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돼지고기를 알게 된 무서운 경험' 아랍권 학생 한국어 말하기대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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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저에게 평생의 동반자를 만들어주었습니다.”,“저는 한국의 드라마를 정말 사랑합니다!” 지난 8일 국민대학교 본부관 학술회의장에서는 한국에서의 소중한 추억에 대한 이야기 소리가 흘러나왔다. 한국에서 평생의 동반자를 만난 이야기부터 한국의 빨리 빨리 문화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던 이야기, 한국 드라마의 열렬한 팬이 된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바로 아랍어권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 참가한 16명의 각 대학의 아랍어권 학생들의 한국 유학 생활 이야기다. 12개 대학교에서 온 16명의 아랍어권 학생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때 마다 관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하고 발표자를 응원하는 박수와 함성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번 아랍어권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대회는 작년 국민대학교에서 첫 대회를 치룬 이후 제 3회를 맞았다.
대회 시작 전 발표를 준비하는 아랍어권 학생들의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원고를 보며 자신의 이야기를 되짚어보기도 하고, 함께 온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긴장을 풀기도 했다. 특히 한국어 공부를 도와준 선생님과 학생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발표를 준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실제로 한 여학생은 너무 긴장한 나머지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곧 함께 온 친구들과 선생님의 격려 속에서 발표를 잘 마쳤다. 참가자들에게는 이번 대회가 한국에서의 또 하나의 좋은 추억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이번 대회는 주한 사우디아라비아 문화원이 주최하고 국민대학교 국제교류처와 국립국제교육원이 후원했다. 주한 사우디아라비아문화원 원장은 대회사를 마친 뒤 대회가 끝날 때 까지 자리에 함께했다. 대회가 끝난 뒤에는 수상자들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고 기념촬영도 함께 했다. 이외에도 아랍권 국가 학생들과 한국의 교류를 환영하는 국민대학교 국제교류처 처장 겸 국제교육원 원장의 격려사와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정책관, EBS 부사장의 축사가 이어졌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사라(MOHAMMED SARA SAEED / 고려대학교)는 한국에서 자신의 평생 동반자를 만난 이야기로 2등을 수상했다. 그녀는 “처음으로 가족의 품을 떠나 한국으로 유학을 왔다. 한국에 와서 많은 친구를 사귀었지만 그 중에서도 무함마드라는 친구가 눈에 띄었다. 수업 후에 함께 밥을 먹고 카페에서 공부를 하면서 더욱 가까워졌고 서로 많이 의지하게 됐다. 6개월 후 부모님께 정식으로 결혼하겠다고 말씀드렸다. 한국은 내 평생 동반자를 만나게 해준 고마운 나라”라고 말했다. 발표를 하는 내내 그녀의 얼굴에서는 행복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날 남편 무함마드도 대회에 참석해 발표를 하는 아내 사라를 응원했다. 사라는 아들 관객들에게 아들 사진과 남편 사진을 보여주며 자신의 이야기를 더욱 실감나게 전했다. 고려대학교에서 1년간 한국어를 배웠다는 사라의 한국어 실력은 특유의 외국인 억양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또 ‘제 눈에 안경’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한국어 관용표현에도 능통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특별했던 발표자는 바로 에즈딘(BALALI ALSOUFI EZZEDDIN / 시흥초등학교)이었다. 에즈딘은 이번 대회 최연소 발표자로 당당하게 연단에 섰다. 그는 ‘나의 가족을 소개합니다’라는 주제로 발표해 이날 특별상을 수상했다. 에즈딘은 특별상 수상 후 기쁨의 눈물을 보였다. 모든 관객들이 어린 나이에 타국에 와서 한국어 말하기 대회까지 참가한 에즈딘에게 열렬한 응원의 박수를 보냈고 대회가 끝난 후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잘했다’는 축하를 받았다.
이번 대회 우승자는 힌드(RBIGUI HIND / 인하대학교)였다. 그녀는 ‘나의 미래, 대한민국!’라는 주제로 자신이 한국 드라마의 열렬한 팬이라고 소개했다. 다른 발표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건네는 듯한 방식이었다면 힌드는 연설가에 가까운 발표 방식을 택했다. 전문 연사 같은 연설과 자신감있는 제스처로 관객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힌드를 응원하러 온 학교 친구들은 “힌드 살아있네~살아있어~”라고 외치면서 플래카드로 그녀를 응원했다. 활발한 성격과 특유의 친화력으로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다는 그년 한국에서의 생활이 즐겁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에 대한 애정이 더 커진 것 같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이번 대회에는 아랍어권 학생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유학생들이 함께했다. 자신과 같이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하기도 하고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는 모습이었다. 러시아에서 국민대로 유학을 온 카밀라와 발레리아도 “이야기가 재밌었다.”고 하면서도 만약 한국어 말하기 대회가 열리면 참가할 생각이 있냐는 물음에는 “아직 많이 부족해서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발표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유학생들의 얼굴에는 흥미로움이 가득했다.
대회 중간에는 한국 전통 무용 공연, 행운권 추첨, 간단한 게임을 통한 상품 증정 등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통해 즐거운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특히 행운권 추첨 때는 161번을 호명하자 116번인 아랍어권 학생이 숫자를 잘못 알고 앞으로 나오는 재밌는 에피소드도 생겼다. 이 학생은 민망해하며 다시 자리로 돌아가야 했다. 발표학생을 응원하러 온 유학생 친구들은 개성만점 플래카드를 들고 응원을 펼쳤다. ‘딸을 낳아야 한다’는 주제로 발표한 알카타니 압둘라흐만을 응원하러 온 친구들은 ‘딸!’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응원을 펼치기도 했다. 이번 대회 응원상은 가장 적극적인 함성을 보낸 울산대학교팀이 수상했다.
경희대학교에서 자이납(ZAINAB ALI H ALABOALLAIRAT)을 응원하러 온 리아트, 무삽, 칼리드, 무함므는 “친구가 너무 잘했다. 다음 대회에 기회가 있으면 참가하고 싶다.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고 대회를 본 소감을 전했다.
이번 대회는 아랍어권 학생들을 물론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는 외국인 학생들이 모두 하나 되는 자리였다. 또 그들과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선생님, 한국인 친구들의 진한 우정을 느낄 수 있는 자리기도 했다. 생김새와 국적 모두 다르지만 진심은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언제나 통한다. 서로에 대한 믿음과 애정이야말로 그들의 언어실력을 더욱 빠르게 향상시킬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닐까. 국민대학교에서 첫 발을 내딛은 이 대회가 앞으로도 교류의 장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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