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기술과 正直이 최상의 경영이다 / 유지수 총장

유지수 / 국민대 총장·경영학

독일 하면 우선 엔지니어링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일반인에게는 아우토반을 질주하는 자동차,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밀기계가 우선 떠오를 것이다. 독일의 국가 프리미엄은 대단하다. 독일제 하면 좋고, 강하고, 정밀한 제품의 대명사가 된다. 한국 자동차가 그렇게 품질이 좋아지고 성능이 좋아져도 고급차 생산 업체로 부상하기가 참 어렵다. 자동차 구매자의 뇌리에 새겨진 국가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독일 자동차는 독일이라는 국가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그런데 국가 덕을 보고 있는 독일 자동차가 독일이라는 국가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문제를 일으킨 자동차 회사는 폭스바겐이다. 판매량으로 세계 최고 회사다. 올해 6월까지 판매가 504만 대로 토요타를 제쳐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수입차 중에서도 판매로 1위다. 그런데 세계 1위 폭스바겐이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 디젤 엔진의 배출 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해 검사를 하는 동안에는 배출 가스가 적게 나오도록 한 것이다. 저감장치에 소프트웨어를 심어 조작했다고 한다. 검사 동안에는 배출가스가 적고 평상시에는 40배나 더 배출될 수도 있다고 한다. 폭스바겐이 자랑하는 터보 직분사(TDI) 기술에 이런 속임수를 썼다고 하니 소비자의 충격은 더 크다.

세계적인 회사가 도대체 왜 이런 속임수를 썼는지 알 수가 없다. 여러 추측을 해 볼 수 있다. 폭스바겐의 최고경영자(CEO) 마틴 빈터콘은 지난해부터 페르디난트 피에히 전 의장과 상당한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에히 전 의장이 미국 시장에서 폭스바겐의 판매 부진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며 빈터콘을 축출하려 했다. 권력 싸움에서 빈터콘은 다행히 자리를 지키고, 피에히 의장이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다만, 폭스바겐의 내부 분쟁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작용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CEO 빈터콘은 실적 향상의 엄청난 부담을 가졌을 것이다. 자동차산업에서의 경쟁은 피를 말린다. 연비와 친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극심한 경쟁에서 조금이라도 밀리면 곧 가동률이 떨어진다. 자동차 산업은 장치산업이라서 가동률 하락은 곧 이익의 급격한 하락으로 이어진다. 미국 테네시 공장의 가동률 하락으로 빈터콘도 코너에 몰렸었다. 극심한 경쟁, 내부 분쟁, 가동률 하락은 간혹 CEO를 교묘한 속임수의 달콤한 유혹에 빠지게 한다. 그리고 그런 유혹에 빠지면 회사뿐 아니라 국가 신뢰도에도 치명타를 날린다. 독일 경제에서 자동차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70만 명 이상이 자동차 산업에 직접 종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자동차 산업의 경제적 비중이 커졌다. 무역 흑자가 가장 많이 나는 산업이다. 젊은이가 가장 가고 싶어 하는 회사가 자동차회사로 나타났다. 자동차 시장의 극심한 경쟁과 규제 충족의 중압감은 기술(技術)과 정직(正直)으로 이겨야 한다. 폭스바겐의 조작과 같은 어리석은 일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에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예전에는 국가 브랜드가 기업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켰다. 그러나 이제는 기업 브랜드가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시대다. 조지 워싱턴은 ‘정직이 최상의 정치’라고 했다. 폭스바겐을 보면 정직이 또한 최상의 경영이기도 하다. 정직으로 고객의 신뢰를 얻어서 우리나라 자동차회사가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나라 국가 브랜드도 자동으로 상승할 것이다.

 

원문보기 :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509240107311100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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