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아시아경제]이집트 젊은이, 대한민국 젊은이/김도현(경영학과)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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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많이 다닌 분들은 이집트를 맨 마지막에 가라고 권합니다. 이집트의 찬란한 고대 유적을 보고 나면 다른 나라 관광지들이 너무 변변찮게 느껴진다는 것이지요. 저도 이집트 여행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카이로와 룩소르에서 지낸 며칠은 정말 눈이 호사한 시기였지요. 그러나 또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지나치게 많은 수의 무장경찰들과 곳곳에 걸려있는 무바라크의 초상화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 조금씩 접할 수 있었던 이집트 사람들의 삶은 무척 팍팍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기쁘게 놀라고 있습니다. 무기력해 보이던 이집트 사람들이 새로운 역사를 써냈으니까요. 열심히 응원 트윗을 보내면서도 저는 이집트 사람들이 여기까지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믿지는 못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집트의 시민저항이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고 얘기합니다. 무엇이 이 변화의 동력인지는 이미 많은 이론이 있습니다만 저는 청년실업에 주목합니다. 이집트의 대학진학률은 30%로 아랍 및 북아프리카 국가 가운데 최상위권입니다. 하지만 대학졸업생 가운데 제대로 된 직장을 갖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좋은 직장이 적고, 그조차 연줄이 아니면 들어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공부해 봐야 별 소용 없다는 것을 깨닫고 대학을 그만두는 학생들이 입학생의 반에 이른다는 통계는 이집트 젊은이들의 절망감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절망감이 젊은이들의 마음 속에 연료로 켜켜이 쌓여 있다가 소셜 네트워크로 묶이는 순간 임계점을 넘어 발화한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음에 불길이 타오를 곳을 찾으려면 지역적으로 인접한 곳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의 절망감이 가장 많이 쌓여 있는 곳이 어딘지 알아 봐야 할지도 모릅니다. 생산인구 가운데 청년이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것이 청년 고용률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이 수치가 2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습니다. 이 또래 젊은이들이 대부분 학생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서 학교를 마친 5년 후까지 니트(NEETㆍ취업하지 못하고, 공부하고 있지도 않은)로 지내는 비율을 살펴 보면 이 수치도 약 37%에 가까워 OECD 내에서 압도적으로 1위입니다. 82%의 고등학생들이 대학에 가지만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에 큰 희망이 없는 나라. 적어도 통계는 우리나라를 이렇게 묘사하고 있는 셈입니다. 젊어서 고생을 낭만으로 여길 수도 있습니다. 저 또한 배 곯으며 고통스럽던 젊은 날을 추억으로 미화할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답답한 기성세대가 되어가나 봅니다.) 그러나 선생으로서 옆에서 지켜보면 안 그래도 불확실성에 애태우는 날이 많은 우리 후배들에게 실업의 무게는 과도하고 가혹해 청춘의 빛을 바래게 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농촌이나 공장에는 일자리 많다는데 거기 취업하지 왜 노는 거야?"라고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물론 도전적인 자세로 미래를 개척해야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상황에서 젊은 시절에 생긴 경력공백이나 하향 취업경력은 낭만적인 추억보다는 평생의 트라우마가 될 가능성이 더 많다는 것도 좀 이해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앞의 세대는 다음 세대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주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불가피하게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노후를 기대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집트를 보면서 저는 우리가 과연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국가와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지, 그리고 공정한 방식으로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있는지 찬찬히 생각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적잖이 미안한 마음으로 말입니다. 원문보기 :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10217110909845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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