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글로벌포커스] 2018년 한반도 봄을 복기하다 / 란코프(교양대학) 교수

한반도에 봄이 왔다. 요즘에 북한 보도는 주로 코로나19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필자는 2020년 봄에 2018년 봄에 대한 생각이 많다. 2018년의 환상과 착각, 근거 없는 희망과 터무니없는 낙관주의로 가득 찬 시절을 돌아보면, 매우 중요한 교훈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2018년 봄,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그리고 판문점 회담의 무렵에 한국 언론, 특히 진보 언론들은 수십 년 동안 한반도에서 해결되지 않았던 모든 문제와 대립이 하루아침에 기적적으로 없어지고, 영원한 행복과 평화 그리고 남북 협력 시대의 막이 곧 오른다고 아주 시끄럽게 주장하였다.

당시에 필자뿐만 아니라 수많은 전문가들이 이러한 환상과 소박한 희망이 사실이 아님을 경고했지만, 별 의미가 없었다. 2018년의 한국 사회는 특히 한국 진보파에서는 장밋빛 안경으로만 한반도를 보는, 정말 이상한 시절이었다.

오늘날에 당시의 일부 언론들을 보면, 웃음을 참기 어렵다. 북한 정권이 조만간 핵을 포기하고, 경제발전을 위해서 나라의 문을 열며 남한과 교류를 많이 할 것이라는 주장이 주류였다. 기사들은 남북 철도 연결을 크게 다루었고, 서울~평양~단둥 고속철도 건설 같은 비현실적 계획까지 진중하게 토론되었다. 남북 자유여행 시대가 곧 올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주장까지 있었다.

민족 감정에 빠진 남한 사회는 북한도 비슷할 줄 알았다. 당연히 이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2020년 봄에 되돌아보면, 2018년 분위기는 옛날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 2020년, 북한은 핵개발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자랑스럽게 선언하고 있으며, 미국 혹은 남한과의 회담을 거부하고, 미사일 시험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 2018년 봄에 `평화의 특사`로 찬양되었던 김여정은, 2020년 봄에 남한을 "겁먹은 개"에 비유했다.

물론 북한은 2018년에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으며, 2028년에도 2038년에도 이러한 생각이 없을 것이다. 북한 엘리트 계층에게 남한 국민은 코로나19보다 훨씬 위험한 "사상적 바이러스의 매개체"이다. 남북 간의 자유여행은 2018년에도 불가능했고 2038년에도 여전히 불가능할 것이다. 핵보유와 쇄국, 주민 감시는 북한 체제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3개 기둥이다.

그래서 2018년의 `낙관주의 쓰나미`는 교훈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남한 국민, 특히 남한 지식인들은 북한을 볼 때, 자신의 경험만을 바탕으로 하는 낭만주의적 세계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안전하고 풍요한 생활에 익숙한 그들 대부분은 북한 정치 엘리트의 사고방식을 이해하지 못한다.

북한 엘리트 계층은 실존적인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그들은 체제가 흔들리게 된다면 권력과 특권뿐만 아니라 생명까지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북한 엘리트층은 차우셰스쿠나 카다피의 비참한 운명을 잘 기억하고 있다. 그들은 이상주의나 낭만주의에 빠질 형편이 아니다. 그들에게 1차 목표는 체제 유지이며 2차 목표가 경제 발전이다.

보수파 일부의 주장과 달리, 북한 엘리트층의 냉정한 태도는 그들이 타협이나 교류를 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결코 의미하지 않는다. 그러나 북한 측이 타협과 양보를 한다면, 그 이유는 민족주의 열망이 아니라 그들의 장기적인 이익 때문이다.

바꾸어 말해서 북한을 같은 민족 공동체 구성원보다, 국익과 감정이 사뭇 다른 이웃 나라로 볼 때가 왔다. 문제는 여전히 심한 민족주의 착각에 빠져 있는 남한 사회에서 새로운 태도가 우세해질 때까지 아직 오랫동안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앞으로도 남북한 관계가 좋아지기 시작했을 때, 또다시 남한 사회는 2018년처럼 낙관주의 쓰나미에 빠질 것이고 과장된 희망을 가질 것이다. 이러한 환상이 곧 실망으로 대체될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원문보기: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0/03/273889/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이전글 [너섬情談] 프리츠커상과 한국건축 / 이경훈(건축학부) 교수
다음글 <포럼>‘총선 D-30’국민 우롱하는 비례여당 / 홍성걸(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