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관의 작업실, 7호관의 카센터를 들여다보면 분주한 움직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침, 점심, 저녁, 심하면 새벽까지도 불이 켜져 있는 그 곳의 분주함의 정체는 바로 자작 자동차 동아리 "KORA“이다.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일념 하나로 고된 작업을 마다하지 않는 그들의 열정은 한 발자국 뒤에서 지켜봐도 굉장히 뜨거워 보인다. 2009년, 2010년 해마다 개최되는 세계 자작 자동차 경주대회(FSAE)에서 미국, 독일, 일본 등 세계 자동차강국 공과대학팀들을 제치고 2년 연속 세계 10위라는 기록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그들은 그 이후로 서서히 침체기를 맞이하는 듯 했다. 하지만 그들은 올해 이러한 꾸준한 노력으로 FSAE에서 18위를 하며 다시 세계를 바라보고 있다. 마치 신호에 걸려서 주춤거렸던 드라이버가 다시 신호를 받고 거침없이 페달을 밟듯 그들은 다시금 더 높고 먼 곳으로 달려 나갈 수 있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노력과 극복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름대로 국민대학교 자동차공학과 소속 동아리로 자동차를 만드는 동아리입니다. 학교에서 자동차 혹은 공학 관련된 이론을 바탕으로 저희가 설계를 하고 이를 프로그램을 통한 해석으로 가능성에 대한 여부를 판단하여 제작을 해서 대회에 나가는 동아리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단순하게 차만 만들어서 대회에 나가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적인 지식에 대한 혹은 만들어 나가는 비용에 대한 발표를 준비하기도 하며 뿐더러 만약 이 자동차를 상품화했을 때 어떠한 전략을 가지고 판매할 것인가에 대한 발표를 거쳐서 대회에 출전하게 됩니다. 이러한 부분들이 실제 자동차 산업의 메커니즘을 따라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일단 차 한 대를 만들기 위해서 적게는 20명, 많게는 30~40명이 모여서 만들게 되는데 Front Manager라는 팀장을 중심으로 차체의 들어가는 샤시, 브레이크, 변속기, 서스펜션, 엔진, 프레임 등의 파트들을 나눠서 세세하게 팀을 구성하게 됩니다. 이러한 팀을 토대로 신입생이 들어오면 차를 만드는 여러 지식들을 각 파트의 팀장들이 맡아서 그것에 대해 교육을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하며 전 대회에서의 파트 팀장이 이번 대회의 파트 팀장에게 붙어서 인수인계를 하는 방식으로 대회의 준비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도전할 대회가 정해지고 그 대회의 주최 측에서 코스를 발표하면 코스와 대회의 중점에 대한 분석을 한 후 가장 먼저 차에 대한 컨셉을 잡습니다. 예를 들어 에어로 다이나믹스의 요소에 중점을 둔 차량을 제작을 할 것인가 혹은 서스펜션에 중점을 둔 제작을 할 것인가에 대한 사안을 여러 회의를 통해서 결정을 한 후 그에 따른 파트 정하고 그 컨셉에 맞는 설계를 시작합니다. 보통 카티아 등의 3D 프로그래밍을 통해 설계를 진행하고 이러한 설계를 통해 완성된 파트들을 합쳐서 자동차를 구성하여 이 자동차에 대한 가능성을 판단 후에 본격적으로 제작에 들어가게 됩니다.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내구 레이스라고 쉽게 말해서 이 차가 약 1시간 정도 운행되었을 때에도 이 차가 운행 불가능한 상태가 되지 않느냐에 대한 평가입니다. 22km의 길고 복잡한 구간을 돌며 총점 1000점 중에서 300점을 차지하는 중요한 레이스입니다. 동적 이벤트가 속, 스키드 패드, 오토 크로스, 내구 레이스로 4가지가 되는데 내구 레이스를 제외한 다른 3개의 이벤트는 단발성이에요. 예를 들어 75m를 가는대 걸리는 시간이면 딱 한 번하면 가면 되는 것인데 레이스 카의 특성상 24시간 동안 달려줄 것인가에 대한 확신을 잘 못하거든요. 어떻게 보면 세계 1위차도 안심하고 할 수 없는 레이스인거죠. 때문에 근 몇 년간 공을 들였던 부분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사실 성적이 떨어졌던 이유는 위에서 말씀 드렸던 내구 레이스에서 긴 시간을 버틴 차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11년, 12년, 13년 3년 연속으로 여기서 차가 운행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거든요. 이 레이스가 정말 어려운 이유가 많은 차를 통해 테스트 해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 번에 얼마나 완벽하게 만드느냐에 대한 싸움인거에요. 때문에 거의 1/3 정도는 이 레이스에서 차가 운행 불가능한 상태가 되곤 하죠. 지난 3년 동안은 각각의 다른 이유로 실패를 거듭 하다가 이번에 4년 만에 드디어 완주에 성공하게 된 거죠. 전 차량들이 차가 느리거나 그랬던 것은 아닌데 계속 이 내구 레이스에서 완주를 못해서 성적이 점점 떨어졌던 거였거든요. 이번에 완주를 해서 완벽히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성적을 회복한 것이 사실이죠.
