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디지털타임스] `일본 대지진` 산업파장 주시해야/김종민(경제학과) 교수
지난 금요일 오후 보는 이의 눈을 의심하게 하는 대재앙이 이웃나라 일본을 한 순간에 삼켜버렸다. 마치 영화의 특수 효과를 보는 듯 TV에서 생생하게 펼쳐지고 있는 대자연의 위력 앞에 현실과 가상의 구분이 흐려지는 듯 멍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은 것이 비단 필자에 국한된 일일까? 그들이 아니 인류가 그토록 자랑해 마지않던 그 많은 위풍당당한 구조물들이 밀어닥친 쓰나미에 한 갓 종이배 모양 힘없이 휘둘리는 모습은 왜 우리가 자연앞에 한없이 겸손하여야 하는지 웅변하고 있다. 세계의 미디어들은 앞다투어 이번 재앙의 피해 규모와 향후 세계에 미칠 파장을 보도하기에 바쁘기만 하다. 아직 재해는 끝나지 않았고, 지금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두가 나서야 할 때이지만, 자연재해가 또 다른 경로를 통해 제 2의 쓰나미로 진화하는 것을 막아야 할 때이기도 하다.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에 발생한 재해는 세계적 재해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이 지니고 있는 경제적 영향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며, 일본의 불행이 이웃인 우리에게 나아가서는 가뜩이나 악재로 가득한 세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 미리 검토하고 대비하는 것은 불가항력인 재해의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는 현실로 돌아와 냉정을 되찾는 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본은 1995년 고베 대지진을 겪은 경험이 있으며, 당시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 어떠한 영향을 받았는지를 보는 것은 이번 재해의 영향을 가늠할 잣대가 될 만하다. 당시 일본 경제는 GDP의 약 2%정도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대지진은 지진 규모에서 고베 대지진을 압도하지만 일본 경제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예상은 매우 엇갈리고 있다. 이번 지진이 1995년 보다 더 큰 피해를 낳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는 노무라 증권의 경우 도로와 전력 등 인프라가 상당 지역에 걸쳐 손상을 입어 단기적인 경제 충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반면, 월스트리트저널과 워싱턴포스트 등은 이번 지진의 주된 피해를 본 미야기현은 주로 농림업에 종사하는 지역이고 또한 일본 국내총생산의 1.7% 정도를 차지하는 지역으로 당시 고베의 일본 내 비중의 절반에도 못미친다는 점을 들어 이번 지진의 경제적 피해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다만 두 견해 모두 지진의 피해가 장기적으로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고베 대지진 등 그간 자연 재해를 끊임없이 극복해온 인류의 경험으로부터 나온 학습효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는 두 나라의 교역 규모와 피해 지역과 우리나라의 경

제활동을 가늠함으로써 예측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일 수출은 282억 달러로 전년 보다 29.4%, 대일 수입은 643억 달러로 전년 대비 30.1% 각각 증가해 양국간 교역규모는 925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올 들어서도 이 같은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지진피해 후유증이 한동안 지속될 경우 일본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어 우리 수출도 적잖은 차질이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본의 재해가 우리 발등의 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다만 직접적인 피해를 받은 지역은 우리나라 대일 수출의 1.3% 정도에 불과해 직접적인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미치는 경제적 파장의 핵심은 일본 정부가 이번 재해의 복구를 위해 대규모 재정 지출을 감행할 것인가에 있는 듯하다. 만일 고베 대지진의 경우처럼 과감한 재정지출을 결심한다면 가뜩이나 GDP 대비 10%에 육박하는 재정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일본 경제를 더욱 위축시키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엔화가치의 하락을 피할 수 없게 되고 이는 곧 우리나라 수출 경쟁력의 약화를 의미하게 될 것이다. 고베 대지진의 경우에도 일본 정부의 재정 지출 증가로 엔화는 같은 해 6월부터 약세로 돌아선 경험이 있다. 더욱이 국제 금융 시장에서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가 증가되고 이로 인하여 달러 대비 원화의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지만 최근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물가 상승의 압력은 가중될 수 있다.

이렇듯 이웃 일본의 자연 재해는 강건너 불구경이 아니고 바로 우리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사실 지금은 이웃과 슬픔을 나누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다시금 일어설 수 있기 바랄 때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 위급시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SNS가 이번 지진 사태에서도 통신의 구세주로 등장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아무쪼록 많은 어려움에 처한 분들이 안전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바란다. 다시 한번 일본에게 힘을 내라고 말하고 싶다.

원문보기 :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1031602012369697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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