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이승민씨는 지난 몇 년간 디자인과 기술이 접목되는 분야에서 디자이너의 역할이 무엇인지 관심을 갖고 항상 도전적이었다. 지금은 마이크로소프트의 IPE (Information Platform Experience) Design의 UX Designer∥로 활동 중이다. 입사 전에는 MIT Media Lab의 Tangible Media Group에서 석사 연구원으로 활동을 했었고 그 전에는 NASA의 JPL에서 비주얼 전략가로 일한 다양한 경험이 있는 실력 있는 디자이너이다. 현재 팀에서는 Natural User Interface을 활용한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 하고 있으며, 미래 제품 개발을 포함한 제품개발과 이를 현실화 시키기 위해 기업 내의 여러 파트너와 협업을 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에 디자인을 접목시키는 일을 하고 있는 이승민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디자이너라는 이름으로 살아가시는 이유가 무엇인지, 디자이너가 되기로 결심한 특별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책이나 컴퓨터 보다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디자인이라는 전공을 택하게 되었고 국민대학교에서 실내디자인과 시각디자인을 복수 전공을 했습니다. 집에는 늘 컴퓨터가 있었지만 2001년 대학교 입학 당시 조형대학에서 컴퓨터를 처음 켜 볼 정도로 기술에는 관심이 전혀 없었습니다. 디자이너로서 기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Art Center College of Design의 미디어 디자인 학과로 유학을 가면서부터 입니다. 연필, 종이, 어도비 소프트웨어라는 툴 말고도 프로그래밍을 통해 디자인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면서 기술과 디자인의 접목에 큰 흥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를 주제로 한 논문이 Red Dot과 Adobe Design Achievement Award에서 수상을 하면서, 기술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직장에서 일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고 어떻게 극복하였나요? 제게 가장 큰 도전은 MIT를 다닐 당시 디자이너에서 HCI 연구자가 되기 위해 제 한계를 극복하고 사고의 틀을 깨 나가는 과정이었습니다. MIT Media Lab은 우수한 기술을 기반으로 혁신을 이뤄온 기관인 만큼,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생각이나 안목 뿐 아니라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는 공학 능력이 많이 요구되는 곳입니다. 저의 경우, 그동안의 경력과 몇 년간의 프로그래밍 기간이 도움이 되기는 했어도 뛰어난 인재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제가 너무 부족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기도하면서 도움을 얻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제가 갖고 있는 장점을 스스로 잊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다행히도 담당 지도 교수이신 히로시 이시 교수님과 그룹 내외의 여러 랩 동료들 덕분에 많은 것을 배우고 제가 가지고 있던 사고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협업을 통해 부족한 부분은 저보다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친구들에게 배우고, 또 제 장점이 되는 부분을 살려 프로젝트에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나중에는 미디어랩에서 기초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봄 학기 수업을 맡아 강의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크고 작은 국제적인 학회에서 작업을 선보일 기회도 생겼습니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남들과 차별화된 특별한 노하우가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미래 계획을 단계 별로 아주 구체적으로 세우고, 그걸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꿈을 생각하면 신이 나고, 그 덕분에 그때그때의 상황을 즐기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다른 도전들을 하기위해 필요한 원동력을 얻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반전은 무엇이든 제 뜻대로 된 적은 거의 없었다는 점입니다. 그 예로, 저는 만화가 너무 좋아 픽사(Pixar)에 들어가고 싶어서 처음 유학을 떠났는데, 지금은 생각치도 않았던 분야에서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감사할 점은, 지금 제가 있는 분야에서도 그동안 준비하던 과정에서 얻은 지식과 디자인 노하우가 전부 활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 개인의 계획이나 결과가 무엇이든 간에, 본인 모르게 가장 행복한 길로 인도 되고 있다고 믿어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무언가를 이루는 순간의 짧은 행복 보다 그걸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더 귀하고 즐거웠어요. 저는 흐름에 맡기면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면, 스스로가 상상하던 꿈 보다 훨씬 좋은 기회들이 열린다고 생각해요.
