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메시지를 담을 말씀 바구니 '배느실', '없줄새키' / 이의용 前 (교양대학) 초빙교수

샘에 물이 가득해도 그릇이 없으면 담아갈 수가 없다. 시장에 좋은 물건들이 쌓여 있어도 장바구니가 없으면 못 가져간다. 그렇다고 해서 그물에 물을 퍼담을 수 없고, 칸막이 많은 상자에 수박을 담을 수는 없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지식과 정보를 담을 좋은 바구니를 갖고 있다. 우선 필기하는 방식부터 다르다. 배운 것 중에서 잘 모르는 것, 더 알아볼 것, 암기할 것 등으로 분리를 해둔다. 재활용품 분리하듯이.

그러나 적지 않은 학생들이 학습방법에 미숙해 대학에서는 신입생들에게 학습법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물론 교수법도 문제다. 그래서 필자는 '한 줄 소감'으로 수업을 마무리한다. 그날 수업 내용 중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을 짝꿍에게 설명하게 한다. 그걸 준비해야 하니 강의에 더 집중하게 되리라는 기대감으로.

요즘 참고서나 큐티 책들은 독자가 내용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도록 편집이 잘 돼 있다. 이런 책처럼 강사나 설교자들도 청중이 내용을 잘 소화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면 좋겠다. "귀 있는 자는 들으라!"며 일방적으로 외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봤으면 한다.

가끔 방송 설교를 들어보면, 평소 학습 훈련이 안돼 있는 청중이 이해하기에는 양도 많고 내용도 어려운 것 같다. 자신의 설교를 청중들이 얼마나 이해하고 실천하고 있는지 효과 측정을 해보는 설교자가 얼마나 될까. 그래서 청중이 설교 내용을 담아갈 말씀 바구니 두 개를 소개한다.

첫 번째는 '배느실(LFD)이다. 메시지 중 배운 것(Learn), 느낀 것(Feel)을 정리하는 바구니다. 배웠거나 느낀 것이 있어야 실천할 것(Do)이 생긴다. 깨달음이나 감동이 있어야 실천(변화)이 따른다.

두 번째는 '없줄새키(ERCR)'이다. 메시지 중 내 삶에서 없앨 것(Eliminate), 줄일 것(Reduce), 새로 해볼 것(Create), 키울 것(Raise)을 나눠 정리하는 바구니다. 이 중 하나만 찾아도 삶에 변화가 올 것이다.

설교나 강의의 목적이 설교 내용을 청중에게 명확히 전달하는 게 목적이라면, 설교문을 주보에 실어주면 될 일이다. 설교의 목적은 청중이 스스로 메시지를 소화하여 자기 삶으로 실천해나가도록 설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가 머리에서 가슴까지, 그보다 더 먼 거리가 가슴에서 손발까지라고 한다. 청중에게 메시지를 담아갈 말씀 바구니를 하나씩 주자. 주보에 설교 본문 대신 '배느실'이나 '없줄새키' 양식을 그려주고, 각자 소화한 메시지를 정리하여 삶 속에서 실천하게 해보면 어떨까? 자동차 기어를 중립에 놓으면 차는 안 나간다.

이의용 소장/전 국민대 교수· 생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원문보기:http://www.pckworld.com/article.php?aid=8463275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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