죠. 특히 연극은 연기를 처음 시작하게 해준 계기이기도 하고 너무나 좋아하는 분야라서 꾸준히 계속해서 할 거에요. 연기자 선배님들 중엔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에서 왕성하게 활동하시면서도 대학로에 계속 드나드시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분들 처럼요. 관객들과 함께 울고 웃는 순간들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감동을 가져다줘요. 공연이 끝난 뒤 박수를 받을 땐 다른 어느 곳에서도 맛볼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느끼죠.

 

Q. 대학에서 연기를 배울 때의 '배우'와,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는 '배우'의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촬영'이라는 부분에서 엄청나게 큰 차이가 있어요. 대학에서는 연극과 뮤지컬만 해봤는데, 무대에서 하는 연기는 라이브로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과 함께 호흡하고 소통해요. 하지만 드라마나 영화 촬영에서는 사람 눈이 아닌 카메라를 보며 연기를 해야 한다는 거, 그게 몰입이 쉽지 않았어요. 촬영을 부분마다 따로 나눠서 하니까 감정을 연결하는 것도 영 불편했고요. 그래도 여러 작품을 거치면서 현장 분위기를 익히다보니 카메라 앞에서의 연기가 적응이 되고 점차 편하게 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그 밖에도 현장에서 배우는 것들이 너무 많고 좋아요.

 

 

 

Q. 대학에서의 활동 중 현재 연기에 도움이 된 일을 꼽자면?

학교 홍보 모델을 했었는데 학교를 홍보해야 하니까 대학생 다운 포즈, 표정을 주로 찍었어요. 그 때 이미지를 표현해내는 걸 많이 터득한 것 같아요. 프로필 사진을 찍을 때 인물에 맞는 포즈와 표정을 짓는 데 도움이 되었어요. 그런 특정한 경험이 아니더라도 학교에서 겪었던 모든 일들은 결국 도움이 돼요. 당시의 기분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가 비슷한 장면이 주어지면 과거의 감정 상태를 최대한 이끌어 내서 연기하려고 노력하죠.

 

Q. 대학로에서 '그냥 청춘'으로 데뷔한 지 4년 남짓 흘렀다. 연극이 아닌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단역을 주로 하는 현재 본인의 입지에 대해서 불안할 수도 있겠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나?

어쩔 수 없이 조급함이 있어요. 한 작품이 끝나고 다음 작품이 없으면 두렵기도 하고요. 그런데 천천히 생각해보면 평생 배우의 길을 갈 건데 지금 당장 서두를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점점 나이를 먹어가면서 성장하고, 성숙해 질거고 그러면서 내공이 쌓여 더 좋은 연기가 나오면 사람들이 계속해서 찾아줄 거라 생각해요. 무엇보다 연기를 하는 지금이 너무 행복해서 조바심조차 연기 활동에 대한 좋은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Q. 앞으로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은지?

'얼마만큼 진실하게 연기하나', '연기에 진심이 들어있나' 그게 가장 좋은 배우의 조건이 아닌가 싶어요. 그건 시청자나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느끼실 거에요. 겉으로만 따라하는 연기는 보는 사람이 불편하잖아요. 모토는 김인권 선배님이에요. 다양한 방면에서 정말 여러가지 캐릭터를 소화하시는데, 말 그대로 '연기 잘하는' 배우에요. 김인권 선배처럼 배역의 색깔이 계속 바뀌어도, 어떠한 변화에도 어색하지 않은 연기력을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한편 김중돈의 후배이자 현재 활발히 활동중인 동료 배우 김가은은 선배 김중돈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김중돈 선배님은 저희 07학번이 입학했을 때 한 학번 위 연극반장이셨어요. 초반엔 아무래도 신입생들에게 어느정도의 군기가 필요했기 때문에 악역을 자처하셨던것같아요. 잔소리도 제일 많으셨고 야단도 많이 치셨어요. 그렇게 앞에선 무서운 선배님이셨던 반면 뒤에선 제일 후배들을 편하게 대해주셨어요. 장난도 많이 치시고 매점가서 간식도 많이 사주시고 후배들한테 먼저 다가와주시는 편한 선배였죠. 정말 반전이었어요. (웃음) 그래서 처음엔 무서워하던 동기들이나 후배들 모두 나중엔 중돈선배님이랑 가까워지고 친해졌던 것 같아요. 저 역시 처음엔 제일 무서워했던 선배이셨지만 지금은 유일하게, 허물없이 연락하는 유일한 남자선배님이세요. 중돈 선배는 또 연극부장도 하시면서 학교생활도 굉장히 열심히 하셨어요. 제가 1학년이고 선배님이 2학년일 때 같이 뮤지컬 공연을했는데 많이 힘드셨을텐데도 연습기간엔 분위기메이커셨고요. 그러다가 저희가 좀 풀어진 듯 싶으면 바로 잡아주시기도 하셨어요. 같이 공연하며 학교다니던 때가 많이 그리워요. 지금은 졸업해서 각자 외부 활동을 하지만 가끔 지치고 힘들 땐 조언도 해주시고 고 많은 격려를 받아요. 동기나 친구. 때론 동네 오빠 같이 정말 편하고 든든한 선배님이세요.


마지막 질문의 답에 '진심'이라는 두 글자를 힘주어 말하던 그에게서 배우의 참모습을 보았다. 줄곧 어떠한 질문에도 막힘없이, 그러나 생각을 정리하여 진중하게 말하는 그의 대답에는 진심이 뚝뚝 묻어나왔다. 더불어 연기에 대한 깊은 애정도 진하게 배어나왔다. 행복하기 위해 연기를 시작했고 마음껏 연기하는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는 배우 김중돈. 그의 행복이 언제까지나 이어지길 바란다.   

 

 

 

 

 

 

이전글 '북서울 꿈의 숲'으로의 초대, 미술대학 연합전시
다음글 굳이 해외를 가지 않아도! 내 손 안의 펜팔(Penp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