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내가 소통하는 법 / 이창현(언론학) 교수

ㆍ“사람과 자연에 대한 배려 뒷동네·텃밭에서 배운다”

‘소통이란 무엇인가?’라는 과목의 첫 시간에 나는 신입생들에게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고, 자연 환경과 소통하라고 가르친다. 무릇 대학생이라면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그들의 애환을 이해해야 함은 물론이고 인간이 살아가는 터전인 지구환경의 변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이다. 특히 요즘 대학생들은 대부분 도시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인지 주변의 사람과 환경에 대한 소통이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학생들은 마을노인들과 이야기를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매일 먹는 채소를 길러본 경험도 없다. 그러기에 대학생들에게 있어서 그러한 소통이 더욱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대학사회 개인주의·소비풍조 만연

사람과의 소통은 인문학과 사회과학에서의 기본이다. 사람과의 소통을 통해서 삶과 죽음에 대한 인간 본연의 고민과 사회문제에 대한 과학적 인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통을 가르치기 위해 나는 학생들과 함께 국민대학교 뒷동네에 가곤한다.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 하고 카메라로 그들의 생활을 담으면서 학생들이 그들 스스로 세상을 읽어낼 수 있도록 한다. 학생들은 경로당의 할아버지, 삯바느질하는 할머니, 그리고 비정규직 아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렌즈를 통해 살펴보면서 세상을 느낀다. 그리고 개발을 기대하고 있는 집주인의 목소리도 여과없이 들어볼 수 있다. 그 속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읽어낼 수 있는 것이다. 몇 번의 만남에서 학생들은 용산철거민 사망사건과 쌍용자동차공장 폐쇄의 문제를 말하지 않아도 우리 세상의 문제가 무엇이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아는 듯하다. 대학생들이 학교 뒷동네의 사람들과 소통한다면 그곳이 바로 ‘사회학개론’ ‘경제학개론’이 담겨있는 통합적 교육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학생들은 자연환경과 교감하고 소통해야 한다. 그런데 학생들은 계절의 변화와 생명의 신비를 알지 못하고, 그렇기 때문인지 생명에 대한 애정도 크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학생들과 캠퍼스 한쪽 구석의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텃밭을 만들어 채소를 함께 심고 있다. 학생들과 배추와 고추 모종을 한 학기 동안 길러서 김치도 담가 먹기도 한다. 처음에는 흙을 만지는 것도 어색해하던 학생들이 배추 모종이 커서 큰 배추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하면서 다른 생명체와 소통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학생들은 배추 한 포기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벌레라도 생길라치면 젓가락으로 벌레를 골라내기까지 한다. 인간의 과도한 소비에서 비롯된 생태발자국의 문제점과 CO2를 줄이고 가까운 곳의 좋은 먹거리를 사용하는 로컬 푸드의 의미도 알게 된다. 나아가 ‘4대강 살리기’라는 말속에 담겨있는 생명파괴의 본질도 꿰뚫어본다. CO2를 줄이기 위해서 자전거 발전기를 강의실에 설치하자고까지 제안한다. 자연과 소통하면서 기후변화에 자연스럽게 대응해 나가는 대학생들의 모습을 본다. 아스팔트 사이에 있는 작은 텃밭은 학생에게 있어서 자연과의 소통을 위한 ‘환경정책론’ 교실이며 ‘기후변화협동과정’ 이상의 의미를 제공한다.

이렇게 소통을 배운 학생들은 이론을 말하지 않아도 사람을 착취하고 자연을 착취하는 현대사회의 문제를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소통은 사회를 보는 눈을 열리게 하고, 자연과 공존하는 방식을 알려준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학은 사람과 자연과 소통하지 않고 자신만의 욕망과 소통하며 바벨탑만을 쌓고 있는 듯하다. 대학 사회내에 만연하는 개인주의와 소비풍조는 대학이 사회와 자연과 소통하지 않고 개인적 소비욕구와 소통하는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착취 말고 소통하는 지식인 키워야

사람과 자연을 착취하는 산업화시대의 지식을 가르쳤던 대학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류사회의 미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산업화의 논리만을 가르쳤던 40년 전 대학교육을 받은 지금의 대통령과는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학생을 만들어 내야 한다. 사람과 자연의 가치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다음 세대의 대통령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대학이 대학생을 제대로 교육시켜야 한다. 산업화 시대의 회색지식인이 사람·자연과 소통하지 못하는 지식인이었다면, 생명평화시대의 녹색지식인은 사람·자연과 소통하면서 그들을 배려하는 지식인이어야 한다. 그러한 소통의 지식인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한다.

이창현 국민대교수(언론학)

원문보기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7171814535&code=2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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