저희는 순위가 낮은 차가 못 만들어진 차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고 그저 하나의 다른 차라고 생각했습니다. 전 대회에서 맡았던 팀이 그대로 다음 대회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꾸려진 팀이 다음 대회를 준비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번 대회에서의 차에서 조금 더 새로운 시도를 하고 발전된 차를 원합니다. 저번 대회의 조금은 더 안정적인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만 거기서 약간의 변화를 통해 본인들이 잡은 컨셉에 따른 새로운 차를 만들고 싶은 것입니다. 설계자의 자존심이죠. 그렇기 때문에 차의 변화에 따른 순위 변화에 큰 후회는 없습니다. 아예 똑같이 만들었으면 더 높은 순위를 받을 확률이 컸을지도 모르지만 새롭게 파트를 맡은 팀이 본인이 구성한 파트를 사용해서 차를 만들었고 그에 따른 순위이며 7~8개월 동안 시간을 들여서 준비했기에 완성된 차에 대해서 큰 만족을 합니다. 순위가 조금 아쉬울 수도 있지만 일단 본인이 구성한 차가 주행되는 것에 큰 기쁨이 있는 것이죠.
이번 차의 가장 큰 목적이 오랜 시간의 주행을 견딜 수 있는 차였습니다. 근 3년간 내구레이스에서 실패했던 이유들이 모두 달랐기 때문이었죠. 저번 문제점을 개선하면 다른 문제점이 생기고, 그 문제점을 개선하면 또 다른 문제점이 생겼기에 여러 실패의 원인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점점 주행 불가능한 상태를 방지하는 노하우를 터득하게 되었고 안정된 차의 형태를 찾아갈 수 있었죠. 원동력까진 아니지만 경험치가 쌓였고 순위의 이유가 되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제 이 노하우를 중심으로 다른 기술들을 발전시켜서 지금보다 더 좋은 등수를 얻어내야겠죠.
개인의 시간을 엄청나게 많이 뺏기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볼 수 있죠. 작업을 시작하면 몇 달 정도는 아침 9시부터 밤 11시까지 매일 나오거든요. 개인 시간의 개념이 없어요. 대회를 준비하는 초반엔 그래도 덜 한데 막바지에 갈수록 개인적으로 쓸 수 있는 시간이 아예 없다고 보면 될 정도로 시간이 없습니다. 정해진 일정에 쫓기며 차를 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자다가 눈 뜨면 작업하고 다시 자다가 눈 뜨면 또 작업하는 수준이죠. 그렇기 때문에 대회를 준비하는 인원은 거의 휴학을 하죠. 이번 미국대회를 준비했던 팀은 2월 중순부터 대회가 끝날 때까지 휴일이 하루도 없었어요. 때문에 애인과 결별하는 일도 생기고 개인적인 계획에 차질이 생기기도 하죠.
내제된 마음속에는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제일 큰 것 같아요. 하기 싫으면 못하는 거잖아요. 하고 싶고 하면 재밌으니까 하는 거죠. 재밌어서 하는데 막상 하면 또 너무 힘들어요. 후회도 하는데 대회가 끝나고 나면 또 할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할 때에는 너무 힘든데 지나고 나면 재밌었다는 기분이 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또 일종의 책임감도 있습니다. 다 같이 열심히 하고 있는데 제가 빠지면 일이나 목표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생각을 중요한 직책을 가진 팀원일수록 더욱 강하게 들곤 하죠. 그래서 잠 못 자고 힘들어도 열심히 하는 겁니다. 흥미와 의무를 동시에 가지고 활동한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어떠한 단체의 장으로서 전체적인 동아리 운영이나 그에 따른 큰 그림, 길을 잘 따라와 주길 원하고 뿐더러 하는 일이 워낙 많다 보니까 개개인의 희생을 필요로 하는 것이 사실이에요. 시간도 시간이고 어떻게 보면 돈을 번다든가, 다른 취미를 가진다든가 그 많은 시간 안에서 할 수 있는 다른 일들이 있는데 이러한 것들을 모두 포기하고 운영에 따라 따라서 묵묵히 따라와 주는 것이 가장 고맙죠. 팀원들이 많이 힘든 것이 사실일 텐데 힘든 티 안내려고 할 때 고마운 것 같아요. 또한 만든 차가 처음으로 주행을 할 때 가장 뿌듯하고 고마운 것 같아요. 언제나 환호성이 가장 크게 터지는 부분인데 저희가 만든 차가 처음으로 움직여줄 때 팀원들이나 차에게 너무 고마워요. 만감이 교차하죠.
이번에 4팀이 나가게 되었는데 팀 내에서 큰 경쟁의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4팀 모두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의의 경쟁을 통해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부활”이라는 표현을 쓰기엔 아직 미비하다고 볼 수도 있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본인들도 아직 이러한 표현에는 어색해하는 모습들을 지켜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국제 대회에서의 첫 반등의 결과물과 기사를 진행하며 지켜 본 다음 대회의 준비 과정은 부활의 “신호탄”이라고 표현하기에 적합해 보였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열정적이었고 힘든 작업 중에도 소신 있고 즐기는 마음으로 준비해 나가고 있었다. 결과에 대해선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모든 일에는 변수가 있고 모든 노력에 결과가 일정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지켜 본 사람이라면 그 누가 이들의 결과물을 결과 그 자체로만 평가할 수 있을까? 우리는 그저 어떠한 상황과 과정, 그 속의 결과에서도 이들을 잘 지켜봐 주고 응원해주며 격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에겐 그것이 가장 큰 힘일 것이고 우리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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