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시론] 북한의 '대안 엘리트'를 육성할 때다/안드레이 란코프(교양과정부) 교수

안병만 교육부 장관이 지난 7월 16일에 탈북 청소년을 교육하는 '여명학교'를 방문했다는 소식은 참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된다. 다행히 한국 정부와 한국 사회가 탈북자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있다.

최근 들어 탈북 청소년들의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한국 학교생활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2007년의 조사에 의하면 고등학교에 다니는 탈북 출신 학생 10명 중 3명은 중도에 학업을 포기한다.

우리 생각과 달리 탈북자 교육은 순수한 인도주의적 과제인 것만은 아니다. 교육을 통해서 대부분 젊은 탈북자들이 한국에서 보람있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능력이 많은 탈북자들이 북한의 대안 엘리트로 성장하도록 교육시켜야 하는 전략적인 목적을 무시하면 안 된다.

동유럽에서 민주화의 역사적 경험을 보면 공산 독재 정권을 반대하는 지식인들은 매우 중요한 세력이었다. 1970년대에 들어와 체코나 폴란드와 같은 동유럽 국가에서 국민 대부분은 거짓 선전이 가득찬 어용언론을 무시하고 공산 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의식을 갖춘 작가, 기자, 학자들의 의견을 도덕의 기준으로 여겼다. 체코의 하벨 작가와 같은 사람들은 개혁과 민주화를 격려했을 뿐만 아니라 탈공산 과도기의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많은 기여를 했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에 이러한 대안 엘리트가 아직 등장하지 못했다. 역사상 전례가 거의 없는 엄격한 감시로 말미암아 이러한 엘리트는 북한 내에서는 형성되지 못한다. 탈북이 거의 불가능했던 시절에는 해외에서도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탈북자 사회의 빠른 성장으로 이제 대안 엘리트의 등장을 위한 조건이 갖춰졌다고 보는 것이다. 1만7000명의 탈북자들 가운데서 능력이 많은 청소년들이 없을 수 없다. 그들은 올바른 교육만 받으면 북한 출신 기술자, 학자, 변호사, 대기업 회사원 등이 생길 것이다.

북한 청소년들이 좋은 대학교에서 성공적으로 배우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현재 북한 출신 학생들의 졸업률이 낮고, 능력과 노력에 비해 남한 아이들처럼 배우지 못한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사실이다. 남한 학생들이 학교와 학원을 다녔을 동안에 탈북 학생들은 학습장도 없고 분필도 없는 학교를 다닌 다음에도 몇 년 동안 중국에서 고생만 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남한 학생들을 따라잡을 수 있도록 특별 정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대학교에 입학한 탈북 학생들이 1학년에 들어가기 전에 일년 동안 예비학년을 다닐 수 있는 체제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낮은 영어 능력도 탈북 학생들에게 공부의 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그래서 탈북자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프로그램도 필요할 것이다.

또, 탈북자들이 대학원에서 배울 수 있도록 장학금도 제공해야 한다. 대학교육이 대중화된 지금 석사나 박사 학위가 경쟁력을 가진 지식 엘리트 사회의 입장권으로 볼 수 있는데도 현재 탈북자들은 대학원에서 공부하기 위한 지원을 받기 어렵다.

이러한 정책은 규모는 작을지라도 장기적인 효율성이 높은,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투자이다. 과거와 달리 탈북자 대부분은 휴대폰 등을 이용하여 북한과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그들의 성공은 북한에서도 알려지게 될 것이다. 북한 체제가 변화하기 시작할 때에 그들은 누구보다 북한에서 오늘의 세계에 대한 지식을 확산하는 교육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특히 통일이 됐을 때 이러한 사람들이 없으면 북한을 관리할 엘리트는 부정부패에 빠진 간부 출신들이나 북한 실정을 너무 모르는 남한 출신으로만 구성될지 모른다.

한반도의 미래를 생각하면 탈북자 교육, 특히 대안 엘리트 교육만큼 중요한 사업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원문보기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7/21/2009072101586.html

[안드레이 란코프·국민대교수·역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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