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한국일보]KBS 수신료와 정치적 독립성 /손영준(언론정보학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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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수신료는 공영방송의 재원을 충당하는 방안의 하나이다. 하지만 오늘날 KBS 수신료를 얼마로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공영방송 KBS의 역할과 기능을 정하고 나아가 다른 공영ㆍ 민영 ㆍ 신생 방송사의 존재 양식에까지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수신료 문제는 우리나라 방송 미디어 정책의 기본 설계도면에 해당한다. 이런 KBS 수신료 문제가 전환점을 맞고 있다. KBS 이사회가 마련한 ‘1,000원 인상, 광고 유지’ 안이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국회로 넘어갔다. 지금으로서는 국회 통과 여부를 알기 어렵다. 만일 국회를 통과한다면 이르면 올 4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논의는 원점에서 다시 시작될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번 수신료 인상안이 어정쩡한 미봉책이라는 점이다. 햇수로 2년을 끌어오면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최종안에 대해 ‘호랑이를 그리려다 강아지를 그렸다’는 평가도 있고, ‘많이 양보했다’는 입장도 있다. 이런 형세라면 수신료 논란의 군불은 국회 심의결과와 무관하게 또다시 지펴질 수 밖에 없다. 우리 사회는 수신료 문제로 반목과 대립이라는 상당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도 그랬고, 지금 이명박 정부에서도 마찬가지다. 수신료 문제가 가지는 폭발력이 크다 보니 정파적 이해관계가 우선시 되고 있다. 수신료를 둘러싼 혼란이 거듭되지 않도록 큰 틀의 제도적 개선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다. 먼저 KBS의 정치적 독립성 확보에 관한 것이다. 민주화 이후 공영방송 KBS에서는 독립성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대통령이 KBS 사장을 임명하다 보니 사장은 정당성 위기, 신뢰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지금처럼 대통령과 여당이 집행기관(사장)과 의결기관(이사회) 인선을 주도한다면 독립성 시비, 낙하산 시비는 끊임없이 제기될 것이다. 시청자와 사원들에게 KBS 사장이 제 갈 길을 간다는 믿음을 주는 것은 사랑 받는 공영방송을 만드는 출발점에 해당한다. KBS 사장은 또한 수신료 집행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제대로 아껴서 잘 쓸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수신료 문제해결의 가닥이 잡힐 것이다. 이게 되어야 공영방송의 공공성ㆍ 공영성ㆍ 제작자율성을 확보할 기틀도 마련된다. 의결기관과 집행기관 구성의 민주적 정당성과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할 제도적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방송법 46조(이사회 설치 및 운영)와 50조(집행기관)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내년 말에 대통령 선거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안에 법 개정을 할 필요가 있다. 여당이 전체 이사진의 과반수 이상을 추천하지 못하도록 하고, 사장은 이사회 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 선정하고 임기를 보장해 준다면 정치적 독립성과 책임경영의 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문제를 손질하지 않으면 다음 정권에서도 공영방송을 둘러싼 악순환은 되풀이 될 것이다. 독립성과 공정성 보장돼야 공정성을 실질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도 필요하다. 저널리즘 원칙(사실성, 진실성, 검증가능성, 균형성)과 제작자율성을 ‘정의롭게’ 조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공정성 지수(Fairness Index)를 마련해 공개하며, 사내 공정성 논의기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주사위는 일단 국회로 넘어갔다. 수신료 인상안을 둘러싸고 국회에서 여야간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떤 쪽으로 결말이 나든 공영방송 KBS의 미래 좌표를 제시하기에는 미흡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KBS가 공영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안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댈 시기이다. KBS 문제는 다시 시작이다. 원문보기 :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102/h2011022510254524360.ht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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