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조선일보]利害관계 일치하는 김정은과 북한 지도부/안드레이 란코프(교양과정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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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시대가 개막됐다. 이 시대가 어떻게 될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김정일 사망 직후 권력구조를 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는 있다. 김정일 영결식의 모습을 살펴보면 포스트 김정일 시대의 초기는 김정일 시대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2008년 무렵부터 김정일의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는 상황 아래서 북한은 권력세습 준비를 시작했다. 2010년 10월에 김정일의 셋째 아들인 김정은이 대장 계급을 부여받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올랐다. 그해 초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28세 젊은이의 갑작스러운 상승은 분명히 김정일이 김정은을 후계자로 본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럼에도 김정일 사망 후 북한 최고 엘리트들은 권력 기반을 아직 충분히 건설하지 못한 김정은을 후계자로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김정일 사망 직후 경험도 없고 나이도 젊은 김정은을 다음 지도자로 곧 인정하였다. 김정일의 운구차 옆을 호위하는 사람에는 김정은뿐 아니라 2010년부터 김정은의 후견인으로 간주된 장성택과 리영호가 있었다. 이것은 김정은이 '최고령도자'가 되는 것을 의미할 뿐 아니라 그를 도와주는 구조도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아직은 모든 것이 김정일이 희망했던 대로 진행되고 있다. 북한 최고 엘리트들이 김정은에 도전하지 않고 즉각 인정한 이유는 사상도 아니고 김일성과 김정일에 대한 충성도 아니다. 대부분 독재국가에서 약한 후계자가 갑자기 등장할 경우 적지 않은 정치인이나 군인들이 이 기회를 이용하여 젊은 권력자에 도전한다. 북한도 이런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북한 최고 엘리트들은 김정은을 타도하는 음모가 성공한다고 해도 그들의 생존 조건인 체제 안정에 심한 타격을 주기 때문에 이런 음모를 계획하거나 지지하지 않는다. 분단국가인 북한은 다른 권위주의 정권들에 없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그것은 같은 민족이면서 풍요롭고 자유로운 남한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 주민들이 남한에 대해 잘 알게 되고 북한 당국을 덜 무서워하게 된다면 북한에서 동독처럼 통일을 요구하는 자발적인 시민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혁명이 초래하는 통일의 경우 북한 최고 엘리트들은 특권과 권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그동안의 인권침해 등 때문에 감옥으로 갈지 모른다. 따라서 그들에게 체제 안정 유지는 곧 생존 문제이다. 북한은 바로 그 때문에 중국식 개혁·개방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북한은 주민들을 엄격하게 감시하고 해외생활에 대한 지식의 확산을 막고 국내 안정을 지켜야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 김정은은 김정일의 아들, 김일성의 손자로서 일정한 정당성을 가지고 있다. 평지풍파(平地風波)를 결코 원하지 않는 북한 최고 엘리트들은 안정성과 연속성의 상징인 김정은을 후계자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좋은 징조일 수도 있고, 나쁜 징조일 수도 있다. 북한의 안정성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은 이를 좋은 소식으로 볼 것이다. 권력 세습이 순조로워 북한 국내 안정은 별 위협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북한에서 개혁이나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안정 유지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북한 최고 엘리트들은 김정은 시대에도 불안정 및 체제 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개혁·개방을 피할 것이다. 원문보기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12/29/2011122902879.html 출처 : 조선일보 기사입력 2011.12.29 23: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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