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급변함에 따라 우리의 생활·문화에도 영향을 끼치면서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에도 변화가 생겼다. 사람들은 같은 무리 안에 속한 사람들끼리 통하는 언어를 사용하고 줄임말을 쓰면서 공감대를 형성하여 하나의 조직 사회를 만들어 나갔다. 어느 단체에서든 특정하게 사용하는 언어들이 있다. 기차역에서 일하는 분들의 경우,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직원1: 자네, 사장님이 찾으시네. 직원2: 사장실로 가면 되나? 직원1: 21구역으로 가보게. 직원2: 멀리도 계시는 군. 고맙네.
21구역이 무엇일까? 어디를 말하는 것일까? 우리는 이 대화를 통해 21구역에 대해서 알 수 없었지만 기차역 직원들은 21구역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이처럼 우리 국민대학교에서도 국민*인들만이 공감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단어들이 있을까? 그래서 한번 찾아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고, 혹시 생소하거나 처음 듣는 단어들이 있다면 이번 기회를 통해 알고 가는 것도 앞으로 국민*인들 간의 대화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
민주광장 북악관 앞에 푸른 천연잔디를 가지고 있는 민주광장은 국민*인들의 쉼터이자 마당이다. 이곳은 교내의 각종 행사, 야외 수업, 친구들과의 이야기 터전이 되고 있다. 최근 민주광장에서 이루어진 행사로는 ‘플리마켓’이 있고 축제 때도 민주 광장에서 여러 가지의 이벤트와 먹거리가 열렸다. 보통 새내기들이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 캠퍼스의 잔디에 둥그렇게 앉아 선배들과 이야기를 하고 멋진 선배의 기타를 소리를 듣는 상상을 하곤 한다. 다행히 민주광장이 있어 그 상상을 무참히 깨진 않을 것 같다. 잔디밭이 넓지는 않지만 그래도 봄, 가을의 민주광장은 한 없이 아름답다. 날씨가 따뜻하고 선선한 날이면 국민*인들은 민주광장 잔디에 삼삼오오 둘러 앉아 맛있는 음식을 시켜먹기도 하고 집에서 고이 싸온 도시락을 펼쳐 먹기도 한다. 다른 학교 부럽지 않은 멋진 광장이다.
북악리그 영국에는 프리미어리그가 있고 국민대에는 바로 ‘북악리그’가 있다. 물론 북악리그가 축구리그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대의 북악리그는 축구리그와 농구리그 둘 다 포함한다. 매년 3월에 북악리그가 개최되고 약 9개월간의 여정이 이어진다. 축구리그의 경우 22개의 팀들이 치열한 경쟁을 해서 단 한 팀의 우승팀을 가리는데, 북악리그의 경우 열정이 넘치고 치열해서 교내에서도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여름에는 운동장 벤치에 앉아 치킨과 맥주를 마시며 북악리그를 관중하는 것이 그렇게나 재밌다. 아직 못해본 국민*인들은 꼭 한번 해보길!
용두리 우리 학교를 지키는 두 마리의 용이 있는 것을 알고 있는가? 북악산의 기운을 먹고 사는 두 마리의 용은 학교 정문을 통과해서 언덕을 오르면 볼 수 있다. 국민*인들이 말하는 ‘용두리’는 정확히 말하면 용두리 분수대를 일컫는데, 겨울에는 분수대의 물이 안 나오지만 봄과 여름에는 물이 나와서 마치 두 마리의 용이 물속에서 하늘로 승천하는 모습을 보인다. 중·고등학교 때 교내에 있는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동상이 새벽이면 책을 보고 칼을 뽑는다는 학창시절의 재미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가? 우리 학교에도 동상들이 있긴 하지만 특별히 그런 재미난 전설(?)같은 이야기들은 없었다. 하지만 용두리 앞을 지나다니는 학생들은 가끔 그런 농담을 한다. 매일 새벽이 되면 분수대의 두 마리의 용이 분리 돼서 각자 학교의 맡은 구역을 순찰한다는······.
성곡동산 용두리 분수대 옆에 있는 계단으로 올라가면 작은 동산이 있다. 국민*인들의 발길이 그나마 적은 곳이다. 사실 학교에 어디를 가던지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때로 우리는 조용한 곳에서 사색을 하며 먼 곳을 바라보고 바람을 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가는 곳이 바로 성곡 동산이다. 성곡동산에 올라가면 국민대학교 온 것이 너무나 큰 축복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성곡동산에서 저만치 떨어진 북한산 기슭을 보면 봄에는 벚꽃으로, 가을에는 붉은 단풍과 노란 은행잎이 우리의 눈을 행복하게 해준다. 성곡동산에서는 책 한 권을 가지고 올라가서 조용히 책을 읽을 수도 있고, 연인끼리 올라와서 조용히 데이트를 즐길 수도 있다. 물론 이곳이 항상 조용한 곳만은 아니다. 때로는 이곳에서 파티도 열리고 야외수업도 하니 국민*인들에게 특히 사랑받는 곳이라 할 수 있겠다.
