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놀이도 교과서, 놀이에 복음을 담자 / 이의용 前 (교양대학) 초빙교수

언젠가 청소년 여름 수련회에 놀이 전문가를 초빙하여 자연 속에서 2박 3일 실컷 놀다 온 적이 있다. 강의, 기도회 등은 줄이고, 숲을 탐험하며 '나무 끌어안고 하나님 목소리 듣기' 같은 것을 했다. 공부에 지친 아이들은 무척 좋아했지만, 나중에 부모들에게 '실컷 놀다 왔다'고 고백하는 바람에 문제가 생겼다. "은혜 많이 받고 오라고 학원 수업도 빠지고 수련회 보냈는데"라며 부모들이 불만스러워 했다.

고스톱 잘하는 사람, 공부 잘하는 사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답은 '즐긴다!' 어떤 일이든 그걸 즐기는 사람이 잘할 수밖에 없다. 공부를 즐기는 아이들이 공부를 잘한다. 그들에게는 공부가 놀이니까. 그럼에도 공부를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 '놀다'는 '공부하다'의 반대 개념이다. 심지어 실직 상태를 '논다'고 하고, 뭔가 잘못하고 있을 때 '놀고 있네'라며 노는 걸 비하한다.

그러나 오쿠다리 다쓰는 "놀이는 삶의 환희요, 어린이를 자라게 하는 생명력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50년이 지난 오늘까지 그 영상이 이토록 생동감에 넘칠 수가 있겠는가?"라며 놀이를 찬양한다. 스튜어트 브라운도 놀이의 반대말은 일(work)이 아니라 우울함(depression)이라고 했다.

아이든 어른이든 누구나 놀고 싶어 한다. 놀이는 동기를 유발해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게 해준다. 특히 여럿이 하는 놀이는 창의성, 자기주도성, 책임감을 길러주고 상호작용을 통해 소통과 협력도 익히게 해준다. 그래서 교육자들은 놀이 자체가 학습활동이며, 잘 놀아야 많은 걸 알게 된다고 말한다.

 '놀 때 놀고 공부할 때 공부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도 없다. 그보다는 '놀면서 공부하는 것'이 더 쉬울지 모른다. 그런데도 우리는 노는 것과 공부하는 것을 나누어 생각한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不亦說乎)"라는 말처럼 공부는 즐거운 일이다. 가르치는 이들, 배우는 이들은 즐겁게 공부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교사는 일방적으로 강의를 하고, 학생은 그걸 받아적는 건 '일'이지 공부가 아니다. 폐쇄 공간에서 책과 씨름하는 우울한 학습 방식도 이젠 버려야 한다.

자기도 모르게 재미에 이끌려 생각, 감각, 행동을 스스로 총동원하는 학습방법을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 놀이도 얼마든지 교과서가 될 수 있다. 놀이에 복음을 담자. '성경 보드게임'이나, '지는 게 이기는 윷놀이'처럼 교회나 가정에서 누구와도 할 수 있는 것이면 좋다.

복음이 담긴 놀이를 통해 우리는 복음을 더 깊이 깨닫고, 은혜와 기쁨을 누리며,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다.

이의용 소장/전 국민대학교 교수 · 생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원문보기: http://www.pckworld.com/article.php?aid=8478627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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