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직업의 세계]"회계는 기업의 언어다", 공인회계사 김동현을 만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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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라고 한다면 흔히들 칼 같은 계산과 숫자와의 씨름을 떠올릴 것이다. 두꺼운 안경을 쓰고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재빠르게 계산기를 두드리며, 억 단위의 금액을 처리하여 장부에 기재하는 장면이 연상된다. 하지만 현재 삼정회계법인에서 공인회계사로 근무하는 김동현 씨(경영대학 비즈니스IT학부 04 학번)의 이야기를 들어본다면 의외의 모습에 생각이 바뀔 것이다. 사회초년생을 거쳐 점점 실력을 키우고, 그 뿐만 아니라 다양한 추억을 쌓기 위해 인생을 즐기고 있다는 그. 공인회계사 김동현 씨의 실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Q.공인회계사 시험을 시작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ROTC로 임관하여 전역을 4개월 앞두었던 26세 3월쯤이었어요. 문득 제가 그동안 살아왔고 또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 대해서 의문을 품었어요. 그때까지 한 번도 미친 듯이 치열하게 살았던 적이 없었던 것에 대해서요. 무엇인가를 간절하게 바랐던 적이 없었다고 해야 할까요? 늘 스스로에게 아쉬웠던 점이었지만 그 날은 평소와는 달리 더 많은 생각을 했어요. 저는 독한 사람이 아니에요. 항상 말만 앞서고 실천하는 적이 없었죠. 그러다가 늘 미련이 남았던 공부가 무척이나 하고 싶어졌어요. 공부를 열심히 해본 적도 잘하던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가장 익숙하고 막상 ‘내가 마음먹지 않아서 그렇지, 마음만 먹으면 하지 못할 것 같아?’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어렸을 적부터 있었거든요(웃음). 어머니들께서 요리를 잘하시는 게 타고난 재능보다는 늘 가족을 위한 책임감으로 요리하시면서 익숙해지셨기 때문인 게 아닌가 생각해요. 저 자신을 발전시키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ROTC로 전역하는 대부분의 동기들은 바로 취업을 해요. 그때가 아니면 취업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것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도 전역을 앞두고 ‘우선 취업을 할 것이냐? 공부할 것이냐?’에 대해 정말 고민을 많이 했었지만, 결론은 배수의 진을 쳐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저 자신이 도망칠 곳이 있는 상황에서 하나에 몰두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웃음). 어쨌든 결과가 좋아서 다행입니다.
Q.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면서 기억에 남는 추억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저는 무작정 암기하는 것을 정말로 못합니다. 회계사 시험 과목 중에서 암기과목으로 유명한 “회계감사”가 있었는데, 제가 시험에 합격할 때까지 저를 가장 괴롭혔던 과목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유예생 시절에 회계법인에서 실제로 감사 업무를 수행했어요. 주위에서는 일하면서 공부할 시간이 부족할 것이라고 걱정했지만, 감사 업무에 대한 이해가 저에게는 무엇보다도 우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내린 선택이었고 다행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연예인 김태희가 서울대학교에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가 “자기 자신을 알아서”라고 하더군요. 누구나 본인에게 맞는 생활 패턴과 공부 방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김동현이라는 사람이 이런 캐릭터구나’라는 것을 시험공부를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수험생 시절에 공부를 손으로 쓰면서 했고 공부했던 연습장을 침대 옆에 쌓아두었습니다. 제가 좋아했던 선생님께서 하셨던 방법인데 그분처럼 저도 제 키만큼 연습장을 쌓는 것이 목표였어요. 키만큼 연습장을 쌓을 만큼 열심히 공부하는데 합격 못 할 리가 없다는 선생님의 의견에 공감했습니다. 저는 다행히 제 키만큼 연습장을 쌓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Q. 공인회계사는 전문가라는 점에 대해 강조를 해주셨는데, 이 부분이 갖는 장점은 무엇일까요? 회계사가 갖는 전문가로서의 최대 장점은 실무진과 많은 인터뷰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회계법인에서는 막내이지만 필드에 나가서 클라이언트를 만나면 최소 고참 대리급 분들과 인터뷰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것은 업무에 대해서 능통하신 분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지요. 아직 업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 열 명이 모여서 1시간 동안 이야기하는 것보다 업무에 익숙한 사람 두세 명이 모여서 20분 내외 동안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원급 분들 여러분과 이야기하는 것보다 과장님이나 부장님들과 이야기하면 회사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어요. 이러한 장점을 살린다면 추후 제가 이직을 하더라도 일반 인더스트리에 있었던 분들보다 더 다양한 경험을 쌓았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회계법인에서 3~4년 정도 일을 하면 팀장급으로 업무를 진행하게 됩니다. 일반 인더스트리에서는 3~4년의 경력으로는 리딩보다는 실무에 더 많이 집중해야 되는 시기이거든요. 개인적으로 ROTC 장교 생활을 지인들에게 추천해주는 이유도 이에 해당합니다. 24살의 나이에 20명의 소대원을 통제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본인도 모르는 능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리더십이 생길 수밖에 없죠. 회계법인에서도 이처럼 팀원들을 이끌고 짧은 시간에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 상황을 보다 빨리 겪는다는 장점이 있어요.