미네르바 국민대학교 학생들 중에 공대생들이 제일 많이 쓰는 단어일 것이다. 어쩌면 타 과·대학 학생들은 ‘미네르바’를 모를 수도 있겠다. 미네르바는 공대 매점 옆에 있는 휴게실(아래 사진 2개)을 뜻 한다. 왜 하필이면 휴게실의 이름이 미네르바일까? 그 기원을 정확히는 모르지만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지금은 없지만 아주 오랜 옛날 공대에 카페가 있었는데 그 카페의 이름이 미네르바여서 지금도 그렇게 부른다는 설, 카페가 있기 전부터 ‘미네르바’라는 명칭이 쓰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정확히 그 기원은 모르지만 인터넷 사전에서 찾아본 바로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전쟁과 지혜의 여신인 아테네를 로마 신화에서는 ‘미네르바’라고 부른다고 한다. 공대 휴게실을 미네르바라고 부르는 것이 유행이 된 것일까? 과학관 매점(위 사진 2개)은 아예 휴게실을 '미네르바'라고 공식적인 명칭을 달았다.
공항통로 폭우가 오는 날,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복지관에서 예술관까지 비 한 방울 맞지 않고 가는 방법을 알고 있는가? 많은 이들이 복지관에서 7호관을 가는 방법은 잘 알고 있지만 7호관에서 예술관을 가는 방법은 잘 모르는 듯하다. 7호관 중앙에 위치한 유리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에 내려오자마자 문이 열리면 오른쪽으로 돌아 직진한다. 계속 직진하다보면 강의실 231호가 나올 것이다. 그리고 바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는데 계단을 내려가자마자 왼쪽에 문이 하나 있다. 그 문을 열면 마치 공항 플랫폼에서 비행기로 이어지는 통로 비슷한 길이 나타난다. 우리는 그 통로를 ‘공항통로’라고 부른다. 공항통로를 지나면 학교 주소가 7호관에서 예술관으로 바뀐다. 마치 지방에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서울에 진입할 때 네비게이션이 “서울에 진입하였습니다.”라고 말해주는 거와 같다.
여미 여미는 법학관 1층에 위치한 매점 앞의 휴게실을 뜻한다. 타과 학생들은 잘 모르겠지만 법대 학생들은 “여미에서 보자” 한마디면 다 알아 듣는다. 여미는 ‘여백의 미’의 줄임말이다. 지금은 매점 앞에 멋진 테이블과 의자로 학생들이 편하게 휴식을 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 놓았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그냥 텅 빈 공간이었을 뿐······. 하지만 법대생들은 아무 것도 없는 그곳을 약속의 장소로 정하면서 의미를 두게 되었고 ‘여백의 미’ 즉 지금의 여미가 탄생하게 되었다.
지하세계 지하세계를 모른다면 국민*인이 아니다. 가끔 우리학교에 놀러오는 다른 학교 학생들에게 지하세계 가자고 하면 반응들이 다 그렇다. “잘 못 들었습니다?” 군대도 아니고 하나 같이 이런 반응이니 아무 말 없이 지하세계로 친구를 인도한다. 지하세계는 학교 앞에 있는 내부 순환도로 아래에 위치한 동네(?)이자, 국민*인들의 추억이 시작되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소중한 터전이다. 지하세계에는 많은 음식점들이 있을 뿐만 아니라 당구장, PC방, 노래방 등 추억을 남길 만한 곳이 많다. 학교 생활을 하면서 지하세계를 빼면 할 말이 없을 정도로 국민*인들이 생각하는 지하세계에 대한 애정은 정말 남다르다.
민주광장부터 지하세계까지 국민*인들만 아는 단어들을 살펴보았다. 어쩌면 지금 얘기한 단어들 말고도 국민*인들만 아는 단어들이 훨씬 많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별거 아닌 이런 단어들로 공감을 하고 이야기 할 수 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대화가 아무렇지도 않게 이어지는 것이 당연한건지도 모르겠지만 굉장히 의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는 할 말이 없지 않은가? 하지만 학교에서 친구를 만나면 어찌나 할 이야기가 많은지, 지하세계라는 한 단어만 두고도 우리가 나눌 추억은 많지 않을까? 지금 그런 친구가 있다면 당신은 행복한 국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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