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미대생들의 부엉이 생활기

새벽 01:00

그들이 밤을 보내는 방법은 다양하다. 말 한마디 없이 귀에 이어폰을 꼽고 작업에만 몰두하는 모습, 자신의 작업에 대한 담론을 동기와 함께 고민하는 모습, 작품에 쓰일 재료나 기법에 대해 연구하는 모습 등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그들이지만 그 모습만큼은 각기 다른 물감을 칠해놓은 것처럼 다양하다. "야간작업을 처음 할 때는 적응이 안 되서 많이 졸립고 피곤했는데, 이제는 익숙해요. 오히려 고요한 밤에 여유롭게 작업하는 게 더 낭만적이고 즐거워요."라고 말하는 한 학생. 힘들법한 야간작업을 역으로 즐기고 있는 그가 진정한 미술학도가 아닐까?

 

음악이 있는 풍경

야간작업에 힘을 더해주는 것은 바로 음악이다. 오랜 작업으로 다소 지치거나 지루해 질 수 있지만, 음악만 있다면 아무것도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들의 야간작업에 음악이 이미 일상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밤의 낭만을 즐기면서 작업을 하고 싶을 때에는 고요하고 조용한 음악이 배경이 되고, 졸리거나 힘이 들 때에는 신나는 음악이 배경이 되기도 한다. 처음에는 단 하나뿐이었던 스피커도 이제는 제법 여러개로 늘었다. 서로의 음악을 들으면서 음악 파일을 공유하기도 한다고... 

 

야간작업의 필수품, 난로와 깔깔이

어느덧 여름이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와 있지만, 예술관 B107호의 밤공기는 아직도 차기만 하다. 그래서일까? B107호에서는 아직까지 겨울용 전기난로가 가동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남녀 불문하고 군인들의 겨울 필수품 ‘깔깔이’를 입고 있는 학생들 또한 쉽게 볼 수 있다. B105호에 난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버린지 오래고, 깔깔이는 벌써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야식 먹는 재미

야간작업에 있어서 야식은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미술학부 부엉이들이 선호하는 야식메뉴는 컵라면, 치킨, 불닭이란다. 컵라면은 조리가 간편하고, 특히 바쁜 때에 끼니를 채우기 용이하다는 점에서 많은 선택을 받고 있는 메뉴다. 그리고 미술학부 부엉이들 사이에서 최근 떠오르는 ‘핫’한 야식메뉴라는 불닭. 특히 졸음이 밀려오는 때에 불닭을 먹으면 그 매운 맛에 졸음이 싹 달아나기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 있다고...

 

작업에 대한 애착과 열정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기까지는 보통 우리가 예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고민과, 노력과, 시간을 요한다. 작업을 한다는 것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많이 힘든 일이지만, 그들은 자신의 작품이 완성되어 사람들 앞에 보여 질 때면 그동안의 힘듦을 모두 잊을 수 있단다. 때론 작품을 완성 해 나가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일에 봉착 해 난관을 겪을 때도 있지만, 이런 어려움 또한 완성된 결과물로 보상 받는 느낌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가족이라 부를 수 있는 동기들

따지고 보면 미술학부 학생들은 집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학교에서 작업하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에 자연스레 동기들과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야간작업으로 힘든 그들은 상대방의 고충과 힘듦을 잘 이해할 수 있다. “한창 작업에 바빠질 때에는 가족들과 얼굴을 맞대고 있는 시간보다 동기들과 얼굴을 맞대고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아요. 서로 가고자 하는 길이 같고, 어려운 부분에 대해 공감할 수 있다 보니 서로 많은 힘이 될 수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한 학생. 그에게서 동기를 향한 끈끈한 우애를 느낄 수 있었다.

 

늦은 밤 시간, 예술관 B105호의 열정은 남달랐다. 동기들과 함께 밤의 낭만을 만끽하며 작업에 몰두하는 모습, 그리고 음악이 있는 풍경. 그들은 지금 자신의 꿈을 향해 한 발 더 내딛고 있는 중이며, 젊음과 낭만을 마음껏 즐기고 있는 중이다. B105호를 둘러보고 나오는 길, 열심히 작업 중인 미술학부 학생들의 앞날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들은 아마 훗날 한국 현대 미술계의 주역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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