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국민대 열정의 만학도, 그 마지막 이야기 / 이정숙(경영 06)

살다보면 누구나 못 이룬 꿈이 있다. 대개는 그 꿈을 잊고 살아가지만 누군가는 그 꿈을 위해 작지만 큰 걸음을 내딛는다. 지금부터 소개할 세 명의 국민인은 그 못 다한 꿈을 향해 우리와 함께 나란히 트랙에 선 분들이다. 많은 길을 돌아서 이곳에 온 대신, 더 큰 열정과 떨림을 안고 펜을 잡은 그들.

국민대 열정의 만학도들의 이야기

조금 늦었지만 괜찮아

공부를 늦은 나이에 시작하게 된 이유

글쎄요, 열심히 사느라 바빠서 나이기 많은 줄도 몰랐어요. (무엇보다도)공부가 정말 하고 싶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대학에 못가고 결혼을 했는데 이제 4남매를 다 혼인시키고 나니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 그 동안 과학 기술 발전으로 평균 수명이 늘어난 것도 한 이유에요. 우리가 보통 55세에 정년퇴직을 하고 남은 시간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너무 오래 쉰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뭔가 새로운 학문을 공부해서 사회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국민대학교를 선택한 이유

예전에 제가 상명여고를 다녔었는데 가정 사정으로 졸업을 수개월 남겨두고 휴학을 했었어요. 그것 때문에 제가 졸업장이 없었던 상태였죠. 그래서 여러 가지 정보를 찾아보다‘일성여고’에 진학해서 공부하고 대학 수시전형에 지원하는 방법을 택하기로 결심했어요. 그렇게 다시 고등학생이 됐고,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수시 지원한 4개 대학에 모두 합격을 했습니다. 국민대에는 특기자(만학도) 전형이 아니라 다른 어린 학생들과 똑같이 일반 수시전형으로 지원했고 경영학부에 합격했죠. 특히 예전부터 국민대 경영학부가 우수하고 선호도가 높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최종적으로 국민대에 가기로 결심했어요. (제가 은평구에 사는데)거리로도 가장 적합했고요. 저같이 (나이가 많은)학생을 과에서 공부할 수 있게 해준 학교제도에 큰 고마움을 느낍니다. 너무 감사해서 그 은혜는 잊을 수가 없죠.

 

좋은 점, 힘든 점

아무래도 어린 학생들과 같이 지내니까 내 나이를 잊고 산다는 게 좋은 점인 것 같아요. 또 하나 좋은 점은 대학에서 공부를 하면서 이‘대학’이란 것을 참 높게 평가하게 되었다는 거예요. 사실 그전에는 부정적인 생각도 갖고 있기도 했었는데 막상 와서 공부를 해보니 교수님들이 학생을 대할 때 공정성을 갖고 평가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 학생이 가진 배경에 절대 영향 받지 않고 오직 능력으로 평가하고 가장 인격적으로 학생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학’이란 것을 다시 보게 된 것 같아요. 이런 교수님들이 있기 때문에 국민대학교가 많이 발전하리라 생각합니다.

힘든 점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한 가정의 주부이자 사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시간이 항상 부족하다는 거죠. 이제 당장 기말고사인데 시간이 너무 없네요.(웃음)

국민인들에게 한마디

먼저 지금 우리 스터디 그룹에서 같이 공부해준 학생들에게 너무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후배들에게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 ‘간절한’꿈과 목표가 있으면, 또 그것이 마음에 사무치면 어떤 일에도 집중해서 이루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간절한 소원을 가지고 목표를 분명히 한다면, 설령 그것이 가능성이 없는 일일지라도 이루어 낼 수 있을 거예요. 또 한 가지 이야기는, 우리 국민대학교가 일류를 ‘바라보지’말고 우리 스스로가 일류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해요. 일류를 바라보고, 부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한배를 탄 우리가 직접 최고가 되어 사회에서 국민대학교의 이름을 드높여야 한다는 거죠. 국민대학교 학생 모두들 그런 마음을 갖고 일류가 되는데 총력을 기울여 주세요.

한 가지 더 하고 싶은 이야기는, 우리 주부, 엄마들이 국가 미래인 자녀교육을 위해서 ‘재학습’, ‘재교육’을 받으면 좋을 것 같아요. 공부를 해야지만 자기가 가진 사고의 틀이 바뀌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물론 학교들마다 평생교육원이라는 곳이 있어서 그곳에서도 충분히 교육을 받을 수 있지만 좀 더 심도 있는 공부를 할 필요가 있어요. 만약 국민대학교에 주부들이나 엄마들이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독립적인 기관이 생긴다면 다른 대학과 차별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졸업 후에는 1년에 1명씩 가정형편이 곤란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려고 해요. 아직 손자들이 어리니까 지금부터 손자 대학 보낸다는 심정으로 어려운 학생들을 도와주고 싶네요.

우리는 때로 ‘늦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것들을 포기하곤 한다. 그러나 그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왜냐하면 그 ‘늦었다’라는 단어의 기준은 결국 스스로가 만든 것이며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사회적 통념과 주위의 비웃음이 우리를 가로막더라도 건강한 용기와 꿈만 있다면 그것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진정한 용기를 가진 3인의 만학도 그들에게, 또 지금 이 순간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지만 망설이고 있는 우리들에게 이렇게 말하자.

조금 늦었지만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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