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직업의 세계] K리그 심판 편

Line-Up

학교에 대한 기억
학교 축구부였기 때문에 축구를 했던 기억이 거의 다에요. 술도 많이 먹었고...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1학년때 있었던 한양대와의 경기에요. 저는 퇴장을 당했는데,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심하게 흥분할만큼 거칠었던 시합이라 아직도 생생하네요. 그리고 졸업 후에는 한번도 학교를 가보지 못했는데 정말 꼭 가보고 싶어요. 많이 그립기도 하고 생각도 많이 납니다.

K리그 심판을 시작하게 된 계기
졸업 후에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었는데, 어느날 선배가 권유하더군요. 심심풀이로 테스트를 받았는데 떨어졌어요. 나름 체력에 자신이 있었는데 자존심도 상하고 오기가 생겨 체계적으로 준비하였고 3급으로 시작해 1급까지 빠르게 승급했어요. 2002년부터 2년간 아마추어 리그에서 활동하다, 2004년에는 마침내 K리그에서 심판을 보게 되었습니다.

심판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
먼저 공정한 판정을 할 수 있는 올바른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어느 한팀에 편파적으로 판정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하니까요. 소신을 갖고 판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감도 중요합니다. 한가지 더 말하자면 심판을 반드시 하겠다는 의지와 직업의식이 필요합니다. 자격증을 취득하고도 심판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그 사람들은 그냥 따놓기만 하는건데, 사실 저는 그런 건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Kick-Off

심판으로 활동하면서 가장 좋은 점&힘든 점
늘 건강한 신체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보통 한 경기를 뛰면 10km 이상을 뛰는데 정말 힘들어요.(지난 UEFA CHAMPIONS LEAGUE 16강 2차전 맨체스터UTD VS AC 밀란의 경기에서 박지성 선수는 11.879km를 뛰었다)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참 좋습니다. 힘든 점은 체력을 유지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체력이 떨어지면 경기를 시작하기 전부터 겁이나고 자신감도 없어요. 그렇게 되면 경기 운영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요. 그런 이유에서 늘 좋은 체력을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
지난해 있었던 전북과 성남의 챔피언 결정전 2차전 경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비중이 가장 큰 경기였던 만큼 부담도 있었고 경기를 무사히 마쳤을 때 보람도 있었어요.

2009 K리그 심판대상을 수상했는데...
기분 좋았습니다. 상이라는 게 받으면 받을수록 좋은거죠. 심판으로서 큰 자부심을 갖게 되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심판 철학
개인적으로 프로축구 경기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인기도 얻을 수 있고 관중들도 많이 올테니까요. 그래서 가급적이면 경기를 끊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어드벤티지룰*을 자주 적용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입니다.

*어드밴티지룰 : 공을 소유한 팀의 선수가 파울을 당해도 공격 상황으로 연결되면 심판의 재량에 따라 중단 없이 진행시키는 규칙. 경기의 흐름과 속도감을 살리는데 있어 큰 영향을 미친다.        

Whistle

본인이 생각하는 판정에 가장 불만을 많이 갖는 선수나 감독
꼬집어서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전북의 김상식선수나 서울의 김환윤 선수같은 노장들이 항의를 많이 합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항의에 대해 더 엄격하게 조치한다고 해서 그런지 조금 덜 하는 것 같네요. 감독님들은 다 똑같습니다. 다들 경기 내내 항의를 많이 하시는 편이지요. 

특정 팀에만 유난히 엄격하다는 일부 네티즌들의 불만
그렇지 않아요. 만약에 제가 엄격한 판정을 했다면, 그 팀이나 선수들의 플레이가 거칠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 불만이나 항의는 심판으로서 감수해야 할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뽑는 K리그 최고의 선수, 이번 시즌 우승팀
몇 년 사이에 K리그 수준이 상당히 많이 올라갔어요. 그래서 딱히 한 선수를 고르는 것은 너무 어렵네요. 팀은 이번 해에도 역시 전북이나 서울이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승팀도 두 팀 중에서 나오지 않을까요?

대표팀의 2010 남아공 월드컵 결과를 예측하자면?
얼마 전 코트디부아르와의 경기를 보니 정말 잘하더군요. 해외파들의 부상이 없다면 최소 16강, 그 이상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Half-Time

이런 심판이 되고싶다
가장 먼저 제가 심판을 보는 경기에서는 사고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다음은 실수하지 않는 심판, 그리고 선수들이나 관중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경기를 운영하는 심판이 되었으면 합니다.

앞으로의 꿈
마음 같아서는 국제심판에 도전하고 싶지만, 이제 나이도 있고 하니 K리그 심판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만한 심판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국민대학교 후배들에게 한마디.
저도 졸업생이지만 어디 가든지 늘 국민대학교 출신이라는 것이 참 자랑스럽습니다. 국민대학교 졸업생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갖는 후배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화이팅!

 한 포털 사이트의 축구 카페 'I LOVE SOCCER' K-리그 토크 카테고리에는 K-리그 심판을 다양하게 평가해 놓은 글들이 있다. 그에 대한 비판과 불만을 담은 글들을 찾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주목할 만한 것은 그의 경기 운영 스타일을 지지하는 네티즌들이 다른 심판들과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의 흐름을 살리는 '운영의 묘'를 즐기는 관중들이 그만큼 많이 있다는 이야기다. 이것은 그가 추구하는 모두가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경기를 그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뜻 아닐까?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자신의 인생을 축구 경기에 비유하자면 이제 전반전만을 마쳤을 뿐이라고 말했다. 과연 그의 후반전은 어떻게 진행될지, 그의 그라운드 안에서 펼쳐질 이야기들를 기대해 본다.

 사진출처_조이뉴스, osen, zoom in sports, 축구공화국

이전글 [직업의 세계] 패션 디자이너 김동률
다음글 개성만점 외국인교수님들! "I'm a Professor at Kookm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