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아시아경제]울어도 괜찮은 이유/김도현(경영학전공)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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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선 절대로 안 우는데 참 이상하다며 고개를 갸웃거린 분도 있었고, 비행기 안에서 영화 보다가 큰소리로 울어서 창피당했다는 일화를 쑥스럽게 고백한 분도 있었습니다. 나이 들면 여성호르몬이 많이 나온다던데 더 심해지면 어쩌느냐는 농담 섞인 걱정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됐습니다. 하지만 저는 가슴을 쓸어 내렸습니다. 울보가 돼 가고 있는 게 저 하나뿐이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까요. 최근 저를 자꾸 울게 만든 것은 일본 지진과 관련된 소식을 담은 트위터의 글들이었습니다. 모든 교통수단이 끊겨 몇 시간씩 걸어서 귀가하는 시민들을 위해 "화장실 무료로 쓰세요"라고 집 밖에 붙여놓은 사람들. 진열장이 무너져 아수라장이 된 가게에 들러 바닥에 떨어진 물건들을 주워담고는 물건값을 계산하고 나간 사람들. 생명을 돌보지 않고 계속 대피 안내방송을 하다 끝내 물길에 휩쓸려간 동사무소 직원. 갑자기 거리에서 잠자게 된 아이와 여자들에게 자신의 물건을 나눈 노숙자들. 이름도 알 수 없는 평범한 사람들에 관한 이런 짧은 소식들을 들으면서 전 여러 차례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제레미 리프킨은 '공감의 시대(원제 The Empathic Civilization)'라는 책에서 원래 인간이 다른 사람의 생각을 느낄 수 있는 감정이입능력은 본성적인 것이며, 커뮤니케이션의 지평이 확대됨에 따라 이제 자유와 평등의 시대 대신 전 지구적인 공감과 협력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에너지와 환경 문제는 이와 같은 전 지구적 공감에 의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고도 말합니다. 한편 신경생리학과 경제학을 결합한 최근 연구들은 우리 뇌의 감정이입영역이 어느 정도 활성화되느냐에 따라 남과 나의 몫을 나누는 것과 같은 경제적인 문제에 대한 선택의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실험결과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매일매일을 쫓기듯 살아가는 우리에게 하루하루의 생활반경, 그 좁은 범위를 넘어 다른 이와 '공감'하는 것은 결코 간단하지 않습니다. 지진 다음 날 어떤 언론이 이번 지진이 한류에 미칠 영향과 김연아의 스케줄 차질을 우선 심각하게 걱정한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변명인지 모르지만, 저를 포함한 40대 남자들이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펑펑 운다는 것이 조금은 희망적인 징조라고 생각합니다. 비아냥이 섞여 있지만 강남좌파라는 신조어에서도 저는 그런 조짐을 봅니다. 그 엉뚱한 눈물은, 혹은 이론은 (비록 잠시라 하더라도) 자신이 딛고 선 물적 토대와 공간적 한계를 넘어 다른 사람의 삶에 마음을 실어보고 있다는 증거이니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공감이 행동으로 변하는 순간을 지금 목격하고 있기도 합니다. 밤새워 일본 사람들에게 격려 트윗을 보내고 모금운동을 제안하던 어린 학생들로부터, 그리고 좀체 이루어지지 않는 사과를 요구하면서 긴 고통의 시간을 견뎌왔지만 가해자의 자손들에게 누구보다도 진솔한 애도와 위로의 목소리를 전한 정신대 모임 분들로부터 말입니다 원문보기 :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10317104507852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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