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기고]進退 기로에 선 한국경제 / 이수동(경영) 교수

지난 7월에 세계 경제의 향방을 결정지을 두 개의 국제회의가 열렸다. 서방7개국(G8) 정상회담과 세계 무역기구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이 그것이다. 그리고 주지하다시피 두 회의 모두 큰 성과 없이 끝나고 말았다.

그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동안 국제 협상 테이블에서 선진국의 주장에 끌려 다니던 개발도상국의 경제적 위상이 크게 강화된 것이 반영되었다는 견해가 주요한 요인으로 자주 언급되고 있다.

그런데 올 들어 세계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특히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경제 위기설이 부각되고 있어 그 배경이 관심을 끌고 있다. 즉 베트남에서 시작된 경제 위기설이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더니, 뒤이어 구 소련에서 독립한 동유럽 국가들의 외환 위기설이 나오고, 최근에는 중국, 인도 등 2000년대 이후 세계경제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브릭스 국가들의 위기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와중에 한국 경제도 예외는 아니어서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이라는 섬뜩한 표현도 등장한 바 있다. 이 정도면 신흥경제권의 총체적인 난국이라고 할 것이다.

이처럼 신흥국 경제의 위상 강화와 위기 직면이라는 상반되는 두 이슈의 동시 출현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한국을 포함해 신흥경제가 아직은 여러모로 선진국에 비해 취약한 점이 많다는 것으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제도적 측면이나 사회적인 측면에서 자유로운 경제활동에 대한 인프라가 여전히 부족하다. 어떤 나라는 법률을 자의적으로 집행하여 기업들을 당황스럽게 하기도 하고, 또 어떤 나라의 국민들은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가 아직 부족한 경우도 있다.

이처럼 일관성이 결여된 사법 관행, 기업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가진 사회 분위기에서는 자국 기업이든 외국 기업이든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영위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 결과는 경제위기로 이어져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고통으로 돌아갈 뿐이다.

우리의 경우에도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글로벌 경제전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매 순간 경쟁국가의 기업보다 한발 앞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점에 여러 가지 제약들로 인해 의사결정이 제때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경제위기에 이르는 지름길로 들어서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위기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과 기업가가 명시적 혹은 암묵적인 각종 규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 정부가 출범 초기에 국민들에게 약속한 ‘기업 친화적’인 정책 실시가 단순히 구호로만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기업들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가시적이고 피부에 와닿는 조치가 필요하다.

때마침 정부수립 60년과 함께 광복절이 다가오고 있다. 현재의 경제 난국을 극복하는 데 온 국민이 일치단결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 화합의 조치를 통해 경제인들이 경제 회생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과감한 결단이 요구된다.

한국경제가 작금의 경제난에서 벗어나 경제규모의 양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적 인프라라는 질적인 측면에서도 선진국의 대열에 동참하느냐, 아니면 여타 신흥 개도국과 마찬가지로 경제위기 발생국의 오명을 또다시 뒤집어쓰느냐가 우리 기업과 기업인들의 활약 여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원문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32&aid=000197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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