디자이너의 소재는 주로 어디서 찾고, 디자인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디자이너는 틀을 깨는 사고를 하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관점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배웠어요. 그런데 많은 디자이너들이 스스로를 산업디자이너, 그래픽 디자이너, UI 디자이너, 혹은 건축 디자이너 등의 틀을 잡아 자신의 분야를 한정 짓는 경우를 많이 본 것 같아요. 실무에서는 전통적인 디자인 전공을 하지 않은 타 분야의 전문가들이 뛰어난 디자이너가 되어 세계적인 IT 관련 회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오늘은 감각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이지만 내일은 디벨로퍼 혹은 사업가로도 활동할 수 있을 만큼, 타 분야에 대해서도 전문적인 능력을 갖출 수 있는 노력이 있어야만 다방면에 안목이 있는 뛰어난 디자이너로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 관련된 활동을 하면서 생긴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예전에 Moto Development 라는 회사에서 UX Co-op으로 일할 당시의 일입니다. 어느 날 동료 인턴 디자이너가 짧은 시간에 간단하게 다이어그램 만든 후 부사장을 비롯한 수많은 직원을 모아 회의를 한 것이 기억이 납니다. 대한민국의 정서로는 이해하기 힘든 서구 사회의 광경이었지만, 깨닫게 된 것이 많았습니다. 묵묵히 좋은 작업을 하면 언젠가 인정을 받을 것이라는 제 생각과는 달리, 실무에서는 말로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하는 것이 디자인 작업(결과)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알고 난 후 오랜 노력 끝에 한 때 저도 ‘약장수’라는 칭호를 잠시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의 활동계획이나 목표는 무엇인가요? 우선 조만간 결혼할 분과 행복하게 지내는 것이 제 활동 계획이고, 괜찮은 아빠가 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웃음) 그거 말고는 일터에서 열심히 배우고 경험을 쌓은 후, 언젠가 제 경험과 배운 것들을 예비 디자이너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어요. 예를 들어 공학의 관점에서 디자인에 접근을 하는 것과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기술을 접하는 것은 비슷하면서도 본질적으로 매우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 합일점을 찾기 위해서는 디자이너도 다양한 경험을 통해 다학제적인 역량을 갖춰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지만 언젠가 시간이 지나 더 많은 경험을 쌓았을 때, 저는 스스로를 한정 짓지 않고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후배(예비) 디자이너들을 양성하는 데에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선배님께 디자인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고등학교 입시미술학원에서 모티브 구성 시간에 그린 작업이 남들과 전혀 다르게 괴도루팡 처럼 나왔을 때, 지도 선생님께서 제게 던진 질문입니다. “디자인이 뭐라고 생각하니?” 그 때도 대답을 못했는데 오늘도 그 때와 같이 민망한 기분입니다. 오늘의 제가 생각하는 디자인이란 “늘 만들어 나가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발전시키고 더 좋게 고쳐 나가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디자인입니다.
국민대 학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말씀해 주세요. “과감하게 도전하고, 결과에는 관대하게,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최선을 다하길!” 고등학교 때는 국영수 위주로, 대학교 때는 학점관리와 영어만 잘하면 성공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생각만 해도 심장이 크게 뛸 만큼 즐거운 목표를 세우고, 본인이 제일 좋아하는 걸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하면 그 과정을 즐길 수 있고, 그만큼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저는 믿어요. 과감하게 도전하고 결과에는 관대하게,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최선을 다해 나가길 바라요. 단, 끝없는 도전도 좋지만, 궁극적으로는 본인에게 가장 행복한 길을 선택해 나가는 지혜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청춘이니까 꿈을 가져보자. 하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꿈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꿈을 위해 목표를 세우고 즐겁게 준비해가자. 만약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아직도 고민하고 있는 국민*인이 있다면,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를 먼저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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