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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대상 이 작품] 재즈와 거문고가 만난 최상의 상상력 / 김희선(교양대학) 교수


- 심사위원 리뷰
'2015 여우락 페스티벌' 오프닝 공연 '여우락 컬렉티브'
재즈 나윤선·거문고 허윤정 호흡 환상적
전통에 창의·포용·자유 불어넣은 무대

 

국악의 현대화·대중화·세계화를 외치는 구호가 국악의 동시대성에 대한 갈증을 대변했다면 이 시대 국악의 동시대성이 무엇인지를 성찰하고 새로운 정의를 내놓은 과정은 바로 이곳에 있었다. ‘2015 여우락 페스티벌’의 오프닝 공연으로 진행한 ‘여우락 컬렉티브’(7월 1일 국립극장 KB청소년하늘극장)는 국악과 재즈가 빚어내는 시나위로 우리 음악의 좌표가 어디인지 어디를 갈 것인지를 일러준 우리 음악 프런티어들의 열렬한 외침이었다.

그중 거문고 연주자 허윤정은 과연 올해의 아티스트로 선정될 만했다. 현대화에 가장 적합하지 않다는 전통악기 거문고로 세계공연계에서 호평을 받아온 이유를 보여줬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새로운 음악을 요청하는 청중들이 ‘오래됐지만 여전히 새로운’, 허윤정이 들려주는 전통음악의 소리결에 환호해왔다. 게다가 더 이상의 수식어가 필요없는 최고의 재즈아티스트이자 예술감독인 나윤선과 허윤정의 호흡은 최고의 명인들만 가질 수 있는 아우라 그 자체였다.

이날 나윤선과 허윤정의 조합은 이전 어떤 콜래보레이션도 만들지 못한 시나위를 들려주었다. 첫 곡 ‘즉흥’에서 거문고의 루핑 위에 얹은 나윤선의 구음은 시간을 초월한 제의적 공간을 만들어냈다. 거문고 연주자와 재즈아티스트에게 가장 도전적인 곡이었을 ‘칼립소 블루스’에서 두 사람은 물처럼 자유로운 형식으로 음악하는 것, 재즈와 국악이 만나는 지점이 음악양식이 아니라 음악정신의 구현이란 것을 보여주었다.

나윤선의 보컬, 허윤정의 거문고, 동해안 별신굿 화랭이 김정희(장구), 강권순(정가), 이아람(대금), 김용하(해금), 오정수(기타), 이원술(베이스), 신현필(색소폰), 신동진(드럼)으로 구성된 ‘여우락 컬렉티브’는 즉흥성에 기반을 둔 음악적 상상력을 최대로 펼친 소리의 파편들이 만든 배틀이자 소리 고수들의 이디엄놀이였다. 전통사상인 오행을 바탕으로 한 소리는 전통의 샘에서 건져 올린 장단의 ‘난장’이었다. 특히 강권순의 소리, 김정희의 구음, 나윤선의 보컬이 빚어내는 여러 층의 결은 각기 다른 시간 안에 묶였던 소리가 변색 없이 온전히 만나는 자리였다. 그야말로 하늘과 땅과 인간의 소리가 그대로 섞여 관객에게 시공간을 초월하는 소닉을 체험하게 했다.

현재 한국의 문화지형에서 국악은 여전히 변방이다. 하지만 세계화 시대에는 전방으로 불려 나가고 있다. 예술에서 개인이 갖는 힘과 확장성을 신뢰하고, 전통에 단단히 발을 디딘 채 주체적이며 자유로운 상상을 펼칠 때 한국음악은 가장 세계적인 경쟁력 갖게 될 것이다. 이날 ‘여우락 컬렉티브’는 전통을 버리지 않으면서 전통의 틀에 갇히지 않고 창의·포용·자유의 결을 불어넣은 동시대 소리가 탄생하는 무대였다.
 

 

원문보기 : http://www.edaily.co.kr/news/NewsRead.edy?SCD=JI51&newsid=01249686609434192&DCD=A405&OutLnkCh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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