Q. 첫 번째 장점이 중요한 분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것이군요. 그렇다면 두 번째 장점은 무엇인가요? 두 번째는 ‘나의 존재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구조를 이분법적으로 바라보자면 크게 수직적 구조와 수평적 구조로 나눌 수 있어요. 회계법인은 엄격하게 말하자면 매트릭스 구조이지만, 기업 문화에 있어서는 수평적인 구조에 해당합니다. 회계법인에서 어떠한 주제에 관해서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많이 아는 사람이 최고예요. 아무리 상사라고 하더라도 그 사람보다 많이 알면 가서 큰소리를 칠 수가 있어요. 저는 상사와 잘 싸우는 편이거든요(웃음). 암기를 못 하는 대신 늘 다른 잡생각들을 하고 있어서 논리적으로 따지는 걸 잘하거든요. 제 의견에 대한 고집도 있는 편이라서 제가 다가가면 놀라는 분들도 있어요(웃음). 그분께서 말씀하셨던 사항에 대해서 제가 반박하러 오는 것을 이제는 아시는 거죠. 회사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나의 일을 하는 느낌이에요.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일종의 제 관할인 거죠. 누가 뭐라고 할 수 없는 제 고유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회계법인도 의무 출근 시간이 있고 퇴근 시간이 있지만, 제가 맡은 부분을 다하면 잠시 쉬어가도 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개인적으로는 비한정적 자유라고 표현을 해요. 어떤 통계에 따르면 일반 회사에 재직하시는 분들의 70% 이상이 상사 눈치(?)를 보느라 퇴근을 못 한다고 합니다. 회계법인의 장점이 상사 눈치를 그렇게 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에요. 물론 그만큼 과도한 일을 주기도 하지만(웃음).
Q. 혹시 공인회계사라는 직업에 대한 학생 당시의 인식과 현재의 인식에 차이가 있으신가요? 크게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에요. 단지 필요한 능력에 있어서는 조금 다를 수 있을 것 같네요. 회계학 공부를 잘한다고 해서 감사 업무를 무조건 잘한다는 보장은 없어요. 예를 들어서 회사가 건물보수공사를 실시하였을 때 이것을 자산 계정으로 분류할 것인가, 비용 계정으로 분류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중요해요. 회계 기록을 보면서 회사 측과 인터뷰를 하고 회사의 주장이 합당하다면 그것을 인정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회계처리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인지시켜 줘야 합니다. 수험 공부는 이와 같은 상황에 미리 답이 정해져 있어요. 위와 같은 상황에 “자산 계정으로 분류한다고 가정한다.”와 같이 말이지요. 실무에서는 숫자에 대한 감각이나 계산 능력 같은 것보다 회사의 언어인 회계가 실질을 반영할 수 있도록 판단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Q. 회계 업무가 다소 딱딱하거나 경직되어 있는 부분은 없나요? 그런 건 전혀 없어요. 앞에서 잠깐 언급했었지만, 최종적으로는 회사의 실질이 숫자로 표현되는 것뿐입니다. 일하는 과정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인터뷰하고 정보를 얻고 판단하는 과정이 많아요. 회계법인 동기들과도 법인 내에서 계속 함께 일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맡은 일을 위해서 출장을 나가는 경우가 다수거든요. 저는 회계가 ‘기업의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회계처리 자체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영향을 위치는 외부 및 내부 환경 전반에 걸쳐서 파악하고 있어야 하니 다양한 일을 배울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점입니다. 회계사들이 계속 회계사로서 회계법인에 남아있지 않고 경영 전반에 관한 이러한 경험과 지식을 살려서 다양한 직무로 진로를 변경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에 해당하는 것 같아요.
Q. 반드시 공인회계사가 아니라 해도 후배들이 꼭 갖췄으면 하는 태도는 무엇인가요? 회계사가 아니라 인생의 선배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성취해본 사람만이 성취감을 안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지금 저에게 생전 해보지 못한 일을 시킨다면, ‘아 왜 이걸 나한테 시켜!’라는 생각이 잠깐 들겠지만 제가 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회계사분 중에 비보이를 하다가 시험에 합격하신 분이 있습니다. 1년이라는 굉장히 짧은 시간 만에 합격하는 쾌거를 이루었죠. 이 분은 비보이에 굉장히 빠지셨던 분이라고 합니다. 비보이에 미쳐서 춤꾼으로 살 수 있는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회계사 시험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어떤 일을 해도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누가 나에게 무엇을 시켜도 문제없다고 느끼는 것도, 한 번 고비를 넘기고 성취를 이루어본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를 테스트해보는 수단으로라도 무슨 일이든 도전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더라도 “Who am I?”라는 의문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대학교를 졸업하고, 시험에 합격할 때까지 보낸 시간 중 가장 아쉬운 것은 ‘행복했다.’라고 할 만한 추억이 없었다는 것이에요. 해외여행을 가고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색다르고 특별한 일을 해봤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습니다. 그래서 예전에 해보지 않은 것이라면 지금은 다 해보고 살아요. 지나가다가 먹어보지 못했던 음식이 있으면 뭔지 몰라도 일단 사 먹고 보는 거죠. 헛되이 보낸 시간이 너무 아까워요. 주관 없이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야지.’라는 생각과 마찬가지로 ‘남들이 안 하는데 내가 할 순 없잖아.’라는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유 있으실 때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를 한편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카르페디엠”. 제가 드리고자 하는 이야기를 명작을 통해서 더 자세히 느끼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회계사는 회사들의 감사 기간인 1월, 2월, 3월 그리고 7월, 8월, 9월에 특히 바쁜 반면, 개인차는 있지만, 나머지 기간 동안 비교적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기간이라고 한다. 일을 할 땐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놀 때도 제대로 놀 줄 아는 김동현 공인회계사의 지난 1년과 닮은 것 같다. 평생을 개미처럼 일만 하고 살 수도, 베짱이처럼 놀기만 하면서 살 수도 없는 법이다. 이 둘의 조화를 이루면서 자신만의 전문성을 갖출 수 있는 공인회계사. 마음을 굳게 먹고 도전하여, 성취감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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