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사랑을 나르다, 2013 연탄 나눔 배달 봉사

몇 해 전부터 본교에서는 학교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연탄을 나누고, 각 가정까지 배달하는 봉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1월, 올 해도 어김없이 추위는 찾아왔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심해질 한파에 대비해 국민*인들은 망설임 없이 손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번에 연탄을 전해 줄 곳은 국민대학교 후문으로 난 길을 오르면 나오는 '정릉동 보국문로'. 바짝 말라서 부서지는 나뭇잎들이 뒹구는 땅엔 곳곳엔 얼었다 녹기를 반복한 흔적이 보였다. 이 메마르고 거친 땅을 적시던 국민*인의 땀방울과 얼굴에 묻은 검은 연탄재로도 가릴 수 없던 그들의 미소를 따라가 보았다.

 

봉사 활동의 모집 공고는 학교 홈페이지의 공지사항을 통해 만날 수 있었다. 봉사 활동을 원하는 학생들은 개인 혹은 단체로 봉사 활동 신청서를 작성해 학생지원팀에 접수하면 된다. 하지만 접수만으로 모든 준비가 끝난 것은 아니다. 백여 명에 이르는 인원이 움직이는 행사이니 만큼 참가자들은 사전 오리엔테이션에 필참하여 봉사 당일 일정을 비롯해 자세한 사항을 들어야 했다. 14일 오후, 복지관 지하의 한 강의실로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연탄 나눔 행사를 꾸준히 총괄해 온 학생지원팀에서는 집합 일시와 장소, 연탄 봉사에 맞는 옷차림 등 지시 사항을 설명하고 가파른 길로 인한 부상을 염려하며 안전을 당부했다. 작년의 연탄 봉사 영상을 관람하고 이어서는 효율적인 봉사 활동을 위한 조 편성이 이루어졌다.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밝은 노란색의 단체옷과 귀여운 모양의 핀버튼까지 배부되고 내년에 다시 있을 봉사에 신청하길 독려하며 오리엔테이션은 마무리됐다.

 

미세한 입김이 오르는 다음 날 아침, 노란 옷을 입은 무리들이 보국문로의 비스듬한 공터로 모여들었다. 각 조마다 연탄을 나를 장소를 지정받고 계획을 세웠다. 배달 트럭이 동네 어귀까지 들어와 연탄을 내려놓고 가면 차가 가지 못하는 좁고 경사진 골목길들을 국민*인들이 연탄을 들고 나르는 형식이다. 학생들은 묻어나는 연탄재를 방지하기 위해 검은 앞치마와 팔토시를 착용한 뒤 활동 장소로 흩어졌다. 봉사 활동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학생들은 길의 길이와 넓이 등을 고려해 지그재그 모양으로 서서 연탄을 건네는 방식으로 나르기도 하고, 한 사람당 연탄을 두 장씩 들고 배달 가구까지 직접 오가며 나르기도 했다. 국민*인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발길이 지날 때마다 산더미처럼 쌓인 연탄들은 한 줄 한 줄 줄어들어 점차 사라져갔다.

 

연탄 나눔 봉사는 크게 오전과 오후 활동으로 나뉘었다. 오전에 할당된 양의 연탄을 모두 나르고 잠시 쉬고 있는 국민*인들의 모습에선 전혀 지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이른 시간부터 차가운 바람과 텁텁한 연탄재를 맞으며 일한 그들이지만 봉사가 주는 보람과 행복에 힘들어도 힘들지 않아 보였다. 학생들은 오후 활동으로 넘어가기에 앞서 밥차가 내어주는 정성스런 점심 식사를 했다. 길바닥에 쪼그려 앉아 먹는 밥이 이토록 맛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 잔반 없이 싹싹 비운 식판들이 돌아가고, 국민*인의 연탄 나르기는 계속되었다. 중천에 뜬 해 만큼이나 연탄을 든 국민*인의 표정도 반짝반짝 빛났다. 그러나 짧은 시간에 몸이 금세 일을 익혀 봉사 활동은 예상보다 빨리 종료되었다.

 

한편 이번 연탄 나눔 봉사에서 눈에 띈 요소 중 하나는 외국인 학생들의 참여가 무척 많았다는 점이다. 활동지 곳곳에서 검은 연탄을 손에 꼭 쥐고 왕래하는 외국인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낯선 땅에서의 그보다도 낯선 연탄과 그들의 만남은 흐뭇한 웃음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봉사에 참가한 외국인 학생과, 연탄을 나르는 학생들을 지긋이 바라보며 고마운 인사를 건네시던 할아버님을 만나보았다.

 

      

 

오고가는 연탄엔 미처 불씨가 없는데도 정릉동은 그 날 하루 절로 훈훈하게 데워지는 것만 같았다. 아마 국민*인들이 나른 것이 단지 연탄 한 덩이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어르신들이 보다 편하고 따뜻한 겨울을 나시길 바라는 마음과 사랑을 날랐음이다. 집집마다 가득히 쌓인 연탄을 보고 서로 손뼉을 맞대며 만세를 외치던 그들의 웃음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히 울린다. 어느 노랫소리보다도 어여쁘고 듣기 좋은 그 웃음소리가 이번 겨울을 여실히 울리고, 다음 겨울에 또 한 번 들려오길 기대해본다.

 

 

이전글 뜨끈한 국물이 생각날 땐, 성북면사무소
다음글 국민대학교에는 고시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